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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Mar 11. 2024

다시 시작해 보는 글


저장된 마지막 글이 작년 11월 중순이다.

역시나 나에겐 꾸준함이 가장 어려운 것. 꾸준함을 이어가지 못한 데에는 이유가 있기도 하다. 그동안 꽤 많은 일들을, 그리고 나 자신과의 정신력 싸움을 하느라 긴 시간을 보냈다. 지금도 그 과정 중에 있지만 사람다운 일상을 찾고자 애쓰는 일환으로 글쓰기부터 시작해 본다. 이별도 글을 쓰며 극복했던 경험으로 생각이 많고 마음이 복잡할 때에는 글을 쓰다 보면 조금씩 실타래가 풀린다. 실타래라는 단어로  관용어처럼 표현했지만 쓰면서도 나에겐 더 현실적인 이어폰 줄을 푸는 상상을 했다. 평소에 실을 풀 일은 거의 없으니까.

요즘 다시 줄로 된 이어폰을 쓰고 있어서 블루투스 이어폰의 충전지옥에서 엉킨 줄 풀기 지옥으로 옮겼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에게 적절한 시기에 다가온 유행 중 하나가 줄이어폰 아닐까 싶다. 오른쪽 귀, 오른쪽 에어팟을 잃어버린 후 어떤 것을 사서 양쪽 귀를 얻느냐의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다. 새로운 한쪽을 사서 오래된 에어팟을 또 쓰자니 양쪽 귀의 닳음이 다른, 눈에 보이지 않는 불균형에 대한 마음의 불편함과 쓸데없는 욕심에 이왕이면 좋은 걸 사는 게 낫지 않나 싶은 마음까지. 가게를 정리한 후 소비를 줄이고 궁핍하게 살아가는 내 처지에 무슨 사치인가 싶은 찰나였다. 혹시나 동생이 안 쓰는 귀들이 없나 물어봤는데 줄이어폰을 추천해 주는 거다. 요즘 젠지들에게 유행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예전엔 공짜로 들어있던 줄이어폰이 지금의 가격일 때 따로 사는 비용이 비싸다 느꼈는데 보편화된 블루투스 이어폰 가격에 비하면 저렴하게 느껴지는 매직. 이만 얼마에 구매해서 요즘 또 신나게 음악을 듣고 있다. 그런데 며칠 전 오랜만에 서울 놀러 갔다 들른 화장실에서 나오는데 누가 뒤에서 날 잡는 거다. 뒤돌아보니 이어폰 줄이 화장실문 손잡이에 걸려서 잡아당겨졌던 것. 이외에도 두툼한 겨울옷에 이리저리 마찰로 줄이 당겨지다 보면 귀가 내려앉는 느낌에 거북목이 되는 느낌까지 더해진다. 그래도 양쪽 귀가 균형 있게 생겨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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