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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Nov 17. 2023

단기알바를 하며 드는 생각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을 굉장히 많이 느끼는 요즘이다. 가게를 정리하고 한 달 정도는 정말 집에만 있었다. 사람을 좋아해서 시작했던 가게였는데 사람을 싫어하게 되는 나로 마무리하고 칩거를 시작했다. 내 상황에 대한 얘기하는 것도 귀찮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그 시간도 고통스러워 동굴로 들어갔던 한 달. 학자금대출 조금을 제외하곤 없던 빚이 생겼고 죽지 않는 한 끝없이 자라는 식물처럼 커가는 전세대출이자가 입 벌리고 기다리고 있기에 놀아서는 안 됐다. 그러던 중 15년간 살아왔던 동네를 떠나기로 결정했고 곧 대이동이 있기에 장기로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예전에도 쉬는 동안 가끔 했던 단기알바를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 사회로 나갔다. 그 사회에서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며 생각하는 뇌가 다시 일하기 시작했다.


 일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포인트는 누군가와 함께 해야 한다는 점이다. 참 별나고 예민한 나란 인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같은 부분에 대해 고통받고 있지만 그 대부분의 대부분은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견뎌내고 버티면서 사회생활을 해나간다. 한자 모일 회를 달고 있는 회사라는 단어, 그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글을 쓰는 지금, 지하철을 타고 일하러 가는 중이다. 앞선 글에 언급했던 나의 욕심, 그 누구와도 닿고 싶지 않은 욕심을 몸을 웅크리는 내 노력에도 불구하고 충족시킬 수 없음에 화가 나 있다. 화나게 만드는 이 인간의 행태는 객관적으로도 배려 없는 무례함이다. 커다란 배낭여행용 가방을 다리사이에 끼워 두 다리를 한껏 양쪽으로 벌린 이 중년을 어찌하면 좋을까. 이럴 땐 부당함과 불편함에 참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그 와중에 다행이라면 길지 않은 시간 고통받았다는 것.


  단기알바의 최고의 장점은 아무리 거지 같은 인간이라도 며칠만 참으면 다시 안 봐도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어서 좋다. 일하는 기간이 짧은 특징 때문에 일하러 오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원래 하던 무언가를 멈추고 교차로에 서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비슷한 고민들을 얘기하고 그 안에서 내가 생각지 못했던 점을 발견해 유레카를 얻으면 그것이 좋은 트리거가 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4개 국어를 하는 친구와 40킬로를 뺐다는 친구에게서 큰 자극을 받았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니까.


지금까지 난 그 친구들처럼 정말 최선을 다해 온 힘을 쏟아서 했던 게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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