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의원님께
금태섭 의원님, 저는 의원님의 지역구 강서(갑) 지역에 살고 있으며, 작년 총선에서 의원님에게 한 표를 던졌었습니다. 의원님께서는 선거운동 마지막날의 한 장면을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투표일을 앞둔 전날 밤, 늦은 시각 귀가하는 유권자들을 만나기 위해 의원님은 까치산역 역사 안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계셨지요. 저는 이미 사전투표로 의원님을 지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먼저 다가가서 악수를 청했습니다. 여느 유권자이겠거니 생각하시며 손을 잡으신 의원님께 저는 이렇게 말했었지요.
"저는 노동당원이고요, 사전투표로 이미 후보께 표를 던졌습니다."
감사하다고 하는 의원님의 인사에 계속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당선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만약 당선이 되시면 앞으로 소수정당의 목소리에도 귀를 꼭 기울이겠다는 약속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의원님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그 고개 끄덕임을, 저는 선거일을 앞둔 시점에만 유효한 수사적인 행동일 뿐이라고 저는 전혀 생각치 않습니다.
의원님께서는 의원이 되시기 전 변호사 시절에도 계속 권익을 침해받는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활동들을 해 오셨던 것을 알고 있습니다. 또한 의원이 되신 후에도 수사 과정 및 재판 과정에서의 피의자의 인권, 교정시설에서의 수용자의 인권을 확보하기 위해 계속 목소리를 내셨고, 법안도 발의해 오셨습니다. 또한 이 땅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조감한 소설인 "82년생 김지영"을 국회의원 전원에게 돌리며, 국회 내에서 젠더 차별이라는 사회적 문제도 부각시키려 하신 점 잘 알고 있습니다.(저는 이를 트위터에 올렸는데 이것이 몇 천 RT가 되며 의원님의 이 활동을 크게 홍보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300명의 국회의원들 중 그 누구보다 이 땅의 소수자와 약자,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활동해 온 이가 의원님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활동을 계속해 나가실 수 있는 분이라는 것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어떤 소수자와 약자의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군형법 제92조의6"이 있습니다. 이 법조항이 얼마나 악법이며, 또한 소수자를 멸시하고 차별하는, 얼마나 폭력적인 법조항인지는 저보다도, 검사와 변호사로 재직해 오신 의원님이 보다 더 잘 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제 이 법조항에 의해 한 군인이 징역 2년이 구형되었습니다. 성적 지향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으로 인해, 어떤 존재적인 측면으로 인해, 단지 그 이유만으로 누군가는 "위법자"가 되게 생겼습니다. 그의 행위는 군대 내라는 공간에서 이루어진 것도, 그 어떤 강제성이나 폭력성을 수반한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어떤 법안 발의를 하기 위해서는 10명의 의원이 필요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군형법 92조의6 폐지를 발의하는 데에 그 10명이 부족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의원님께서 그 10명 중 한 명이 되어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내 지역의 지역구 의원이, 그 누구보다 인권감수성에 민감한 의원이라고 믿고 있기에 이렇게 드릴 수 있는 말씀입니다.
어떤 개체가 그 개체가 가진 존재론적 측면 때문에 위법자, 범법자가 되는 나라를 의원님도 원치 않지 않습니까.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어디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피부색이 어떻다는 이유로, 신체 및 정신적으로 어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학력이 어떻다는 이유로, 성별이 무엇이라는 이유로, 성적 지향이 어떻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제가 열거한 그 어떤 "이유"도 누군가를 차별할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없지 않습니까. "民" 중에서 그 어떤 이유로 "民"에서 배제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될 수 없지 않습니까.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제92조6 폐지를 위한 활동에 함께해 주십시오. 그러신다면 저는 앞으로도 의원님의 계속된 의정활동을 지켜보며 지지를 해 드리고 또한 차기 선거에서도 의원님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또한 이는 저와의 약속이기도 합니다. 소수정당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겠다고 하셨지요. "제92조의6 폐지"는 소수정당의 목소리이기도 합니다. 저는 의원님의 작년 5월 고개 끄덕임을 그저 정치적인 수사로 기억하지 않으며 또한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 2017. 05. 18.
페이스북에 썼던 이 글에 금태섭 의원이
"좋은 말씀과 글 감사합니다.^^
군형법 제92조의6은 헌법재판소에서 5:4로 합헌 결정이 났지만 개인적으로는 소수의견과 같이 위헌이라고 생각합니다. 폐지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라고 댓글을 달아주셨었다.
비록 이번 총선에 공천되지 못해 우리 지역구 의원으로 다시 만날 수 없지만 계속 그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