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론 16장 관후함과 인색함

니콜로 마키아벨리

by 닐슨

야간열차를 이용해서 도착한 피렌체는 밤새 비가 내린 탓인지 곳곳의 웅덩이에 물이 고여있고 서둘러 출근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스산한 날씨만큼이나 굳어있었다. 피렌체에 도착하기 전까지 ‘플로렌스’‘피렌체’를 구분하지 못할 만큼 전혀 다른 곳으로 알고 있었다. 다만 커다란 돔이 있는 아름다운 성당이 그곳에 있다는 것뿐이었다.


피렌체는 르네상스의 발생지이자 중심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앞뒤 없이 듣게 된 "르네상스" 네 글자는 하얀 대리석 조각품이나 화려한 그림이 떠오를 뿐이었다. 시내를 돌아보며 조금씩 알아보기 시작했다. 피렌체를 알기 위해서는 르네상스를 알아야 했고, 르네상스를 알기 위해서는 수많은 예술가를 알아야 했다. 그리고 수많은 예술가의 중심에는 “메디치”라는 가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메디치(Medici), 그 가문의 어느 조상이 약국을 운영했기에 가문의 성(姓)이 그리된 것이라고 했다. 시간이 지나 금융업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하게 된 가문은 피렌체 공화국의 중심이 된다. 넘쳐나는 부는 예술가를 후원하는 데 사용했고 그와 맞물려 르네상스가 탄생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IMG_2280.jpeg 까치출판사, 역자 강정인, 김경희, 268페이지


메디치 가문의 후원을 받은 예술가들을 일일이 나열하기에도 벅차다. 다빈치, 단테,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보티첼리, 도나텔로 그리고 지금부터 이야기할 마키아벨리까지. 르네상스를 말할 때 등장하는 예술가와 작가, 철학자의 대부분이 메디치 가문에게 후원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을 기술하던 시대와 그가 처한 상황에 대해서는 사실적인 이유와 추정되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실제 [군주론]은 1513년 그가 반(反) 메디치 가문의 음모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형을 살고 나와 은둔생활을 하던 중에 썼다. 짐작해 보면 한때 메디치 가문의 영향력 안에서 국가의 정치 철학에 대해 조언을 하던 위치에서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진 마키아벨리가 재기에 성공하기 위해 쓴 책은 아니었을까. 군주에게 “나는 당신에게 충성을 맹세하겠소”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조금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내가 쓴 이 책을 다른 군주가 보게 된다면 피렌체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라는 군주를 압박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IMG_2281.jpeg


아무튼 [군주론]을 처음부터 모두 이해한다는 것은 얼마 전 읽은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만큼이나 생각과 정리를 많이 하며 읽어야 하기에 지금부터는 16장 관후함과 인색함에 대해서만 이야기해보겠다. 참고로 어떤 출판사의 [군주론]에는 16장의 이름이 ‘후함과 인색함’으로 되어있고 또 다른 책은 ‘관대함과 인색함에 대하여’라고 되어있다. “관후함”이라는 조금 어색한 우리말이지만 의미는 비슷하기에 읽고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16장 관후함과 인색함을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군주는 관후하기보다는 인색하여야 한다고 한다. 군주가 관후하다는 것은 일반 백성들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눠준다는 것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군주의 재물을 일반 백성들에게 나눠주면 당장은 인기를 끌 수 있겠지만(관후함) 재정이 어려워진다. 그러면 세금을 더 걷게 되고 결국 그들의 재산까지 빼앗아(인색함) 군주의 지위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만 재물을 많이 나눠줘도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다른 나라 백성들의 재산을 빼앗아 군주의 백성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이는 관후함을 유지하기에 더없이 좋은 방법이라고 이야기한다.

또 군주가 전쟁하려 할 때에 재정이 좋지 않으면 특별세를 만들어 백성에게 부과해야 한다. 이는 백성의 지지를 얻지 못하게 되기에 인색하게 행동하는 것이 결국 관후함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관후함과 인색함을 어떻게 유지하고 선택해야 하는가에 관해서 이야기했지만 이를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비춰본다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소중하게 지켜라. 하지만 여유분이 생긴다면 그것을 이웃과 충분히 나눠라. 그것이 바로 이웃에게 사랑을 받고 스스로가 인간답게 사는 방법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산티아고 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