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배운 외로움을 아직도 써먹는 걸 보면

by 니디

옛날에 나 5살 때 엄마랑 둘이 산적이 잠깐 있다

엄마 재혼하기 전에


기억으로 엄마는 항상 내 손을 잡고 잠에 들었는데

나중에 이유를 물으니 내 손이 보드라워 좋다고 했다


옥탑방이라 볕이 잘 들었을 텐데 이상하게

하루 종일 컴컴했던 방 안에서


나는 엄마를 내내 기다렸다


침대에서 쾅쾅 뛰며 벽에 붙어 있는 구구단표를

1단에서 9단까지 다 불렀을 때까지도 엄마는 오지 않았다


엄마는 돈 버는 게 일이었고

난 엄마를 기다리는 게 일이었다


엄마는 집에 오면 잠만 잤다

난 엄마가 오기 전에 잠을 다 자뒀다

일상 리듬이 영 맞지 않았다


입을 반쯤 벌린 채 자고 있는 엄마를 흔들며 말했다


엄마는 왜 잠만 자

집에 오면 왜 잠만 자느냐고

나랑 놀아 나랑 놀아


미동도 없다

자게 내버려 두었다


구구단을 한 바퀴 더 돌린다

생글거리는 눈동자와 홍조 띤 볼따구를 하고 엄마를 콕콕 찔러본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고 작은 목소리로 호소하듯 묻는다


엄마

언제까지 잘 거야?


그렇게 나와 엄마 딱 둘 뿐이었는데

반쪽이 돈을 벌러 나갈 때면

나머지 반쪽은 여지없이 혼자 남겨졌다


하루 이틀 한 달 일 년

얼마동안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 배운 외로움을 아직까지 써먹는 걸 보면

짧은 기간 쌓인 외로움을 아니었으리라


엄마 손의 감촉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거칠게 변해갔다


마지막으로 손을 잡고 잠든 것이

나 결혼하기 전 날이니까

그것마저도 몇 년이 지나버렸네


퉁퉁 붓고 마디가 굵어진 엄마의 손

어쩌면 엄마 손은 나 어렸을 때도 이렇게 거칠었는지 모른다

보드라워 좋다고 했으니까

사람은 자고로 반대가 끌리기 마련이니


엄마가 내 손에 의지해 하루를 마친 것처럼

난 강아지 발을 잡는다

거칠기는 하지만 꼬순내가 나서 좋다


눈치 없이 발을 빼고는 한숨을 쉬는 녀석이지만

뭐라도 잡고 잠에 들어야 안정감이 든다

나로서도 어쩔 수 없다


그때 배운 외로움,

야심한 밤 지친 몸 뉘인 침대에서

조용히 써먹어야지


오늘 꿈에는 나 5살 때

혼자 놀고 혼자 잠들던 그 방이 나왔으면 좋겠다


엄마랑 나랑 두 손 꼭 붙잡고

두둥실 행복한 꿈을 꾸는 꿈이었으면 좋겠다


이번에는 엄마를 깨우지 말아야지

모처럼 수면제 없이 잠든 울 엄마

폭 잠에 젖을 수 있게

내가 가만히 엄마 곁을 지켜줘야지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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