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도 변기에 쉬해볼래!"
24개월 달콩이가 변기를 가리키며 신나게 소리쳤다.
"어? 벌써?"
'앗싸! 이제 막 24개월인데 벌써 기저귀를 떼겠다고?'
유아교육 전공에 원장 경험까지...
이론적으로도 경험적으로도 남자아이는 보통 늦다는 걸 빠삭하게 알고 있었는데.
벌써 기저귀 빠이빠이 하면 엄마는 땡큐지~
달콩이는 변기에 올라가서 몇 번 시도해 보더니, 성공!
"와! 재밌다!"
그 이후로는 혼자서 알아서 변기를 찾아간다. 낮에는 단 한 번도 실수하지 않았다.
문제는 밤이었다.
침대에서 2번의 대형 사고. (이건. 아니잖아.... )
매트리스 전문 청소업체 전화번호가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다. 한 번에 10만 원 넘게 나온다.
"여보, 습식청소기 사자."
"습식청소기?"
"매트리스 청소할 수 있는 거..."
결국 비싼 습식청소기를 샀다. 달콩이 전용 매트리스 청소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청소기를 산 후로는 단 한 번도 실수하지 않았다.
너 나랑 장난하냐?... �
어쨌든 달콩이 덕분에 배변훈련 스트레스는 전혀 없었다.
문제는 알콩이였다.
보통 여자아이가 배변훈련이 빠르다고 하는데, 우리 집은 정반대였다.
알콩이는 전혀, 아예, 완전히 기저귀를 뗄 생각이 없었다.
휴대용 변기, 방수팬티, 아기용 변기커버, 사다리 아기변기시트...
온라인 쇼핑몰 배변훈련 카테고리를 싹 쓸어 담았다.
"알콩아, 이 예쁜 분홍색 변기 어때?"
"싫어."
"이 팬티는? 공주님 그림도 있어!"
"싫어."
한 번 사용해보고 나서는 다 싫다고 한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게다가 이제 기저귀도 제일 큰 사이즈라서 겁나게 비싸다. 온 동네 할인을 다 뒤져봐도 한 팩에 2만 원 넘게 나온다.
"기저귀는 내 사랑~"
환장한다.
기저귀가 딱! 문제다.
그런데 이때 과거의 나를 돌이켜보니...
내가 유치원 원장으로 있을 때, 학부모 상담에서 엄마들이 말했다.
"원장님, 아직 기저귀를 못 떼서요..."
그때 내 대답은?
"어머니~ 앞으로 입학까지 3달 정도 남았으니까요. 집에서 한번 연습해 볼게요~ 아이들도 이제 많이 성장했으니까 금방 받아들일 거예요~"
개뿔.
정작 내 딸은 못 뗐다.
지금까지 이렇게 오만한 상담을 했던 것이다.
막상 우리 딸이 기저귀를 떼야하는데, 아무리 설득하고 꼬시고 윽박지르고 별짓을 다 해도 요지부동이다.
그래도 다행히 외할머니 유치원이었다.
"어차피 외할머니 유치원에 입학하는 거니까 외할머니가 알아서 하겠지."
그리고 옆방의 유아교육 교수님들 모두 말씀하셨다.
"냅둬~ 지가 할 때 되믄 하겄지. 평생 차는 거 아닌께 냅둬."
뭐... 대체나 생각해 보니 기저귀를 평생 차는 것도 아닌데 냅둬보자.
지가 뗄 때 되믄 떼겠지.
그런데 40개월이 지나가고 45개월이 지나갔다.
(헉! 이러다가 평생 기저귀 차는 거 아녀?)
그러면서 유치원 여름이 다~ 지나가고 있었다.
덥디더운 여름에도 기저귀를 찼다는 소리다.
안 덥나? 안 찝찝하나?
결국 기저귀 발진이 생겼다. 그 고생을 하는데도 안 뗀단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거냐?
속을 모르겠다.
몇 번 시도해 보다가 아예 포기했다. 유치원에서도 별말 없이 그냥 넘어갔다.
"엄마, 나 이제 기저귀 안 해. 안 해도 돼."
'뭐시라? 나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진짜? 진짜? 진짜지?"
"응. 이제 안 해도 돼."
"왜?"
"그냥."
이놈의 가시나가...
그 뒤로 낮이고 밤이고 단 한 번의 실수도 없다.
대단한 뇬.
5살에 기저귀 떼는 느리고 느린 기집애.
느리지만 완벽주의자.
옷에 실수하기 싫어서
남에게 놀림받기 싫어서
내가 배변을 완벽하게 조절할 수 있을 때까지 버틴 거다.
무서운 뇬...
� 달콩이 (도전형)
시작: 24개월
방식: 일단 해보자! 재미있네!
실패: 밤에 2번 → 습식청소기 구매 → 더 이상 실수 없음
완료: 25개월
총 소요기간: 1개월
� 알콩이 (완벽주의형)
시작: 몇 번 시도하다 포기
방식: 완벽할 때까지 절대 시작 안 함
실패: 0번 (시작도 제대로 안 함)
완료: 47개월
총 소요기간: 23개월간 미루기 + 하루 만에 완성
� 빠르다고 좋은 것도, 느리다고 나쁜 것도 아니다
� 아이만의 속도와 방식이 있다
� 엄마의 조급함이 가장 큰 적이다
� 결과는 같다. 과정만 다를 뿐.
지금도 이런 패턴은 계속된다
새로운 도전 앞에서:
달콩이: "일단 해보자!" → 여러 번 시행착오 → 성공
알콩이: 한참 관찰 → 충분히 준비 → 한 번에 성공
수영, 자전거, 롤러블레이드... 모든 게 이 패턴이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였다.
다음 이야기 예고
그런데 이런 기질 차이가 놀이터에서는 어떻게 나타날까?
같은 놀이터, 완전히 다른 적응법. 과연 누가 더 빨리 친구를 사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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