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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동규 Feb 09. 2022

쓸데없이 승차감 끝내주는 렉카

[★★★☆☆] DUNE (2021)

1.

듄이다. 그 듄이다. 아이맥스로 봐야한다 아니다 용아맥에서 봐야 진짜다 뭐 원작 소설 읽어라 세계관이 어쩌구 듄 보기 전에 이 영상 봐야 한다 뭐라뭐라 워낙 호들갑을 떨어대서 피곤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야기거리가 많은 영화다. 별점 3점 줬다고 구린거 아니냐 생각할수도 있지만, 잘 만들긴 진짜 더럽게 잘 만들었다. 일반 상영관에서 봤는데도 중반부터 끝날때까지 벌린 입을 다물기가 힘들었다. 마스크 써서 다행이지. 그렇지만 별점이 왜 3개냐.


2.

요즘의 추세는 캐릭터보다 세계관이다. 인물 하나 하나가 얼마나 깊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지보다, 얼마나 깊은 세계관에서 다양한 인물이 나오냐에 열광하는 세상이다. 듄 part1의 이야기 구조는 정말 심플하다. 심플하고 심플하고 심플하다 못해 얼핏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어떤 멸망한 가문에서 살아남은 영웅이 새로운 동료들을 만나 권력을 취한다. 무협지 100권 중에 84권 쯤은 이런 내용일 것이다. 티모시 샬라매의 베일 듯 한 턱선 클로즈업은 남자가 봐도 황홀했지만, 캐릭터가 매력적이긴 해도 깊지는 않았다. 시종일관 꿈속에서 치명적인척 야리는 젠다이야도 곱게 보이진 않는다. 굳이 인상 깊은 캐릭터를 꼽자면 아버지와 어머니인 오스카 아이작과 레베카 퍼거슨 정도였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와서 제일 기억에 남는 얼굴 하나만 꼽자면 한스 짐머 얼굴이었다. 영감님 이번에 진짜 작정하셨네요.


3.

그렇지만 캐릭터가 얕다, 깊이가 없다 같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세계관의 짜임새다. 실제로 원작 소설의 깊은 세계관을 충분히 다 담아서가 아니라, 그 중 일부만 담았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탄탄하게 보여지냐의 차이였다. 우리는 여기서 드니 빌뇌브의 컨택트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테드 창의 원작 소설을 읽을 때, 누구 하나 저런 듣도 보도 못한 형태의 우주선. 햅타포드 디자인, 언어 체계의 시각적인 표현을 떠올리진 못했을거다. 드니 빌뇌브는 말하자면 없던 것을 표현하는데 가장 특화된 감독이다. 그것도 이렇게 대중적인 언어로. 퀘벡 출신에 프랑스어가 모국어이면서 헐리우드에 이렇게 특화되어 있다니. 그가 보여주는 듄의 세계에 설득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캐릭터보다 세계에 빠져든다. 듄에서의 캐릭터는, 세계를 구성하는 요소로서 존재한다.


4.

아무리 별 것 없는 스토리지만, 안 본 사람들을 위해서 조금 설명하자면. 뭐 몇만년인지 미래에 우주에 여러 행성이 있고. 또 황제가 있는데, 석유 독점권을 다른 집안에게 넘겨주는데 뭔가 이상하게 꿍꿍이가 있어 보이는데 그게 사실이었다니, 장첸 이 못된놈 우린 망했어 아쿠아맨 안돼! 흑흑 하지만 우리에겐 사막이 있어 같은 내용이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 버리고 사막으로 통째로 포장이사 하더니, 아빠가 말벌에 쏘여서 어금니 쑤셔 박히는 동안 꿈에서 주구장창 스파이더맨 여자친구만 떠올리다 엄마랑 애꿎은 흑인 남성을 살해하고 아쿠아맨의 복수를 하는 내용이라고도 볼 수 있다. 구미가 당기는 줄거리가 됐길 바랍니다.


5.

예고편도 안보고 극장을 갔었는데, 예고편이라도 봤었으면 하다못해 천호 아이맥스라도 갔을 것 같다. 사실 그래비티 정도 제외하면 "야 이건 아이맥스에서 봐야 해"같은 이야기를 싫어하는 입장인데. 확실히 듄은 아이맥스에서 보기 좋은 영화 월드컵 같은거 하면 4강까지는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만약에 돌비관이 자리가 남으면 그걸 노리는 것도 매력적일 듯 하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한스 짐머가 자기 수명이라도 깎아내리며 만든 것 같은 음악들이 시종일관 심장에 때려박히는데, 한스 짐머는 듄 원작 소설의 광팬이어서 1984년 데이빗 린치 버전도 안봤다고 한다. 언젠가 만들어진 자신이 작업한 듄 영화음악에 영향을 받을까봐. 하여튼 호들갑은. 이야기가 나와서, 1984 버전 듄(한국 개봉 제목은 사구)은 그렇게 추천하는 퀄리티의 영화는 아니지만, 2021 듄을 보고 나서 보면 비교하는 재미가 있는 영화라고 한다. 유튜브에 1500원인가에 볼 수 있으니까 보고 옵시다. 나는 그정도로 좋진 않아서...


6.

이쯤에서 별점이 깎인 이유를 말하는게 맞지 싶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건 영화 산업의 미래다. 듄은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하나의 장르를 만들어냈다. 뭐 스릴러, SF, 심리 수사물 이런 장르 말고. "단편", "장편" 등으로 존재하던 극장 개봉 영화들 사이에 "시리즈물"이라는 장르를 본격적으로 내밀었다. 아주 노골적으로. 무슨 소리야. 반지의 제왕도 있고, 스타워즈도 있고, 매트릭스 뭐 터미네이터, 마블만 해도 몇개야 어벤져스는? 스파이더맨은? 해리포터 죽음의 성물 1부 2부 몰라? 안다 안다. 스타워즈만 빼고 나도 다 봤다. 보고 하는 소리다. 얘네들이랑 듄은 근본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쉽게 얘기하자면, "장편 영화"들이 "시리즈"로 연결된다는 점과. "시리즈 영화"라는 장르로 만들어진 것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7.

결국 장편 영화는 다음편이 있든 없든, 지금 이 한 편 안에서의 이야기에 기승전결을 가진다. 다음 편으로 이어진다고 해서 이야기를 도중에 자르거나 하진 않는다. 그건 드라마가 가진 작법이다. 실제로 드라마 시나리오 작법 수업을 들어보면, 가장 큰 무게를 두는 지점이 다음 에피소드를 궁금하게 하는 포인트이다. 영화의 작법과는 엄연히 다르다. 영화에서는 극장에 들어온 관객들을 이야기적으로 만족시켜야 한다. 이런 생각이 꼰대고, 듄이 미래다! 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극장 안해서 이야기의 완결을 보고 싶은 사람이다. 너무 장대해서 완결을 낼 수 없어! 라는 의견도 있겠지만. 완결이란 것은 모든 사건이 끝나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단지 이 파트1 이라고 부르는 영화 내에서의 사건의 완결이다. 가슴에 손을 얹고. 듄 파트1은 이 안에서의 이야기의 완결을 지었는가? 아니면 파트2로 향하는 견인차 역할에 충실했는가. 나의 1점은 이 부분에서 깎인다. 노골적인 파트2를 위한 빌드업 영화이면서 어마어마한 스케일과 배우들의 마스크, 음악, 연출로 허술한 이야기를 교묘하게 숨기기에 급급했다. 마치 이야기가 어찌 되도 전혀 상관 없는 세상이 온 것 처럼. 그래서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하나의 장르를 만들었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이야기를 도중에 끊어버렸어도, 포만감 가득한 영상미와 음악을 덧칠한다면. 사람들은 기꺼이 파트2를 기다린다.


8.

파트2 제작 공식 확정 좋아하네. 회상씬 하나 때문에 그걸 다 찍었다고? 젠다이야는 화면 몇번 야릴려고 캐스팅했다고? 듄 파트1은 노골적으로 파트2, 3를 위한 견인차다. 견인차가 포르쉐고 승차감 좋고 좌석 끝내주게 편하다고 해서 이걸 리무진이라고 부를수는 없다. 그래서 뭐? 파트2 안볼거야? 아 당연히 보죠 보는데 근데 아저씨 아저씨 너무 치사하다고요. 하다못해 이건 새로운 장르다 하는 인터뷰 정도만 해주면 안돼요? 솔직히 파트2 생각 안하고 한 편으로만 놓고 이야기하면 이야기가 터무니없이 아쉬운건 사실이잖아요. 파트2 만들어질거니까 그거 감안하고 평가해야 해요? 그럼 처음부터 파트2까지 만들어 놓던가. 아니 그 쓰레기같은 신과 함께 1편도 독자적인 완성도는 갖췄답니다. 차태현이 저승에서 염라대왕 만나러 가는 길에 끝내지는 않는다고요. 왜 안 그러게요? 그러면 사람들이 2편을 더 기다릴텐데? 그게 영화니까. 장편 영화의 호흡이니까. 그래 이게 새로운 대안이라고 칩시다. 인정해요. 앞으로 영화 산업의 미래는 이럴 것 같아요. 네 그리고 다들 기꺼이 지갑을 꺼내겠죠. 그런데 진짜 과연 이게 괜찮을까요? 아무런 경각심 없이 이렇게 영화를 즐기면 될까요? 네 아마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가 졌으니까 얼른 2편이나 내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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