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쟝 미셸 바스키아가 아닙니다

by 윤동규

나는 어떤 방식으로든 인기를 끈다는건 굉장히 대단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벽에 간장을 쳐바르든 젖가슴을 보여주든 그냥 잘생기고 예쁘든 인맥이 짱짱하든 간에, 어떤 형태로든 요즘 시대에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곧 능력이나 다름없다. 내가 신과 함께가 아무리 최악의 영화였다고 떠들어대도, 쌍천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나는 기껏해야 "나 그 영화 싫어해"라고 말한다. "그 영화는 형편없는 작품이야"라고 말하기엔 성공한 작품이니까.


결국 성공한 사람은 성공하기 위한 방법이 어찌됐든 성공이란 그 자체로 대단한 구석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그게 존중이다 호감과는 별개지만, 하나의 능력치로서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것이다. 때때로 나를 포함한 멍청한 창작자들은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작업을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잘 팔리는거 만들기 싫어, 내 스스로를 만족시키는 작업을 만들거야. 그러고는 십중팔구 스스로는 커녕 A동 302호 최씨 아저씨도 만족 못시키는걸 만들어놓고 상상 속의 팬들을 떠올리며 자위한다.


물론 이런 예술병이 필요할 때도 있겠지. 내면을 파고들고 외로운 싸움이 멍청하다는 뜻이 아니다. 이 창작자들이 까불고 다니는 판을 보자는거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트위터. 사운드 클라우드. 픽셀러. 틱톡. 픽시브. 아니, 대중 문화 플랫폼에서 왜 예술병을 울부짖냐 이거다. 하는 짓은 트위치 종합 게임 스트리먼데 마인드는 나전칠기 장인인 척 굴고 있다. 둘 중 하나를 고르면 안될까? 장인이면 묵묵히 작업에 몰두하구요. 대중적인 성공을 꾀한다면 대중들이 뭘 좋아하는지 제발 좀 연구하라구요. 왜 대중적인 성공은 하고 싶되 대중들은 관심이 없습니까? 그거 알아요? 당신은 관심이 없는게 아닙니다. 대중들을 적극적으로 겨냥해서 만든 작업이 실패했을때의 무력감을 받아들일 자신이 없는겁니다. 사랑 받을 준비가 안 된 만큼 외면 받을 준비도 안 된 거에요. 그저 어쩌다 뽀록으로 인기 끈 몇몇 작업들의 팬들이 예의상 해주는 말에 진짜 뭐라도 된 듯 어슬렁 어슬렁 근처만 맴돌고 있는겁니다. 당신은 쟝 미셸 마스키아도 아니고 반 고흐도 아닙니다. 그냥 은평구 불광동 윤동규일 뿐입니다.


패턴이 너무 뻔해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알겠지만, 내가 조금 격하게 이야기할때는 항상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다. 내가 내 욕하겠는데 좀 격해도 되지 뭐. 다른 사람 욕할때나 부드럽게 표현하는거고. 어쨌든 그래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업을 만들고 싶다. 그런데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른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는 귀신같이 아는데, 이걸 사람들도 좋아해주길 기도하고만 살았으니까. 물론 공부하는것도 어렵지만, 제일 어려운건 사람들이 좋아하는게 내가 싫어하는 것일 때. 그걸 꾹 참고 만들어낼 수 있느냐의 문제다. 나는 벽에 간장을 쳐바를 수 있을까? 대문짝만한 자막으로 도배할 수 있을까? 세로로 영상을 찍을 수 있을까? 어차피 도구일 뿐이라곤 하지만. 여전히 겁이 난다. 그래도 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이정도면 칭찬해줘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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