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혹은 전) 틈틈이 해야 할 자가진단

알랭 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을 읽고

by 니디



남편이 리얼연애프로그램을 좋아합니다. 반대로 저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조금 더 강조의 말을 곁들이자면, 그런 일련의 모든 프로그램은 쓸모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그 프로그램들을 가만히 봅니다. 남편이 워낙 좋아하니까 저로서도 굳이 매일 반대의사를 표할 수는 없는 것이죠.

티비 속 주인공들은 저마다 자신들이 선택한 관계 속에서 울고 웃고 행복해하고 불행해했습니다. 결혼이 아닌 [연애]를 하는 20대 커플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저는 무례하게도 그 커플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결혼도 아니면서 왜 저렇게 절절 매나. 그냥 헤어지면 참 편한건데. 설마 저 사람들은 상대방이 자신의 입맛대로 변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결혼 전, 책을 거의 안 읽던 시절에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발견한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제목에 완전하게 사로잡혀버려 구매 후 품에 고이 안고 한달음 집으로 달려와 단숨에 읽어버린 책.

그리고 결혼 후, 이 책은 정말 완전하게 새로운 책이 되어 제게 읽혔습니다.


-결혼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낭만적인 사랑의 시작이 지나간 유지하는 사랑은 처음의 영롱했던 빛을 얼마나 많이 잃어버리는지.

-진정 나의 소울메이트라고 여기던 사람이 언제부터 갑자기 이렇게 나의 일상을 좀먹는 좀벌레같은 존재가 되었는지.

-내가 곱디 고왔던 사람을 변하게 만든 빌런인건지.


거창한 결혼 세레머니가 끝난 후, 우리는 결혼의 일상이 잔잔한 파도처럼 평화롭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소중한 바램과 동시에 우리는 파도 위에 가끔은 쓰레기가 떠밀려 오고, 또 가끔은 생선시체가 실려온다는 것을 알아야합니다.


소금물에 다 절어버린 쓰레기를 집어 올릴때마다 분노와 화를 낼 수도 없고, 목이 잘라나간, 살이 물에 다 불어버리고 고약한 냄새만 풀풀 내는 생선시체를 건질 때에도 매번 울어버릴 수는 없습니다.

인생이란, 결혼생활이란 그런 것입니다.


언제나 처음 나의 선택을 믿고, 내가 보았던 보석같던 상대방의 순수한 성품을 믿고, 또 언제나 현명하게 행동할 나를 믿고...는 개뿔, 정말 화가나고 분노가 치미면 이런 듣기 좋은 소리, 바른 소리는 다 개소리가 됩니다. 더 이상 마음 속에 썩은물을 담고 있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감행합니다.


나를 위해, 그리고 (내가 일러주면 금새 제자리를 찾을) 가정의 안녕을 위해, 상대방에 얼굴을 똑바로 쏘아보며 소리를 질러대죠. "그래서? 나만 그랬어? 니가 먼저 했잖아!!!.... 그때 기억안나????"



0️⃣p22. 그녀가 충분히 흥미로운 여성이지만, 훨씬 잘 알려면 앞으로 25년은 걸리겠다고 생각하는 정도에 만족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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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사랑의 콩깍지가 씌여진 바로 직후 일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가 무슨 수로 그 어느때보다 풍만해진 감성을 누르고 그 속에서 꾸역 꾸역 힘겹게 이성을 간신히 잡아내 위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을까요? 여러분, 이게 가능한가요?


1️⃣ p.27. 그러나 이 일련의 사건들은 아직 러브스토리와는 별 상관이 없다고 봐야한다. 러브스토리는 누군가 우리를 다시는 보지 않으려 할까봐 두려워할 때가 아니라, 그들이 우리를 항상 보는 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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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떤 커플에게 [러브 스토리]를 들려달라고 물으면, 답을 해야하는 당사자들은 대게 [우리의 인연이 시작된 그 지점]을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가득 채울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러브스토리는 그토록 황홀하고, 가슴이 벅차오르며, 그와 같은 낭만적인 이야기는 나에게는 있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저 너머 다른 세상 이야기 처럼 들리게 되는 것입니다.


2️⃣p.61 독신 생활에는 정상성에 대한 잘못된 자아상을 지어내는 습성이 있다.(...) 곁에서 그를 지켜보기만이라도 하는 사람이 없는한 이런 기벽은 모두 깔끔히 가려진다. 목격자가 없을 때, 그는 올바른 짝을 만난다면 자신에게는 함께하기에 특별한 문제가 전혀 없을 거라는 관대한 착각에 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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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입니다. 이런 착각에 의해 시작된 또 다른 착각. "난 결혼 전에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다 남편 혹은 아내 때문이야)"


3️⃣결혼 생활에서 '아무것도 아닌 문제'를 두고 벌어지는 말다툼은 거의 없다. 작은 쟁점들은 사실 단지 필요한 관심을 받지 못한 큰 쟁점들이다. 일상에서의 논쟁은 그들 성격의 근본적인 차이에서 비어져 나온 실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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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에 수만 쌍에 이를 부부마다의 문제가 다른 것이겠지요. 이 집 부부는 [이 문제]를 두고 싸운 뒤 몇 일동안이나 묵언수행 중이지만 저 집 부부에게 [이 문제]는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신 이 집 부부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못한 [저 문제]가 저 집 부부에게는 몇 년동안 풀지 못한 매듭으로 남아있을 수 있죠.


4️⃣p 87. 토라짐의 핵심에는 강렬한 분노와 분노의 이유를 소통하지 않으려는 똑같이 강렬한 욕구가 혼재해 있다. 토라진 사람은 상대방의 이해를 강하게 원하면서도 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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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에 의하면, 토라짐이 오래되면 무관심이 되고 무관심이 오래되면 포기가 되는 듯 합니다.


5️⃣ p.111 과민반응을 하는 사람은 과거의 감정을 현재의 누군가에게 [전이]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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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게 정말 결혼생활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래서 엄마 아빠들이 상대방 집안을 보라고 그렇게 자식들에게 강조에 강조를 하는 것입니다. 백번 만번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6️⃣p121. 라비는 화가 치민다. (...) 하지만 아주 이상하게도 그의 분노는 휴대폰 분실 그 자체로만 향하지 않고, 일부가 아내에게로 돌아가는 듯 하다. 어쨌거나 그녀가 먼저 날씨를 언급해서 그로 하여금 일기예보를 검색하게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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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보는 풍경. 그리고 저 스스로도 흔하게 느끼는 감정. 상대방으로 인해 내가 피해를 본 듯한 바로 이 느낌. 하 결혼이란 이 모든 새롭지만 불편한 감정들을 하루에 몇 번이고 느끼고 감내하고 억울해하고 또 분노하는 과정의 연속입니다.


7️⃣p.147 성숙함이란 낭만적 사랑이 사랑을 주기보다는 찾기를, 사랑하기보다는 사랑받기를 추구하는 데 주로 초첨을 맞춘 편협하고 다소 인색한 감정일 수도 있다는 깨달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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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저는 아직 성숙한 사랑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인정.


8️⃣p.281 우리는 마치 [사랑]을 단일하고 분화되지 않은 것처럼 얘기하지만, 사실은 매우 상이한 두 가지 양식인 '사랑받기'와 '사랑하기'로 이루어져 있다. 후자를 실행할 준비가 된 동시에 전자에 대한 우리의 비정상적이고 위험한 집착을 인식할 때 결혼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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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저는 아직 이 대목에서 말하는 시기보다 조금 많이 이른 시점에 결혼을 하겠다고 겁도 없이 뛰어든 것만 같네요. 그래서 지금 이런 저런 홍역을 앓고 있는 걸까요? 냉탕과 온탕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들락날락 거리는 걸까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9️⃣p.283 중요한 여러 분야에서 파트너가 우리보다 더 현명하고 합리적이고 성숙하다는 것을 인정할 때 우리는 결혼할 준비가 된 것이다. 우리는 그들에게서 배우기를 바라야 하고, 그들에게 지적당하는 것을 인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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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맞는 소리, 바른 소리죠? 다시 한 번 제가 준비 없이 결혼이라는 도박을 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p.283 낭만주의 결혼관은 '알맞은' 사람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우리의 허다한 관심사와 가치관에 공감하는 사람을 찾는 것으로 인식된다. [장기적으로] 그럴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우리는 너무 다양하고 특이하다. 영구적인 조화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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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거의 말미, 이 부분에 당도한 저는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낍니다. 작가의 말을 모두 신뢰하고 내 자신, 결혼, 남편의 모든 것, 하나부터 열까지 다 있는 그대로, 맞지 않는 그대로, 맞는 그대로 인정하기로 했거든요.


✅예비 부부 여러분

✅신혼 부부 여러분

✅중년 부부 여러분

✅커플 여러분

✅졸혼 희망 부부 여러분


모두에게 정말 진심으로 추천드립니다!

세상에 완벽한 커플은 없고 완벽한 부부도 없습니다. 그 이유는 애초에 완벽한 개인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우리 마음을 편히 가지고 모든 것을 인정하고 또 모든 것을 흘려보내며 삶을 꾸며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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