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기로 했다

2.

by 니디

나도 가끔 극심한 우울감에

일상생활이 힘들 때가 있다.


수시로 짜증이 솟구치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때.


하지만 나의 우울감은

약간의 노력만 더하면 쉽게 후 하고 날아버릴 것들이었다.


그래서

극도의 공포의 나날을 살고 있는

엄마의 기분을 잘 모르겠다.


어떻게 알 수 있을까.


-


엄마가 대학병원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은 지 이틀 째.

나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발걸음은 씩씩하고

마음은 가볍고

시선은 또렷하게.


도서검색대에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검색했다.


주르륵.

많기도 많다.


최신순으로 정렬해

위에서 5번째까지 책을 몽땅 빌렸다.


왜 5권까지 밖에 되지 않는지

섭섭하다.


-


아무렇게나 놓인

도서관 의자 하나를 골라 자리를 잡았다.


빌린 5권의 책 중 가장 얇고 만만해

보이는 에세이 한 권을 집어 들었다.


첫 장 첫 문장부터

저자는 매우 힘들어 보인다.


'그녀는 말한다.


우울한 그 순간이

진짜 내 마음을 꺼내야 할 때라고.


힘들다 말하지 못해

슬프다 말하지 못해

아프다 말하지 못해


그동안 많이 참아왔기 때문에

우울한 날을 만난 거라고."


(버티다 버티다 힘들면

놓아도 된다 - 윤지비 이야기)


-


남 이야기에서 자꾸 엄마가 읽힌다.


책장을 넘기기가 두렵다.

한 줄 한 줄 읽어내려갈 때마다

엄마가 왜 우울증에 빠져버렸는지

너무나 잘 알 수 있었다.


마음이 무너지고

눈물이 자꾸 삐져나와

글씨가 흐리게 보인다.


-


'아 우리 엄마

불쌍해 죽겠네..'


-


엄마의 카톡에서

오타가 너무 늘어났다.


목소리가 너무 몽롱하다.


자꾸 울음이 터져 나와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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