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말하는 표정에 미소가 있었다면 진심이겠지

by 니디

카페에서 커피를 엎질렀다

한 모금 마시고 두 모금 마시려는데

손이 미끄러져 커피가 와장창 다 쏟아졌다


내 크림이 사망했다

주워 담을 수는 있지만

다시 컵에 담기엔 무리였다


카페를 다닌 지 족히 10년은 넘었는데

커피를 쏟다니

흘린 것도 아니고 다 쏟아버리다니

경력이 무색하다


커피를 쏟았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닦을 행주를 주실 수 있으실까요


직원은 직접 나섰다

괜찮으니 편히 계시라고

한 번 두 번 세 번 계속 말했다


제가 닦을게요 편히 계셔도 됩니다

그런데 거의 못 드신 거죠?

금방 다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사양했다


한 잔 더 사서 마시려고 했는데

아니요 괜찮습니다


직원의 호의가 네 번째로 반복됐을 때

받아들이기로 했다


미소 띠는 직원의 표정에

카드는 넣어두기로 했다


그럼 아아로 주세요 그게 더 싸잖아요

상관없습니다

저도 상관없습니다


그렇다면 산미 덜 한 원두로 드릴까요?

네 감사합니다


티슈를 호다닥 가져와 남은 커피 흔적을 정리했다

우유 비릿한 냄새가 났지만 고맙게도 에어컨이 덮어줬다


오늘은 진짜 뷰티풀 라이프다

이런 날이 있고 저런 날이 있는데


욕심을 내자면 이런 날이 좀 더 많았음 좋겠다

저런 날 보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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