다자이 오사무의 <사양>을 읽고
가끔 고전 문학이 엄청 읽고 싶어 질 때가 있습니다. 이 책이 재미가 있을지 없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이미 수십 년 동안 사람들에게 읽히며 그 명성을 제 스스로 부풀리고 있는 그런 고전들.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은 그의 또 다른 작품, '인간실격'과 이야기의 결이 비슷합니다.
'살아도 죽은 것과 다름 없는 삶'의 풍경을 작가 특유의 섬세하고 절망적인 문장으로 그려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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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과 사양, 두 작품 모두에 '자기 파괴적인 삶'과 '슬프고 예민한 감정선'이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을 보면 인간실격의 주인공을 사양에 등장 시켜도 전혀 어색할 것 같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품에서 그려지는 그들의 삶은 실오라기의 희망도 없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어째서 그들은 힘들게 인생을 꾸려 나야만 했을까요? 그들은 맨 정신으로는 살 수 없던 걸까요. 사양과 인간실격의 등장인물들은 거의 대부분 술에 빠지거나, 마약에 빠지거나 혹은 금지된 사랑을 쫓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현실의 우리는 어떨까요?
저도 책 속의 그들처럼 이따금씩 다 포기해버리고 싶을 날이 있습니다. 화창한 날씨는 짜증만 돋굴 뿐, 아무런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그런 나날들. 까만 먹구름과 종일 내리는 비가 미친 듯이 그리운 그런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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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내면의 심약함이 행동으로 삐져 나오고야 말 때 저는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을 찾습니다.
그의 작품을 읽으면 '역시 인간은 나약하구나.'라는 확신과 '나만 이렇게 못난 건 아니구나'하는 위안을 확실하게 받을 수 있거든요. 그만큼 소설 속 주인공의 삶 면면은 너무나도 극단적으로 치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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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이유도 없이 미친 듯이 짜증이 나고, 눈물이 날 정도로 화가 나는 날에도 만약 누군가가 선뜻 맛있는 음식을 내준다면 금방 왜 내가 기분이 나빴는지, 홀랑 다 까먹어 버리는, 그런 종류의 인간인 저는 이렇게 남과 비교를 하고 '내가 낫다'는 판단이 서야만 징징거림을 그치게 되는 그런 별볼일 인간일 뿐입니다.
이건 마치 '사랑과 전쟁' 혹은 '애로부부'를 보면서 '내 남편(혹은 아내)이 낫구나.. 세상엔 이상한 사람 많구나..'하는 생각을 하면서 자기 위안을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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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책을 읽고 위로를 받는 이 순간에도 '내가 쟤보다 낫다'라는 인간의 못생긴 심보가 녹아 있는 것 같아 왠지 다시 짜증이 이네요.
살면서 한 번쯤은 '인간의 나약함'에 대해 고민을 해보신 모든 분들에게 추천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