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터 출산까지, 하루 만에?
요즘, 학교에서 물고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몇 번의 걸친 물고기 수업은 내 생에 첫 물고기, 화려하진 않았지만 그때 나에게 꽤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란 제브라 다니오를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이 같은 나의 추억 회상은 내 속에 파묻혀 있던 물고기 열정을 다 시 피어오르게 만들었다.
'물고기 업어오기' 발동이 걸린 나는, 실습을 하고 있는 펫 샵에 가서 이윽고 열대어 몇 마리를 입양하기에 이르렀다.
많고 많은 생선 중에 어느 녀석을 집에 들여야 하나 하루 종일 고민을 하다가, 배도 불룩하고 얼굴도 납작해 못생긴 이 볼론 몰리들에게 마음을 뺏겨 집까지 모시고 오게 됐다. 자꾸 나랑 눈이 마주치는 게 마치 개새끼들 같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생선이라니! 떨리고 설레는 마음. 조심조심 녀석들을 어항에 옮겨주고, 넣어야 할 약품도 잘 넣어주고 밥도 주고 사진도 찍고.. 그렇게 하루 종일 얘네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그날 저녁, 돌 틈 사이에 꼬물 거리는 꼬물이들이 이곳저곳 있는 것을 발견했다. 뭐야, 지렁이야? 덜컹 거리는 마음을 움켜쥐고 좀 더 자세히 살펴봤는데.... 글쎄 치어들이 돌 틈 사이에서 나와 아이컨텍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집으로 데려온 지 하루 만에 일이다. 볼론 몰리는 배가 불룩해서 임신을 한 것인지 똥배인지 뭔지 파악하기가 힘들다. 원래 이렇게 생긴 것인 줄만 알았지, 임신이라니...
이 황당한 일의 발단은 나였다. 녀석 중 한 마리가 임신을 한 채로 나에게 오게 된 것이다. 어엿한 가족이 될 녀석을 내가 억지로 떼어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하, 그래 나라는 인간이 이렇게 잔인할 줄이야..'
생애 첫 새끼 물고기들이라 긴장되고 떨리고 어떻게 해줘야 할지 모른 채 출근을 했다.
일터에서 고민 고민하다 치어항을 당장 만들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른 몰리들이 지 새끼를 못 알아보고 잡아먹을 가능성도 다분했고, 자갈 밑에 깔려 죽을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끔 살면서 마주친 어항을 떠올려보면, 자투리 공간에 작은 플라스틱 그릇이 떠 있었다. 새끼 물고기들을 위해 말이다.
발견 즉시 분리해주지 않은 나의 무지함을 탓하며, 쇠 못을 불에 녹여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숨구멍을 내고 작은 하트를 그렸다. 새끼들아 제발 죽지 말아라, 죽지 말아라 염원하며 그렇게 치어항을 완성시켰다.
하.. 그런데 집에 와보니 글쎄, 7마리 중 5마리가 죽어있었다. 녀석들이 잡아먹을까 노심초사했었는데.. 그건 아니었고 그냥 어떤 이유에서인지 녀석들은 하얀 시체가 되어 나를 맞았다. 아 살인자가 된 기분이다. 잠에 들 때까지 기분이 무척이나 좋지 않았다. 동물을 공부하는 애가 이런 것도 몰라서 애기들을 죽이다니...
그래도 다행인 건 2마리가 기! 적! 적!으로 살아남아 나의 DIY 치어 항의 가치를 쓸모 있게 만들어줬다.
며칠 사이 너무 빠르게 물이 뿌옇게 된 탓도 있고, 죽은 치어들은 빼내야 되는 이유도 있었기에 나는 물을 전체적으로 갈아주기로 마음먹었다. 새로운 치어와 몰리 일당을 위해 새벽 2시 30분, 나는 녀석들이 좋아할 만한 홈 데코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그렇게 2일 뒤, 나는 학교 교수와 과 아이들에게 물이 자꾸만 뿌예진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새끼들과 몰리들은 잘 사는데, 자꾸 물이 흐릿해서진다고, 왜 그러는지 아냐고..
그들의 대답은 : 나를, 머리를 쥐어뜯으며, NO!!!라고 소리치게 만들었다.
(다음 글에서 계속 :)
#열대어 #치어 #볼룬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