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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교수, 아기 욕조를 몰랐다"

by 옆집 교수언니

나는 15년간 수백 명의 아이들을 키우고 봐온 베테랑이다.

유아교육 박사, 특수교육 박사에 어린이집, 유치원 교사 및 운영 경력까지..

하지만 시험관 시술로 어렵게 얻은 쌍둥이 앞에서는 그냥 평범한 초보맘이었다.

"뭐 어렵겠어? 지금까지 키워낸 아이들이 몇 명인데. 똑같이 키우면 되지."

하~ 지금 생각하면 참 웃기다.


충격적 사실 : 유아교육 교수가 아기 욕조를 모른다고?

교수의 화려한(?) 스펙:

유아교육학 박사 ✓

특수교육학 박사 ✓

어린이집 & 유치원 교사 및 경영 ✓

3~5세 아이들은 다 안다고 자부 ✓

영아교육? 그게 뭐지.....? ❌


진짜 웃긴 건, 나는 3세 이상 아이들만 봤다는 것이다. 신생아? 젖병? 속싸개? 완전 생소했다.


산후도우미 이모님께 배운 것들:

젖병 물리는 법, 아기 목욕시키는 법, 속싸개 싸는 법, 트림시키는 법


이모님: "애기엄마, 애기 목욕은 어디서 하면 될까요?"

나: "아~ 뭐가 필요하나요?"

이모님: "세숫대야라도 있어야죠~. 몰랐구나?"

나: "아~ 이따 신랑 들어올 때 사 오라고 할게요"

이모님: "그럼 애기 욕조로 사 오라고 하세요. 그냥 일반 세숫대야 말고."

나: "네~"(교수의 위엄 어디로?)


이모님도 처음엔 "교수님이시니까 잘하시겠네요" 했는데, 하루 지나니 "처음이시죠?" 하더라.

하루 만에 다 들통났다.


강의실에서는 그럴듯하게 떠들어댔었다.

"영유아는 개별차가 큽니다~"

"발달에는 개인차가 있어요~"


하지만 막상 내 아이 앞에서는?

"이론은 아는데 실제로는 어떻게 하는 거야?"


내가 잘 아는 것 : 만 3세 이상 누리과정, 놀이중심교육과정

내가 모르는 것: 신생아 돌보기, 이유식 만들기, 분유량, 수면교육


결론: 유아교육전공자지만 영아는 전혀 모름. 이모님이 진짜 선생님이었다.


생후 50일, 완벽한 계획의 몰락

우리 이란성쌍둥이 알콩이(딸)와 달콩이(아들)는 신생아 때부터 완전히 달랐다.


알콩이: 100ml도 안 먹고 혀 돌리고 놀기

달콩이: 150ml 후루룩 마시고 "더 줘!"


이론에 따른 엄마의 완벽한 계획

동일한 수유 → 망함

동일한 양 제공 →망함

체계적 기록 관리 →의미없음


결과: 50일 만에 모든 계획이 휴지조각


육아서에도 "쌍둥이인데 왜 먹는 양이 다를까요?"와 같은 Q&A는 없었다.

SNS에서는 50일 아이들의 분유량을 공유하는데 다 비슷하더라. 많이 먹는 아이는 어쩌라고?

산부인과 의사샘은 아이들의 분유량을 동일하게 하라고 알려주셨다.


세상에 이렇게 황당한 일이 또 있나?


"똑같이 키우겠다"는 나의 야무진 계획은 딱 50일 만에 충분히 무너질 수 있었다.


시험관 아이들, 어떻게 키울 것인가?

주변의 기대:

"얼마나 귀한 아이들이야~"

"정말 소중하게 키워야겠네~"

맞다. 정말 귀하다. 하지만 나는 그냥 평범하게 키우고 싶었다. 다른 엄마들처럼 가끔 짜증 내고, 가끔 실수하면서..


특별하게 받들어 키우면 아이들이 잘못된다고 셍긱헸다. 나는 대치동엄마가 아니거든.

귀하게 얻었다고 해서 온실 속 화초로 키우고 싶지 않았다.

친구들과 뛰어놀고, 가끔 다치고, 때로는 혼나면서 세상을 제대로 배우길 원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조금만 아프면 → "시험관 애들이라 면역력이.."

조금만 발달이 늦으면 → "전문가인 엄마가 뭐 하냐"


주변의 과보호 압박이 상당했다. 아이고, 부담스럽다.


8년 후 깨달은 진실


지금 8살 된 알콩이 달콩이를 보며 깨달았다.


시험관으로 얻었다고 특별하게 키울 필요 없다.

교수라고 완벽하게 키울 필요도 없다.

귀하다고 온실 속 화초로 키울 필요도 없다.


그냥 내 맘대로, 평범하게 키우면 된다.


알콩이에게는 충분한 시간을(급해도 기다려주기)

달콩이에게는 적절한 자극을(예민해도 받아주기)

나에게는 완벽함을 포기하기(인내심 기르기)


평범한 육아의 힘:

친구들과 뛰어노는 아이들

가끔 다치고 울면서 배우는 아이들

혼나기도 하고 칭찬받기도 하는 아이들

세상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는 아이들


결국 내가 원했던 대로다. 대치동 엄마 스타일이 아닌,

그냥 평범한 동네엄마가 되고 싶었던 것처럼,


전문가든 뭐든 상관없다. 초보맘은 다 똑같이 당황한다. 그리고 그게 정상이다.


혹시 여러분도 저처럼 '완벽한 부모' 되려다 매일 좌절하고 계신가요?

아니면 '귀한 아이'라는 부담감에 어떻게 키워야 할지 고민 중이신가요?


저는 그냥 동네 옆집 언니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요.

완벽하지 않지만 먼저 겪어본 경험을 나누고,

함께 웃고 때로는 같이 한숨 쉬는 그런 언니 말이에요.


교수 타이틀 내려놓고, 그냥 8년 먼저 쌍둥이 키워본 옆집 언니로서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다음 주에는 더 황당한 이야기가 기다립니다.

성격 급한 교수맘 VS 느긋한 알콩이의 8년 속도전쟁 실전기! 를 들려 드릴게요.

정말 웃프거든요.

매주 화요일마다 동네 옆집언니가 들려주는 알콩이달콩이와의 좌충우돌 육아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제 글은 정말 저의 사적인 실제 상황을 정리한 글인데

이 글을 읽고 조금더 자세한 육아정보를 얻고 싶다면 제 개인 블로그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올려진 자료는 무료이니 편하게 체크해보시고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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