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폰은 대개 조용한 편인데, 큰 집회가 있는 날이면 매우 요란. 예전에 수업 들은 학생, 지금 수업 듣고 있는 학생, 연락이 뜸한 후배들, 친구들. 마치 난 당연히 집회에 있을 것이라는 듯. 노동당 근처인데 어디냐고. 글구 대체로 나는 거기에 있다.
담주에도 나오나요? 아니 난 담주는 못 가요. 며칠에는 나오시나요. 그럼 그때 뵐 수 있음 봐요. 먼저 가요. 몸조심해요. 네 조심히 들어가요. 등등으로 주고받는 바이바이 인사. 이런저런 면에서 08년이 참 많이 생각나는 요즘이다.
나랑 정치색이 비슷한 사람들, 그리고 짙고 옅음이 다른 사람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일수록 그 스펙트럼은 더욱 선명한 무지개가 되지. 백명이 모이면 백만큼의 갈등이, 십만이 모이면 십만만큼의 갈등이, 백만이 모이면 백만만큼의 갈등이.
그 갈등들이 민주주의를 만들지. 직선들이 아니라, 지그재그와 곡선들의 합이 면적이 있는 어떤 화살표를 만들지. 그리고 담주에 보자, 조심히 들어가 같은 인사들이 다음을 만들지, 갈등 그 너머의 갈등을 약속하며, 광장에서 또 보자는 언약들.
그치만 큰 화살표만이 견인의 힘을 가진 것은 아니니까. 우리가 광장에서 살아갈 것은 아니니까. 우리에게 주말에만 민주주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니까. 주중에도, 삶의 현장에서 작은 화살표들을 만들어 가자는 약속들을 함께 연락 나누고 싶다.
그래서 나의 가장 큰 투쟁의 장과 운동의 장은 강의실이고 토론의 동료들은 학생들이고, 그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고, 그들 덕분에 내가 불편해지고 싶고, 갈등을 빚고, 얼굴이 붉어지고 싶고, 그리고 다음 시간에 또 보자고 바이바이 인사를 나누고 싶다.
- 2016. 1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