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는 사라졌지만 인스타의 가게 계정은 아직 활성화해 놓고 고객이었던 소중한 사람들과의 마지막 연은 끊지 않은 상태로 남겨뒀다. 그리곤 가끔 나 혼자 보기 아까운 순간들이나 생각을 짧게 스토리로 계정이 살아있음을 알렸다. 오늘은 식물 사진을 올렸다. 구근식물 중 하나인 알부카 스피랄리스 두 친구의 사진을. 얘네는 여름에 잠을 자고 겨울에 깨어나는데 좋은 햇살을 받으면 파마한 듯 꼬불거리는 줄기가 특징이다. 가게에서 다 정리하지 못하고 데려온 두 친구가 전혀 다른 모양이서 생각의 좋은 소재가 되었다. 한 친구는 일찍 깨어나 긴 머리에 파마를 마친 상태였고 다른 친구는 늦게 깨어나 이제 볼륨매직을 살짝 한 단발머리 정도의 길이였다.
미용실에
몇 시간을 앉는 고통 없이
햇살로 빠마하는 부러운 친구.
여름엔 통잠도 잔다는.
너무 부럽다
식물도 나처럼 잠이 많아 늦잠 자는 친구도 있다.
그럼 뭐 어때
이렇게 쇠스랑처럼 귀엽기만 한데
스토리를 보고 고객으로 만난 친구 하나가 나에게 디엠을 보냈다. 아무리 봐도 이과감성이 아니라고. 나는 아무래도 이과 문과 반반인 것 같다고 답했다. 그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왜냐면 양자역학과 천문학에 관한 영상을 잔뜩 보고 난 뒤 베란다에 나갔다가 보이는 친구들을 사진 찍어 스토리에 올렸으니까. 재밌는 사실 하나는 이사 가는 대전이 과학의 도시라 조금 더 좋다는 것이다. 과학으로 뭘 할 것도 아닌데 그냥 마음이 편해진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