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는 결국 소재일 뿐이다. 내가 어느날 갑자기 오징어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멍청하고 폭력적인 콘텐츠를 아무 생각 없이 즐기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오징어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우린 때로 소재에 잡아먹히거나 혹은 잡아먹힐까봐 두려워한다. 틱톡에 영상 하나 올리면 중화사상을 찬양하며 홍콩은 중국의 속국일 뿐이라 외치는거라 생각하는거다. 소재는 소재. 플랫폼은 플랫폼. 매체는 매체. 그 안에 자리잡고 있는 내가 얼마나 굳건하냐, 이게 흔들리지 않는다면 명동 한 복판에서 기모노 입고 헤이마마 챌린지를 해도 괜찮다.
알고 있다. 알고 있는데, 유행에 대한 두려움은 가끔 발작에 가깝게 튀어나온다. 가게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해도 "손님 이런 스타일이 요즘 유행이에요"라는 직원의 한마디에 소스라치며 옷을 내려놓는다. 이런 삶을 살아왔던 터라 조금이라도 유행과 겹치는 부분이 없는지 매일 자가검진 한다. 사실 사람들이 즐긴다, 수준은 유행이라 부를 것도 없다. 토요일 저녁마다 무한도전을 즐기는데 껄끄러움 따위 없었다. 마찬가지로 너도 나도 클럽하우스를 즐기던 그 찰나의 순간도 함께 했다. 결국 단순히 유행이어서가 아니라 병신같은데 유행인게 싫은게 아닐까? 신과 함께 1, 2가 쌍천만 돌파해도 거들떠도 보기 싫은 것 처럼.
그럼 이게 왜 싫은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되지 않을까? 어쨌거나 유행이니까. 키워드 검색. 뭐 유입, 클릭률, 알고리즘, 트랜드 뭐 단어 엄청 많이 있잖아. 너도 나도 오징어 게임 얘기 할 때 오징어 게임 제목 달고 뭐라도 만들면 클릭 한번이라도 더 하지 않았을까? 어제는 1969년 영화 리뷰를 만들어 올렸다. 어떤 정신나간 인간이 50년도 전에 만들어진 영화 제목을 검색하겠냐. 아니 검색한다고 해도, 그게 몇명이나 되겠냐. 시대의 흐름을 못 읽는건 괜찮다. 노력하면 된다. 금쪽 상담소 보면 알잖아. 뭐든지 더 나아질 수 있다고. 그런데 시대의 흐름을 피해가려는건 이 마인드를 뜯어고쳐야 할 필요가 있다. 왜 그렇게 흐름에 빗겨가려고 하는데? 그 심리가 뭔데?
결국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그 의도가 보이는 것 자체가 구리다고 생각하는거다. 장사꾼이 물건 파는게 뭐가 문제겠냐만. 말하자면 장사꾼인걸 들키고 싶지 않은거다. 세상은 등지고, 지 할것만 공들여서 하는 인간 무형 문화재이고 싶은거다. 나라에서 귀한 분이 오셔서 "얼마유?"물어봤을 때 "냅둬유 소나 먹이게"따위의 시니컬한 멘트가 진심으로 멋있다고 생각한다 이거야. 이래선 안된다. 저기요 아저씨, 그런 삶은 못 쓸 것 같아요. 가장 큰 차이가 뭐냐면요. 아저씨는 장인이 아니잖아요. 실력도 실력인데, 사실 장인이고 싶은 것도 아니잖아요. 아저씨 사람들한테 관심 받고 싶잖아요. 맨날 어디 올리잖아요. 그럼,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 보여주는게 더 좋지 않으세요?
정리합시다 정리합시다. 결국 모두가 트랜드를 파악하고 따를 때, 이를 악물고 트랜드에서 빗겨가려 하는 이유는 정말 보잘 것 없다는게 밝혀졌다(그게 멋있으니까). 더이상 트랜드에서 멀어지려고 노력하지 않겠습니다.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전면으로 나서서 그런 작업을 만들어 내겠습니다. 홍대병은 니미 동서대 나와놓고 뭔놈의 홍대병. 사람들이 관심 가지는 이야기를 가져오겠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해도, 내가 하면 다르다>를 보여줍시다. <내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다른 이야기를 하자>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물론 진짜는 누군가는 알아줍니다. 하지만 어디 있을 지 모를 누군가를 찾기보다, 눈 앞의 대중들을 향해 걸어갑시다.
요 며칠. 길게는 몇 주 간의 슬럼프와 고민을 이제는 내려놓아도 되지 않나 싶어요. 물론 <시발 기껏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했는데 관심이 없네>단계에서 한번 더 좌절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거기까지 가면 이제 남들과 같은 출발선에 서는거에요. 모두가 트렌드를 쫓고 흐름을 타려고 할 때에. 조금 유연하고 여유롭고 매끄럽고 나른하게, 파도를 타겠습니다. 아마 이게 저에게 가장 필요한게 아니었을까요. 모르진 않았지만, 새삼 외면하던 것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글의 제목은 <넷플릭스 왓챠 디즈니 MZ세대 콘텐츠 트렌드 핵심 분석>으로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