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하지 못한 앞선 글에는 1달 후 타지로 이동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는데 이제 보름도 남지 않은 시점이 되었다. 보름이란 시간 동안 글로 남기고픈 생각들이 늘어나 까먹지 않으려고 최근부터 노트에 쓰기 시작했다. 그만큼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남겨진 노트의 이집트 상형문자 같은 글자들이 지금처럼 완성된 글로 업그레이드되기에는 가로막는 게으름이란 담벼락이 너무 튼튼하다.
남은 시간을 언급하고 시작하는 이유는, 내가 이동한다는 소식을 들은 이들이 경기도를 떠나기 전에 나와 만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어서다. 그 사실이 어느 날 갑자기 크게 다가왔다. 가게를 하며 손님으로 시작한 인연의 사람들, 길지 않았던 배드민턴 레슨을 같이 하고서 친구가 된 친구,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는데도 나의 소식을 듣고 연락 와 만나자는 친구들까지. 그들의 시간을 내어 줄 만큼 난 꽤 괜찮은 인간인가 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 재미난 사실은 단기로 가는 행사알바에서 멋진 사람들 한 명씩은 꼭 만나 새로운 좋은 인연이 생긴다는 것. 금방도 그중 한 친구랑 인스타로 한참을 대화하고 글을 쓰러 돌아왔다. 그 친구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같이 일했을 때 좋은 사람이라는 게 너무나 느껴졌었는데 어쩌다 바로 다음 행사에서 다시 만났다. 여기서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있다는 걸 뒷받침할 만한 이야기를 하나 하자면, 언젠가 꽤 오래 했던 일터에서 새로운 사람을 구하는 면접에 나도 옆에 앉아 참관하게 된 적이 있다. 괜찮은 친군거 같다는 내 의견의 주인공은 일머리도 있었고 꽤나 긴 기간 동안 함께 일해줬었다. 새로운 친구들이 올 때마다 말로 뱉진 않았지만 느꼈던 초반의 낌새들이 얼추 다 맞았다는 내용을 적으며 사람 보는 눈에 대한 능력을 피력하는 중에 갑자기 나의 연애들이 생각나니 자신이 없어졌다. 어쨌든 좋은 사람들은 잠시만 봐도 느껴진다는 것.
나를 찾아주는 고마운 사람들은 내가 그들을 좋아하듯이 반대로 나를 좋아해 준다는 건데 나의 어떤 점을 좋아해 주는 걸까. 연락하는 걸 귀찮아해서 자주 연락하는 것도 아니고 중요한 날을 잘 챙겨주는 것도 아니고 번듯하게 성공한 사람도 아닌데 왜일까라고 생각한다면 문제에 대한 편협한 답을 찾는 틀에 박힌 내가 되는 거겠지?
아마도 30년이 넘는 세월이 만든 나 자체를 좋아해는 것이 아닐까. 내가 가진 어떤 점 하나 때문이 아니라 물 70%를 포함한 여러 물질들로 구성된 '나'라는 인간이 여러 면에서 꽤나 괜찮아서 그런가 보다라고 결론 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