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커피는 머그잔에 나와요

by 윤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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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커피를 자주 시킨다. 사실 일반 따뜻한 아메리카노랑 뭐가 다른건지는 모르지만. 가격도 몇백원 더 싸고, 무엇보다 이름이 귀엽다. 오늘의 커피라니. 시간이 붙으면 뭔가가 더 재미있다. 오늘의 커피, 오늘의 운세, 이주의 영화, 올해의 앨 범, 목요일의 플루토, 토요일밤의 열기, 토요일은 밤이 좋아... 무엇보다 오늘의 커피는 머그잔으로 준다. 내가 다니는 카페 만 그럴지도 모르고, 다른 메뉴도 "머그잔으로 주세요"한마디면 담아줄수도 있지만... 이상하게 오늘의 커피를 시킬때만 "머그잔에 드릴까요?"라고 물어본다. 머그잔에 주세요, 라고 말하는거와 네, 라고 말하는건 다르다. 공감하는 사람은 없을 지 모르겠지만, 한 평생을 이렇게 살아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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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슬프게도 지금, 오늘의 커피가 테이크아웃 잔에 담겨져 있다. 너무 뜨거운건 못마시기 때문에 뚜껑을 열고 멍하니 쳐다봤다. 원래 머그잔에다가 주는건 아니구나. 혹시 그 알바생만 머그잔에 주는걸까. 메뉴가 문제가 아닐수도. 아니 애초 에 난 왜 머그잔을 좋아하지. 일회용 용기의 사용을 줄이자! 하는 환경적인 의미는 아니다. 그냥 난 머그잔이나 유리잔, 스테인레스 잔이 좋다. 지금은 없어진 홍대의 어느 카페서 라떼를 시키면, 우유와 큐브 에스프레소가 따로 나온다. 우유가 담긴 깜찍한 병이 너무 귀여워서, 따로 팔진 않냐고 물어보기도 했었다. 생각보다 쉽게 검색해서 살 수 있어서 조금 김빠졌던 기억이 난다. 머그잔과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어쨌든 잔이 예쁘면 기분이 좋다. 아니, 뭐든지 예쁘면 더 좋긴 하지. 당연하다면 당연하고 슬프다면 슬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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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커피와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무슨 차이점이 있는지 궁금하긴 하지만, 굳이 검색해보고 싶진 않은 마음. 살아가다가 어쩌다 알게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