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하고 무감각하게 하루가 시작된다
요즘 나의 일상은 대부분 같은 톤을 유지하고 있는데
나는 이 점이 참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잘 못 꾀어가고 있는 뜨개질처럼,
나의 일상도 뭔가가, 무엇인가가 분명히 잘못됐다
그냥 내 느낌이 그렇다
재미있는 거 뭐 없나
모르겠다
바닥에 누워있는 고양이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똑같이 땅바닥에 누웠다
따뜻한 녀석들의 털냄새에
알러지가 올라오지만 우선 참아본다
꼬순내 나는 녀석들의 발을 꼬옥 잡고
또다시 생각을 한다
아침이 이래도 되는 거야?
눈치 없는 고양이는 집사맘도 모르고
발을 슬며시 내뺀다
'일어나면 침대 정리정돈을 해라.'
'아침이 주는 상쾌한 공기를 폐 속까지 들이마셔라.'
'오늘의 아침은 어제와 전혀 다른 세계다.'
아침을 두고 하는 좋은 말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아침에 일어나면 물 한 잔 마시는 것도 내키지 않을 때가 많다
블루베리 스무디를 만들어 먹었다
근데 믹서기 뚜껑을 안 닫고 냅다 갈아버렸네
온 사방에 우유 섞인 블루베리가 튀었다
우유 비린내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손에서 나는 건가, 옷에서 나는 건가
항상 때를 놓치지 않는
자기혐오가 잽싸게 나를 덮친다
믹서기에 남아있는 스무디를 홀짝댔다
버리면 아까우니까
맛은 있네, 생각하며
바닥을 닦았다
그새 굳어버린 우유가 바닥에 자국을 남겼다
비린내가 심해졌다
짜증이 난다
바닥에 탈취제를 냅다 뿌려본다
비린내와 탈취제가 섞인 냄새가 난다
자기혐오가 날 큭큭대며 비웃는다
나는 그냥 자리를 떠버린다
이럴 때 가장 간편한 방법은 도망이다 도망
도망이 그리 나쁘거나 비겁한 게 아니다
동물들은 생존방법으로 도망을 가장 먼저 선택한다
도망가자 도망
자기혐오?
짜증?
비린내?
도망가자 도망 그게 젤루 빠르다
입 안에 블루베리 단 맛만 남겨놓고
몽땅 팽개치고 도망가자 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