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차례가 왔습니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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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언젠가 있을 우리 엄마 아빠의 죽음에 대비해보겠답시고 이 책을 샀다. 별 도움은 되지 않았다. 왜 그러지 하며 골똘히 생각한 결과 이유를 알아냈다. 책에 씌여진 이야기는 어차피 남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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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가족의 죽음'에 대한 몇 가지 확실한 교훈을 얻었기에 난 이 책이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긴다.
1> [죽음]은 어제까지만 해도 나와 시시콜콜한 대화를 이어갔던 우리들에게 한 순간의 찰나로 들이닥칠 수 있는 현실의 사건이다.
2> [죽음]으로 인해 보고 만질 수 있는 존재가 사라지는 것은 정말 너무나도 큰 슬픔이다. 하지만 개 중에 실낱같은 희망을 찾아보자면, 이제는 나와 그들 사이에 물리적 거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나의 존재가 곧 그들의 존재요, 나의 숨이 곧 그들의 숨인 것이다.
3> 내가 불러내고 싶을 때, 오로지 나의 스케줄과 마음 상태에 따라 그들을 불러내 충분한 위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때 그들이 우리에게 주는 위로의 형태는 추운 겨울 바람에서 풍기는 약간의 봄 냄새, 갑자기 내 주위를 맴도는 하얀 나비의 사뿐한 날갯짓, 내 무릎 위에 살포시 앉는 분홍색 벛꽃 이파리, 어쩐지 오늘따라 내 얼굴에 내내 머무르는 잔잔한 미소 등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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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죽음을 어떻게 감히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있을까. 그저 나는 오직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죽음을 어렴풋이 예상할 뿐이다.
그저 걱정이 되는건 잠시 스쳐가는 상상만으로도 죽음은 나를 너무 힘들게 만드는데 어떻게 그 일을 대놓고 겪을 수 있냐는 것이다.
"지겹게 싫었지만 비누에 붙은 머리카락도 참 간절해지는 때가 온다."는 <나의 차례가 왔습니다> 전수영 작가의 말처럼, 난 어떤 방법으로 그 날을 준비해야 할까.
화장실 바닥 구석에 뭉쳐있는 머리카락까지 내 슬픔을 공격하는 그런 날을 뭐, 어떤 수로 나는 감당해야만 하는 걸까. 할 수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