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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넬의 서재 Nov 02. 2020

엘사는 정신분열증을 겪었다?

<겨울왕국>으로 보는 자아찾기(1) - 영혼의 어두운 밤


Dark Night of the Soul 

영혼의 어두운 밤 


인생이 산산조각나고 영혼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는 정신적 성장통. 더 높은 차원의 자아가 방황하는 에고를 일깨우는 과정. 흔히 단순 우울증, 조울증, PTSD, 정신분열증으로 치부되는 정신적 방황. 모든 고통과 절망감을 느끼며 자살충동에 휩싸이기 쉬움. '영혼의 어두운 밤'을 겪는 기간 동안 현실과 망상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해리현상(dissociation)을 경험할 수 있음. 이와 더불어 불안장애, 공황장애, 조현병, 피해망상 등 사람에 따라 복합적 증상이 나타남. 이 끔찍한 방황 기간이 지나면 자아(ego)를 완전히 집어삼켜 인생 앞에 겸허해지고(ego death), 새로운 성격과 깨우침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정신적 탈피와 영적 경험. 예술가나 종교인의 경우 예술이나 깨우침으로 승화시키는 경향이 있음. 


주로 예민하거나 영성이 강한 사람들에게 더 많이 발견되지만, 누구나 무의식적으로 한바탕 겪고 지나갈 수 있는 경험. 현실세계에서 치유하지 못했던 트라우마나 채워지지 않았던 결핍이 무의식 밖으로 드러나면서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충돌로 공황장애, 정신분열 등의 모습으로 현실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음. 자신이 알던 자신의 모습이 사실 진짜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 의식과 사회 속에서 빚어진 모습이란 걸 깨달으면서 에고를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이 필사적으로 에고와 자아를 분열(dissociation)시키려 함. 


한 번 이 과정을 겪은 사람은 시간이 지나 다시 일상에 적응하게 되지만, 무언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깨달음과 정신적 성숙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완전히 달라지게 됨. 믿었던 가치관과 세계관이 무너지며 인생의 공허함을 느끼는 단계를 지나면, 이 마저도 적응해 살아가는 본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됨. 영혼의 어두운 밤의 지속기간과 특정한 경험은 사람마다 상이함. 주변인들은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해도 본인은 뭔가 영영 바뀌어버림을 느낌. 이때 자신을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터득한 사람은 180도 바뀐 인생을 살아가게 됨. 


(출처: 넬의 서재) 





겨울왕국 속 엘사는 사실 정신분열증이 아니었을까? 


영화의 판타지적 요소를 모두 빼고 본다면, 그럴 소지도 없잖아 있어보인다. 어릴 때부터 자기도 조절할 수 없는 초능력을 가지고 태어났는데 (또는 그렇게 믿었는데), 자신의 초능력 조절 미쓰로 동생을 다치게 한 뒤로 마음의 빗장을 걸어두고 억눌린 모습으로 살아간다. 그러다 성인이 되어 초능력이 만렙이 되어 결국 근질거림을 참지 못하게 된다. 늘 귓가에 들리던 환청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자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겠다며 다이아몬드 수저로 살던 왕국을 동네 돌덩이 친구들한테 맡기고 전설 속에 존재하는 미지의 땅을 찾아 무작정 길을 나선다. 이때 유일한 단서는 환청, 초능력, 그리고 어릴 때부터 세뇌당했던 엄마의 자장가뿐이다.


 주변에서 뭐라 하던간데, 어쨌든 엘사는 자신의 본 모습을 찾는게 더 급하기 때문에 여러 번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다가도 결국 전설 속의 매직랜드 아토할렌에 도착한다. 여기서 펼쳐지는 Show yourself의 향연으로 자기를 여기까지 인도해준 오로라의 목소리와 억압되었던 기억 속의 단서 한 조각을 찾으며 진짜 자신이 누군지를 기억해내고 받아들인다. 왕국이고, 여동생이고, 친구고, 죄다 뒤로하고 환청과 자기 자신의 탄생의 비밀을 풀기 위해 여기까지 달려온 엘사는 마침내 대여신으로 레벨업을 하여 모두의 품으로 돌아왔다가 자기는 결국 자연 속에서 요정들과 요정들 여신처럼 살기로 한다. 안나도 여왕이 됐겠다, 엘사도 자기 모습 그대로 살아가겠다, 어쨌든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니 그래, 나는 다 되었다. 


가볍게 웃자고 썼지만, 엘사가 겪은 영적 성장과 깨어남의 과정을 겪는 사람들은 제3자의 눈에는 그냥 또라이로 보일 수 밖에 없다는 걸 말하려 했다. 흔히 '영혼의 어두운 밤'이라고 불리는 자기정체성의 분열 과정을 통해 자신이 믿어왔던 스스로에 대한 정체성, 믿음, 가치관, 언어 등이 산산조각이 나면서 사회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발달시켰던 에고의 모습이 아니라 진자아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는 건 그만큼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겨울왕국 1,2편 모두 엘사의 자아각성과 정체성의 수용 과정을 압도적인 스토리텔링과 음악으로 묘사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안나의 노래인 "The Next Right Thing"이 오히려 이 과정의 절박함과 고통을 가장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스케일의 어둠과 우울함에 잠식되고, 내가 알던 세계가 산산조각나 소멸되어 스스로의 무력함 앞에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는 안나의 울음이 대변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결국 작더라도 다음 발걸음을 도약하는 길 뿐이다. 모든 희망이 사라진 세상 속에서도 어둠 속을 더듬으며 다음 빛을 발견하기를 바라는 수 밖에 없다. 


이런 여정을 직접 겪어본 사람으로써, 겨울왕국을 보며 오열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 내가 썼던 기록이 영상으로 그려진다면, 음악으로 만들어진다면 딱 저런 느낌이었겠구나. 그리고, 세상이 나를 완전히 버린 것 같아도 나는 절대적으로 옳은 길을 걷고 있구나. 이 어둠의 터널에서 끝은 분명히 있고, 그 밖은 내가 살아왔던 그 어떤 세상보다도 밝고 찬란하겠구나- 하고 말이다. 






"영혼의 어두운 밤" 초사실주의 묘사 읽기: 


'영혼의 어두운 밤' 여정 기록 에세이 <말장난> 

모두가 한 번쯤은 마주해야 할 깊은 무의식으로 떠나는 성장형 에세이. 숨겨두었던 기억 속 어둠을 의식 밖으로 끌어내어 내면의 아이를 자유롭게 해주는 치유의 여정. 살면서 누구나 언젠가 한 번은 직면해야 할 억눌린 자아를 마주하는 이야기. 태어나버린 모든 이들을 위한 서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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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 피터슨 교수의 영적 성장 경험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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