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능을 억제하는 게

나는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기로 했다 3

by 니디

우울증 책에서 이런 구절을 봤다.



마음이 아픈 당신.

자고 일어나니 당신을 괴롭혔던 모든 것이 사라졌다.

하지만 당신은 잠에 들어 있었으므로

간 밤에 무슨 일이 일어난 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당신은 '이것'을 보고 (혹은 느끼고) 바로 알아챈다.

당신의 마음과 정신이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여기서 '이것'은 무엇일까?



질문을 받은 우울증 환자들은

보통 쉽사리 답을 찾지 못한다.


하지만 어찌 됐건 질문에 대한 답을

하나라도 찾게 된다면

그것은 그 순간부터

우울증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되어준다.


-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는 처음에는 머뭇거리더니

생각보다 빠르게 답을 찾아냈다.


'출근하고 싶은 마음을 느끼겠지?'


-


엄마는 회사 때문에

이렇게 아프게 됐다.


예상보다 빨리

답을 찾았다!


-


"내 남편이 묻더라.

이제 먹고살만한데

왜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느냐고."


엄마는 덜덜 떠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나는 그 가난이 참 무섭더라.

내가 돈이 없어서 내 새끼 굶겨봤을 만큼

가난했는데. 그게 진짜 무섭고 두렵더라.


내 새끼는 나처럼 가난에 빌어먹고 살지 않게

하고 싶은 일, 먹고 싶은 음식 맘 껏 누리면서 살 수 있게


그렇게 해주는 게 내 존재이유라는 생각이 들었어.


너 어릴 때, 엄마 20대 일 때 그때부터였던 거 같아.

엄마 스스로 '나는 먹고 싶은 거 없다, 입고 싶은 거 없다, 사고 싶은 거 없다'

고 주문을 외워가며 본능을 없애기 시작한 게.


그때 나도 너무 어렸는데, 분명히 하고 싶은 거 갖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많았을 텐데... 그렇지?


-


22살에 나를 낳은 엄마는

어느 날인가 돈이 없어 나를 굶겼다고 했다.


살면서 많이 들은 이야기다.


배고파서 울며 보채는 자식에게

아무것도 내줄 수 없었던

어리고 가난했던 우리 엄마.


혼자였던 우리 엄마.


그 가난의 틈바구니에서

어떻게 본인의 욕구를 꺼내 보일 수 있었겠는가.

딸은 품 안에서 이렇게 울고 있는데.


아마 한 톨의 욕구를 가지는 것조차

마음의 가책이 느껴졌으리라.


-


상상만 할 뿐 나는 잘 모른다.

엄마가 어떤 마음인지.


그게 문제다.


-


그래도 난 호기롭게 엄마에게

이런 제안을 했다.


"이제 우리 남은 날들 하루라도 좋으니

엄마를 위해 사는 인생 연습 해보자.


다 부숴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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