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색보정을 안 해도 되는 촬영이 좋은 촬영인가. 사실 필름 시절부터 색보정의 역사는 이어져 왔으니까(오히려 그때는 인화 과정에서부터 색을 만졌으니 더했으면 더했겠지),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프로세스는 아닐 것 같다. 나는 지금 내 눈에 보이는걸 그대로 담고 싶은 사람이지만, 거의 9할 9푼은 눈에 보이는 것 보다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어한다. 아름다운 것을 만들고 싶으면 아름다운 것을 보면 되는데, 아름다운 것이 보이지 않으니까 뒤늦게 아름답게 만든다. 그 과정이 색보정이라고 치면, 꽤 비판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는 단계가 아닐까? 촬영에서 사고 친 다음 수습하는게 색보정이라니. 끔찍하다.
2.
다행히 색보정이란건 그렇게 단순하진 않고, 촬영에서 할 수 없는 표현과 각 클립간의 밸런스를 맞춰 준다. 촬영때는 충남 아산에서 찍은거랑 경남 양산에서 찍은게 같을 수 없지만, 색보정으로 가능하다는 얘기. 보컬 녹음을 제 아무리 잘 했다고 하더라도, 음악 전체의 밸런스를 맞춰야 듣기 좋은 노래가 나오는 법. 영상도 마찬가지다. 컷이 예쁜게 중요한게 아니라, 컷이 얼마나 잘 이어지는지.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지. 그런 관점으로 보면, 색보정은 무언가를 튀게 하는게 아닌 아무것도 튀지 않게 하는 역할일지도 모르겠다. 아 물론 압니다. 색보정이랑 색균일화랑 다른거. 그게 제가 하고 싶은 말이었거든요.
3.
그러니까, 색의 균일화만 하면 되지 않나? 이게 궁극적인 의문입니다. 뮤직비디오야 뭐 그래 카메라에 담기지 않는 환상의 세계를 표현한다 쳐. 다큐멘터리에서는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지 않나요. 편집하면서 느낀건데, 이래 저래 색보정하면 더 예쁘긴 하지만 당시 내가 봤던 풍경은 이게 아니거든요. 그런데 그걸 이렇게 만들어버리면, 제 기억은 어디로 가나요? 기억을 담고 싶어서 기록을 하는데. 기록한게 제 기억과 달라요. 이건 문제가 됩니다. 물론 잘못 기록한걸 수습하는 역할로는 괜찮아요, 저도 가끔 화밸 엉망으로 찍을 때 있거든요. 그런데 잘 찍어놓고 지금 생각해보니까 이게 더 예뻐서 수정한다? 그럼 안되지 않을까요. 더 예쁘면 안되지 않을까요.
4.
다큐멘터리 감독에게 색보정이란 어떤 의미를 가질까. 현실의 반영보다 시각적인 쾌락, 혹은 이야기의 무드를 우선시하나. 생각해보면 조금 심각한 이야기를 할 때에 색온도를 차갑게 내린 적이 있다. 그런 것도 안된다는거에요? 글쎄 뭐 안되지 않을까요. 아니 안될것 까지는 아니지만, 안 하면 더 좋지 않을까요? 찍을 때 잘 찍는게 제일 좋지 않나요. 저는 언젠가 눈으로 보이는 그대로 기록하는 매체가 나타난다면 바로 눈알에다 박을거에요. 제가 눈으로 본게 가장 완성형 기록이 아닐까요? 기록을 재해석하고 재배치해서 재탄생 시키는건, 연출과 편집으로 충분하지 않나요? 다큐멘터리의 색보정. 필요한가? 오늘은 의문만 던지고 사라지겠습니다. 엄청 멍청한 질문 같은데 너무 어렵게 해석하는 것 같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