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년간의 슬럼프를 겪으며, 스스로의 상태를 냉정하게 체크할 수 있게 됐다. 슬럼프는 크게 두가지로 나뉘어지는데, 하나는 <아무것도 못하겠다>, 두번째는 <이건 못하겠다>로 분류할 수 있겠다.
1. 아무것도 못하겠다
이 상황은 사실 작업의 문제가 아닐수도 있다. 그냥 삶 자체가 너무 힘들거나 체력적인 문제, 연인과의 관계나 하다 못해 날씨도 이유가 된다. 뭔가를 할 상황이 아닌거다. 그러면 답은 간단한데, 그 상황을 하나씩 해결하면 된다. 체력을 키우고 잠을 많이 자고 관계를 개선하고 날씨가 좋은 날에 움직인다. 그냥 기다리는 것도 답이다. 아무것도 못하겠는데 뭘 더 하려고 하나. 할 수 있는 때를 기다리자. 그럼 몸이 근질근질한 때가 온다.
2. 이건 못하겠다
하지만 이 상황은 얘기가 좀 다른데, 밖에서 한시간 러닝하고 오고 잠도 하루 다섯시간 자고 대청소에 빨래에 냉장고 정리까지 끝냈지만 작업은 도통 손이 안 가는 경우다. 그럼 작업을 전면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난 모든 작업이 시작한 이상 끝을 봐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간 낭비라는게 분명히 있다. 칼을 뽑았다고 무 안썰어도 된다. 우린 우사인 볼트가 아니다. 끝까지 안 가도 된다.
하지만 끝까지 가야 하는 작업인데 도무지 손이 안간다면 조정이 필요하다. 하고 싶지 않은 이유를 객관적으로 파헤치고. 그 이유가 수정이 가능한지. 대체가 있는지 파악하자. 수정도 안되고 대체도 안되지만 끝까지 해야 하는 작업이다? 그럼 1의 경우처럼 기다리기만 해서 될게 아니다. 언젠간 마주쳐야 하고 해결해야 하는 작업이니까.
애정을 줘야 한다. 이게 좋은 이유를 찾아야 한다. 아무 애정 없이 그냥 하던 작업이라면 이제 그 애정을 만들어주자. 그게 내 슬럼프의 원인일수도 있다. 때때로 90의 힘을 주고 억지로 작업을 끝마치는 것 보다 10의 애정을 줘서 자연스럽게 알아서 잘 풀리는게 효율적이기도 하다. "내가 이걸 왜 좋아했더라?"를 찾아가는 과정. 그것이 슬럼프를 이겨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