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도 신기해서
여기에라도 기록을 남겨본다
이글스의 데스페라도를 흥얼거리며
서울에 왔다
먼 길을 돌아가고 있는 느낌이 들어 노래해 봤다
요즘 나는 그냥 그런 느낌이 든다
노래 가사가 그런 내용이다
이래서 나한테 몽상가라고 한 건가
몽상가는 칭찬인지 욕인지 아직도 모르겠는데
난데없이 출근길 지옥철에서
삶이 어쩌구 노래를 흥얼댄 거 보면
날 정확히 본 것 같기도 하고
역에 도착했다 2번 출구로 나와
좋아보이는 카페에 들어갔다
메가커피 말고
컴포즈커피 말고
아아가 한 잔에 오천원하는 그런 카페
아아는 절대 마시지 않을 테다
오늘만큼은 돈 생각 하지 않고
내가 마시고 싶은 커피를 주문하기로
이미 지하철을 탈 때부터 작정했지
크림 화이트라테 주세요
육천 원입니다
머무르고 싶은 자리가 여러 군데라
자리 선정에 애를 먹었다
신기한 일은 지금부터다
아니 글쎄 카페에서
데스페라도가 흘러나오는 게 아닌가!
지난 몇 년 동안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지난 몇 년 동안 한 번도 흥얼거린 적이 없었는데
내 입에서 줄줄 나오던 곡이
이제는 스피커에서 줄줄 서라운드로 흐르고 있다
카페 백색소음까지 섞여
더욱 운치 있게 들린다
취향에 맞는 음악을 우연히 만나면
몸서리칠 만큼 기분이 좋아진다
모르는 곡이면 제목을 꼭 물어보고
아는 곡이면 따라 부른다
이글스가 지나가고
조지벤슨이 왔다
조지벤슨이 지나가고
이번에는 스티비원더가 왔다
잘 알고 있는 곡이라
제목을 물을 필욘 없다
내가 언제 우울했지
지금 이렇게나 기쁜데
아
조울증인가
에라
그런데
신기하지 않나요?
저만 그런가요?
이 곡
케이팝 아니고 1973년에 미국에서 나온 노래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