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핀 드 비강 <고마운 마음>을 읽고
#고마운마음 #델핀드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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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하게도 노인이 된 제 모습을 잘 상상하지 않습니다. 10대에서 20대, 20대에서 30대가 되었지만 제가 늙어가고 있는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나이를 먹는 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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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델핀 드 비강은 <고마운 마음>에서 80대의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킵니다. 실어증이 시작된, 정든 집을 떠나 아무리 애써봐도 정이 들지 않는 요양병원에서 아침을 시작하는 평범한 노인의 모습으로요.
그리고 그녀가 젊었을 때, 그러니까 자신의 넘치는 에너지를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선의를 베풀 수 있었던 그 때, 그녀는 작은 여자아이를 현실의 감옥에서 구하게 됩니다.
이름은 마리, 현재 갑작스런 임신을 하게 된, 주인공 미쉬카를 너무나 사랑하는 여자이죠. 마리는 밤낮으로 미쉬카를 생각하고 애틋해합니다.
그렇게 저는 초반에 등장한 두 여인의 애틋한 이야기인줄로만 알고 책을 읽어내려갔습니다. 그러다가 뜻밖에 인물을 만나게 됩니다. 언어치료사 제롬입니다.
제롬 역시 이런 저런 상처를 곱씹으며 성장한, 너무나도 흔한 어른 중 한 명입니다. 그는 언어치료사의 신분으로 일주일에 두 번 미쉬카를 만나러 그녀의 병실로 갑니다.
제롬은 하루하루 삶보다는 죽음에 더 편안함을 느낄 노인 미쉬카와의 대화 속에서 안정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찾아간 병실에서 가끔 미쉬카가 아무런 목적도 없이 허공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제 마음이 저려옴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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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44 "나이가 든다는 것은 잃어버릴 줄 아는 것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매주, 아니 거의 매주 새로운 손실과 손상, 손해를 입는 것이다. 이게 내가 이해한 바이다.(...) 아침에 안 되는 것은 저녁에도 안 되고, 아예 되지 않는다. 끝없이 익숙해진다."
p.176 "매번 우리는 무언가를 말할 수 있는 시간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런데 갑자기 너무 늦어버리죠. 보여주기만 하면, 과장스러운 몸짓만으로도 충분할거라 생각해요. 그런데 사실은 아니예요. 말을 해야만 해요. 중요한 것은 말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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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고 쓸데없이 튀어나오는 말들 때문에 괴로웠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예요. 언젠가는 이 놈의 주둥이를 다무릴려면 묵언수행이 불가피하겠구나 확신하고는 했죠.
그런데 제롬은 반대의 주장을 펼칩니다. 말이 중요하다고. 여기서 말하는 [말]은 바로 고마움을 표하고 사랑을 표하고 자신을 표하는 말입니다. 특히 고마움을 말로 확실하게 [표현]하는 일.
"몇번 가던 식당에서 사장이 안부를 물어오면 부담스러워서 다시 그 식당에 가지 않는다."는 풍토가 지배적인 요즘 시대에 고마운 것을 소중히 다루는 가치는 더욱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것입니다.
고마움을 전하는 일. 그리고 고마운 것을 고마운 것이라고 느끼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 모든 것에는 당연한 것은 없다는 진리.
<고마운 마음>은 이 같은 진리를 우리에게 일상적으로 대단하지 않은 사건이 나열되는 문체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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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 마음 속에 고마움이 피어오른다면, 그 고마움의 제공자에게 여러분의 마음을 [말]로써 표현하는 것은 어떨까요.
나중은 없고, 다음도 없습니다. 오늘 안녕하고 헤어진 동료가 가다가 죽을 수도 있어요. 뭐 암튼 인생은 그렇게 허무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일 수도 있습니다.
고마움은 고맙다고 말하고 감사하다고 말하는 연습과 여유를 연습해보아요. 저 또한 굉장히 많은 시간과 과정이 필요한 듯 보이지만 여튼 한번 시작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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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