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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넬의 서재 May 04. 2021

글 쓰는 자의 책임

모든 글은 프로파간다(propaganda)다.



아무리 휘갈겨 쓴 글이라도, 그 활자가 보여지는 순간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친다. 좁게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넓게는 세상사를 움직일 정도의 영향력을 끼친다. 같은 글이라도 그 반응이 수 백만 갈래로 나누어져 누군가에겐 생명줄이 되고, 누군가에겐 쓰레기가 된다. 


별 생각없이 주고 받는 문자 하나도, 언론이 작정하고 보도하는 뉴스도 결국엔 하나의 propaganda다. 내뱉은 글자 하나하나의 묘한 뉘앙스에 기분이 상하기도 하고, 세상을 통찰할 것 같은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이렇게 내가 흡수하는 내용들이 나의 사고와 행동과 기분에 거대한 영향을 끼치니, 내가 아무리 둔감하게 살아간다 한들 어찌 내가 읽는 것들에 대해 더 까다롭게 굴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주입하고 삼키는 글들이 이렇게 나의 사고를 구속하고 타인의 결정에 영향을 끼친다는 걸 생각할 때면, 한 글자를 쓰더라고 그 책임감이 점점 무거워질 수 밖에 없다. 세상엔 완전한 오리지널리티가 없다고 한다. 말인즉슨, 내가 쓰는 글도 결국 내가 무의식적으로 머릿속에 담아왔던 이야기들의 재구성이요, 또 훗날 누군가에게 의해 글감으로 사용될 것이다. 나비효과 마냥 퍼져나갈 글쓰기에 대해 어찌 가볍게 생각할 수 있을까.


글편식을 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들도, 자신이 익숙하지 않은 스타일의 문체나 주제를 보여주면 자기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며 거부하게 된다. 가령, 다른 문화권, 다른 장르, 혹은 다른 가치관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보여줄때 그 반응이 가장 저명해진다. 금기나 사이비가 다른게 아니다. 자신이 살아온 세상에 부합하지 않는 가치가 곧 금기이고 사이비다. 


이쯤되면 그렇다면 애초에 내 무의식 속에 형성된 '좋은 글'과 '옳은 글'은 어디서부터 기인했는지도 한 번쯤 의심해볼만 하다. 어머니 자궁을 찢고 나와 처음으로 허파로 숨을 들이마신 순간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규칙과 규율을 익혀오며 세상에 악착같이 적응했던가. 백지로 태어났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리분별과 도덕을 주입하며 배워왔던가. 결국에 내가 익혀온 모든 가치는 결국 대대로 이어온 지식과 가치관의 총체에서 기인했음을 시인할 수 밖에 없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은 결국 누군가가 떠먹여준 사실의 총체와 혼합과 적용에 불과하다. 사실 이쪽 갈래로 생각에 생각을 이어가다보면 세상에 공개적으로 내보일 수 있는 생각과 글은 그리 많지 않다는 걸 금방 깨닫게 된다. 굉장히 협소한 허용범위 내에서 우리는 비스무리한 이야기를 듣고 쓰고 또 익힌다.


그래도 글 쓰는 자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양심은 기왕 글을 쓰는 거,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내용을 더 많이 쓰는 것이다. 우울과 절망이 이미 차고 넘치는 세상에서, 누군가에게 한 줄기 빛이 되고 희망이 되는 글을 더 많이 쓰는 것이다. 뉴스를 켜도 암울하고, 세상을 둘러봐도 딱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마치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사람들의 사기를 꺾고 어둠 속에 가둬두려는 것처럼. 그래서 스스로의 긍정을 보호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키워나가는 작은 근육 운동을 한다. 긍정의 글쓰기다. 기왕 키보드판 두드리는 것, 더 밝은 내용을 기록하고 더 따뜻한 내용을 담는 습관을 기르기로 한다. 가까운 곳에서 희망을 찾고 웃음을 찾는다. 


모든 것이 프로파간다라면, 바꿔 말하면 글 쓰는 모든 이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힘이 있다는 뜻이다. 단지 누군가가 더 독창적이고 더 신선한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긍정의 힘을 전파할지를 고대하고 있을 뿐이다. 아직 세상 사람들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깊은 영혼의 울림과 희망을 전파할 법을 찾는다. 더 많은 영혼들이 깨어나기 위해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고 서로를 배려하는 게 당연한 사회를 만든다. 이 모든 것이 글 쓰는 자들의 손 끝에서 이루어진다. 이것이야 말로 기적이고 희망일 것이다. 






태어나버린 이들을 위한 삶의 방법론 <말장난> 

모두가 한번쯤은 마주해야 할 깊은 무의식으로 떠나는 성장형 에세이.
숨겨두었던 기억 속 어둠을 의식 밖으로 끌어내어 내면의 아이를 치유하는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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