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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이란 뭘까. 아침 6시에 일어나서 단어의 뜻이 궁금해졌다.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몸과 마음을 다하여 애를 씀". 단박에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리얼 이라는 만화책이 떠올랐다. 거기서의 노미야는 목적이 없다. 뭘 하고 싶은건가, 뭘 이루고 싶은걸까.
1.
농구는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프로가 될 정도의 것은 아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삿짐 센터의 사장은 시종일관 노미야를 쪼아대며 한시도 쉬지 못하게 한다. 고단하고 힘들지만. 이 일을 해서 내가 뭘 이룰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머리 끝까지 차오르는 화를 겨우 겨우 눌러내고 캄샤합니다! 라고 외친다. 내가 가는 길이 어디로 가는진 모르겠지만, 어디를 가더라도 이어져 있다는 생각. 그렇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 단순하고 깊이는 없었지만, 참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생각이다.
2.
인상 깊은건 회식때. 하나 둘 형식적인 식사를 끝내고 집으로 간다. 어차피 돈 다 모으면 나갈테니까, 난 없는 셈 쳐. 그럼 나도 갈래. 노미야는 그래도 같이 이야기좀 하고 그러지? 물어보지만, 밴드를 한다는 한 친구는 그런 노미야를 한심해 한다. "넌 무슨 목표 같은 것도 없냐?". 음... 목적이 아니라 목표라고 이야기하긴 했지만, 대충 뭐 노력의 요소는 맞잖아 목표나 목적이나. 중요한건 어떠한 길을 지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애를 쓰는게 노력이라는 얘기잖아. 목표도 없이 어영부영 사는 놈! 이라는 소리를 듣는다면. 그건 노력하지 않는 삶인가? 아니 딱히 노력하지 않는단 소리 들어도 별 타격은 없지만... 그렇게 되면. 노력이라는 단어가 너무 불쌍하잖아? 방황하는 사람을 우습게 보는 기고만장한 단어 녀석. 싫은 단어가 되버릴 것 같다, 노력. 무슨 기만 이나 이간질 같은 단어들이랑 묶일 것 같은데.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노력이란 단어를 찾아봤구나. 어떤건 노력이고 어떤건 노력이 아닌가 궁금해서. 하여튼 그런게 중요한게 아니라.
3.
이어서 말하자면, 그때 노미야가 했던 말은 대충 뭐라더라. 목표가 있어서 좋겠네. 나는 목표가 없고 뭘 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지금 여기가 내 길에 이어진다는 것은 확실하다. 니가 짓밟고 있는 이 순간이 나에겐 소중하다. 1번에서 이미 얘기했구나. 어제 우연히 스티븐 킹의 글을 조금 읽었는데. 글을 잘 쓰려면 문단을 잘 써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문단이 곧 글의 장단이다. 나는 망했네. 문단을 대충 나중에 읽기 편하려고 나누는 수준인데. 급하게 1번이랑 다른 요소를 좀 더 채워 넣어야겠다. 어... 킹의 글 말고도 스타일에 대한 글을 읽었는데. 결국 나는 한 평생 스타일에 대한 압박을 느껴왔다. 압박이라고 표현하기엔 즐거웠으니, 뭐랄까 강박? 중박 정돈가. 하여튼 스타일을 내기 위한 노력은 없었지만, 내가 가진 스타일을 없애지 않으려는 노력은 줄곧 해왔다. 글로 치면 글을 쓰다가 삼천포로 빠지는게 즐거웠다. 그러다 그 삼천포가 처음의 주제와 맞닿아 있을 때의 쾌감 비슷한걸 느꼈다. 하지만 그건 우연적인 요소고. 기본적으로 지나치게 자유로워서, 소설을 쓴다고 해도 중간에 수필이 끼어 있었으면 했다. 영화를 만들어도 중간에 편집 오류가 보여지고. 그 오류를 다시 수정해서 랜더링을 거는 장면이 들어가도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확실히 글이나 영상을 해치는 장치다. 하지만 스타일이라는게 무조건적으로 긍정적으로만 발휘되어야 하는가? 좀 해치면 어때. 강렬한 무언가는 때로는 부정적인 역할로도 나타난다. 그 왜. 라이브 할때 음역대를 넘어서 목이 완전히 갈라지는데. CD에서 들었던 그것보다 확연히 못 부르는데. 그 에너지가 느껴져서 라이브만 찾아 듣는 곡 같은게 있잖아? U2의 몇 몇 라이브가 생각나기도 하고. 아니 난 딱히 에너지는 없지만. 대충 그런게 스타일이 아닌가 하는 얘기지.
4.
어... 그러니까 억지로 뒤늦게 노력이랑 주제를 붙여 보자면. 나는 스타일을 확고하게 밀고 나가려는 노력 중이구나. 아니 그런데 이런 스타일을 구축해서 뭘 할건데? 내 목적이 뭐야. 그게 없으면 노력이 아니라는데. 그치만 노력 안한다는 얘기 듣기는 싫으니까... 어 그 대충 저기, 이런 스타일로 쓰여진 산문집을 내서. 작가라는 소리를 들어보는건 목적으로 조금 그런가요...? 아니면 나도 노미야처럼. 이런 스타일이 구축되어서 어떤 식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때가 지금의 나와 이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게 될 때에. 혹은 출판을 하거나 전시, 규모가 큰 프로젝트를 할 때에도 나의 스타일이 녹여져 있는 것을 원합니다. 그리고 그 스타일은 기술이나 뛰어난 감각이 아닙니다. 오히려 퀄리티로 보면 마이너스 요소일지도 모르고, 사전 미팅에서 그 스타일을 빼줬으면 하고 원하는 클라이언트도 많겠지요. 그렇다면 그런 자리에서. 뭐 어디로 할까. 구글? 구글 본사 미팅 자리에서. 일단 챙겨 주신 아이스 커피는 아까우니까 다 마시고. "그렇다면 저희와는 인연이 없는 것 같네요. 저희는 그런 작업은 하지 않습니다", 라고 말하며 일어설 수 있는 사람. 집에 돌아와서 내가 왜 그랬지 하고 낑낑댈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선택을 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애를 쓰고 있습니다. 그럼 저 이제 노력이라는 단어를 써도 될까요? 제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