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를 비롯하여 여러 소수자들, 꼭 성적인 것만이 아니라 경제적인 차별로 부당한 대우를 당하거나 다시는 일어설 수 없는 절망적인 기로에 놓인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들보다 자살율이 높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한편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그들의 반대 편에 있는 세력만큼이나 그들의 편에 있는 세력도 그들을 자살로 몰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들의 편에 있는 세력들도 알게모르게 그들에게 무언의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차별에 대항하고, 저항하고, 투쟁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들이 유일하게 살길이다. 그렇게 부추기고 패하고 부서지며 그들을 절망에 빠트리는 것은 아닌가.
나는 너무 강대한 힘 앞에서는 피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피하는 것은 미래를 준비하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강대한 바위를 깨는 것은 망치가 아니라 그 주위를 휘감는 지속적인 물줄기이다. 그렇다고 물이 그 속성을 잃어버리는가? 그렇지 않다. 그 물은 싸운다는 생각도 없이 바위를 부순다. 그에게는 패배했다는 생각도 절망도 없다. 그는 단지 꾸준히 물로서 살아갈 뿐이다.
나는 정치와 사회운동이 모든 것을 투쟁의 형태로 바꾸는 것 또한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오늘 나만의 묵념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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