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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넬의 서재 Nov 03. 2020

엘사는 죽었다 새로 태어났다?  

<겨울왕국>으로 보는 자아찾기(2) - 에고의 죽음

Ego Death 

에고의 죽음 



칼 융이 착안한 개념으로 ego death 혹은 psychic death라고도 알려짐. 에고란 나의 의식이 구축한 자기정체성인데, 이런 자기정체성조차 결국 하나의 관념이란 걸 깨달으며 자기정체성이 무너지는 것을 에고의 죽음이라 함. 한 번 에고의 죽음ego death을 겪으면 보통 영혼의 어두운 밤 dark night of the soul과정으로 들어가 그림자 작업shadow work을 하게 됨. 


에고ego 아래에는 셀프self가 있는데, 이 self는 ego가 소멸을 하는 동안은 영향을 받지 않음. 오히려 ego가 완전히 무너지면 ego를 흡수하여 다시 일어서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함. 내가 가졌던 나라는 사람의 자아정체성을 뛰어넘어 메타론적 관점에서 정신적 성숙과 깨달음을 가지게 됨. 


보통 에고는 자신의 정체성을 필사적으로 보호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런 '죽음'을 피하기 위해 더 큰 인지와 성숙을 거부하게 됨. 자기가 굳게 믿어왔던 자신의 모습이 지워지는 것이니 정체성의 위험을 느끼고 발악하는게 당연지사. 하지만 '에고' 또한 결국 하나의 나 자신이기 때문에 실제로 죽거나 소멸할 수는 없음. 단지 내가 가졌던 스스로에 대한 정체성을 뛰어넘어 한 차원 더 높은 나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는 정신적 성장의 과정. 


주로 사랑하는 사람의 배신 등 정신적 트라우마를 통해 발현되는데, 반드시 엄청난 시련을 겪어야만 겪는 과정은 아님. 그냥 인생에 대한 개똥철학 논리를 피다가 실존주의에 현타가 와서 에고의 죽음을 겪을 수도 있음. 나라는 인간의 정체성과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수도 있는 파괴력을 가져 절대 가볍게 볼 일은 아님. 


(출처: 넬의 서재) 





영화내내 겨울왕국의 엘사를 부르던 건 누구였을까?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 전세계 영화관을 강타하며 "너 자신을 보여줘(Show yourself)"라고 외치던 엘사를 미지의 세계로 유혹하던 건 무엇이었을까? 노래 가사에서 얘기하듯, 늘 엘사 주위를 맴돌던 하이피치의 요정(?)은 겉으로는 행복해보이는 엘사가 사실은 왕국에서 숨막혀 죽어가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엘사는 왕국이 아닌 아토할렌에서 자신의 삶과 존재의 어떤 이유를 찾았을까? 한평생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걸 인지하고 살았지만 안식처를 찾지 못했던 엘사가 마침내 자기 기억 속 한 조각을 찾았을 땐 무슨 기분이었을까? 그 답은 이 가사 한 줄에 담겨있다. 


너 스스로가 바로 네가 애타게 찾던 존재야. 

You are the one you've been waiting for. 


아토할렌에서 무의식 속에 표출된 자신의 엄마와 듀엣을 하는 장면에서, 엘사가 찾던건 결국 자기 자신이었다는 걸 노래하고 있다. 자신을 아토할렌으로 이끈 목소리는 더 높은 차원의 엘사가 현실의 엘사에게 보내는 부름이었다. 거부하고 부인하던 자신의 진자아를 조우하는 순간 울컥하고 울음을 터뜨리는 엘사의 모습이 세상 사람들을 울린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억눌린 자아의 탈을 쓰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무질서 속으로 뛰어들어 마주한 것이 결국 가장 순수한 자기 내면의 아이였을 때의 기분을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는 온전히 타인에게 전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겨울왕국2 속 엘사의 자아발견 스토리는 결국 "영혼의 어두운 밤" 과정이다. 특히 엘사가 아토할렌에서 자신의 진자아와 마주하며 잊혀진 기억 속 엄마와 마주하는 장면은 ego death를 묘사한 장면으로 볼 수 있다. 내가 나 자신이라고 믿었던 모습이 산산조각 나고 영원히 새로 태어나는 그 순간의 묘사다. 그동안 무의식적으로는 깨어있지만,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묻어두고 살았던 자아의 재발견이다. 


말로 요약하면 간단하지만, 이 과정을 몸소 체험하고자 한다면 자신이 믿었던 가치관, 세계, 언어 등 모든 것을 배신하고 직관 하나를 믿고 따라가는 과정이 결코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자신에게 남들과 다른 어떤 특별함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우선은 나에게 주어진 세상 속에 나를 끼워맞춰 순응하며 살아온 모습을 하루 아침에 버리는게 어떻게 쉬운 일일까. 내 자신을 숨겨와야 했던 지나간 시간에 대한 억울함과 우울, 내가 나로 살아가지 못하고 남들 눈에 보기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아와야 했던 괴리감, 마침내 무의식적으로 한평생 찾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 때의 안도감과 해방감, 그리고 그 이후 주어진 앞으로의 인생의 갈림길.


영화에서는 엘사가 자신의 진자아를 받아들여 완전히 달라졌음을 엘사의 달라진 분위기와 모습, 그리고 안나에게로의 왕국 승계 모습으로 나타낸다. 이 모든 복합적인 감정이 하나가 되는 순간, 두 번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는 에고의 죽음이 이뤄진다. 깨달음 이전의 내가 누구였는지 망각하게 되고, 설령 망각하지 않더라도 그때의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메타론적 관점에서 내가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분석하게 된다. 




'에고의 죽음' 초사실주의 묘사 읽기: 


'에고의 죽음' 여정 기록 에세이 <말장난> 

모두가 한 번쯤은 마주해야 할 깊은 무의식으로 떠나는 성장형 에세이. 숨겨두었던 기억 속 어둠을 의식 밖으로 끌어내어 내면의 아이를 자유롭게 해주는 치유의 여정. 살면서 누구나 언젠가 한 번은 직면해야 할 억눌린 자아를 마주하는 이야기. 태어나버린 모든 이들을 위한 서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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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 피터슨 교수가 설명하는 에고의 죽음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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