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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정빈 Apr 01. 2021

"놈, 놈, 놈이 나왔구나"

약육강식과 인간에 대한 논고


오래 전부터 우리는 심심치 않게 이런 질문을 하고 살았던 것 같다.


인간과 자연의 차이는 뭘까?


많은 철학자들에게 관심 대상이었던 이 질문에서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단어는 약육강식이다.


자연은 약육강식이다, 인간은 약육강식이 아니다. 왜냐면 인간은 자연보단 고등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 우리는 이런 생각을 많이 품고 산다.


그런데 실제론 어떨까?


자연은 약육강식일까? 생태학에서 보면 자연은 약육강식이 아닌 부분도 많다. 식물들은 햇빛을 골고루 받기 위해 키를 맞춰 자라도록 진화했는가 하면 새는 열매를 먹고 씨앗을 뿌려주어 식물의 번식을 돕는다. 식물이 열매를 달게 만드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다른 동물들이 먹기 좋으라고 하는 것이다. 공생관계에 있는 동물들도 꽤 댄다. 대표적으로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가 있다. 또 엄청 조직적인 동물들도 많다. 벌이나 철새들, 또 미어켓과 같은 포유류 들도 나름의 정치를 한다. 


그럼 인간은 약육강식이 아닐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인간도 힘이 약한자가 강한자를 보면 오그라든다. 전쟁을 하면 힘이 강한자가 약한자를 죽인다. 꼭 전쟁이란 극단적인 예를 들지 않아도 우리는 살기 위해 많은 것들을 파괴하면서 산다. 여러 동물들도 먹고, 비록 고통을 느끼진 못하지만 식물들도 먹어야 한다. 그들이 우리에게 먹히는 이유는, 식물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동물은 약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우리들에게서 살기 위해 얼마나 몸부림치는가. 그저 잡혔기 때문에 먹히는 것이다.


그럼 자연과 인간이 차이는 없을까? 글쎄... 좀 이대로 마무리하기엔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정말 없다고 믿기엔 아무래도 무의식에서 올라오는 알수 없는 의문이 우리를 잠시 멈춰 세운다. 


과연 뭘까? 나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인간은 지배를 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가장 혼동하는 용어 중 하나는 약육강식과 지배라는 단어이다. 보통 둘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 두 단어는 질적으로 명백히 다르다. 


단적인 예로 사자를 보자. 사자는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최고봉이다. 누구도 사자를 힘으로 죽이진 못한다.

그 동물은 항상 사냥을 한다. 사자가 나타나면 어떤 동물도 줄행랑을 친다.

그렇지만 사자가, 우리가 동화속에서 상상하는 것처럼 왕으로 군림해서 동물계를 지배할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비약되는 것이 많을 것이다. 사실 죽이고 파괴하면 지배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지배하려면 지배하고자 하는 대상을 살려두어야만 한다. 사자는 죽이는 것 밖에 하지 못한다. 자신이 먹기 위해, 혹은 재미로 장난을 치다가 죽이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사자는 내가 너희를 죽일 힘이 있다고 그것을 다른 동물들에게 공표하거나, 그걸 통해서 내 말을 들으라고 강요하진 않는다. 즉, 공포를 이용할 줄 모른다.


그럼 인간은 어떤가?


인간은 공포를 이용할 줄 안다. 남을 살려 놓고 다룰 줄 안다. 그걸 통해 지배하고 착취를 할 줄 안다. 즉, 빨대를 꽂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 기생충으로 태어나진 않았지만 유일하게 기생을 할 줄 아는, 꿀 빠는 것을 좋아할 줄 아는 생명체이다. 그리고 그 공포를 내재화하고 받아들이 게 할 체계(시스템)을 고안할 줄도 안다. 인간은 가장 머리가 좋은 동물이다. 그 머리를 어떻게 하면 지배를 공고히 할까 하며 짱구를 굴릴 줄 아는 동물이라는 것이다. 그 방법에는 교육과 제도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물질을 풍족하게 하는 것도 중요한 방법이다. 물질을 풍족하게 하는 것이 꼭 착취가 없는 세상이라고 생각할 순 없다. 계급(지위라고 불러도 좋다)을 많이 나누고 성과를 매기며 피지배자들을 분열시키는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고, 혹은 다른 공동체나 자연을 적대하게 해서 부족한 풍족함을 매꾸는 방법도 있다. 지금 세상이 과도한 빈부격차 문제와 환경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이 과연 우연일까?


독자들의 생각은 어떤가?


이런 점에서 나는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자본주의식 정치경제질서가 약육강식의 세계라고 단순히 정의하는 일부 사람들에게 귀엽지만 진지한 반기를 들고 싶다.


나는 자본주의식 정치경제적 질서가 지배와 피지배자가 분명히 있는 착취의 체계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정치제도에서 거기서 파생 된 경제질서까지. 즉,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워왔던, "그래도 지금 세상이 예전보단 낫잖아요?"하며  적응해왔던 모든 것들에 대해 지배와 피지배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 구성 된 헌법부터 중요한 법체계 모두가 점검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지금까지 해왔던 단순히 핵심을 피하는 소모적인 논쟁과 투쟁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런 지배자와 피지배자 모두가 다시 친구가 되는 길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의무와 자유가 둘이 아닌 세상으로 말이다. 그러기 위해 정치(대화)가 필요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만큼 자기가 가지고 있는 많은 것들을 내려놓아야 한다. 


나는 여러분들에게 제안하고 싶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무엇이 지배와 피지배를 정당화 하는 제도인가를 공부하는 것이라고,

그리고 내 마음과 삶에서 누구를 지배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하는 것 이라고.

단순히 경제성장, 물질적 부를 논의하는 것 이상의 자세가 필요하고 어떤 세력이 집권해야 나라가 좋아질 것이라는 그런 관성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이 체계 자체, 전체적으로 우리가 살아왔던 방식 전체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그래서 그것을 알고, 모르는 이에게 알리고, 깨닫게 하고, 동참하게 하고, 함께 무엇을 내려 놓아야 하는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그것이 우리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나는 과감히 주장하고 싶다.


이러한 것이 부재하기 때문에 정치가 유치해지고 있다고.

오늘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어떤 분이 그러는거에요, 서울시장 후보들, 놈, 놈, 놈이 나왔다고."


"놈, 놈, 놈이요?"


"네~ 나쁜 놈, 이상한 놈, 모자란 놈."


나는 그 말을 듣고 생각했다. 어쩌면 사람들이 점점 정치에 관심이 멀어지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고 오히려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깨달음을 주기 위한 것은 아닐까. 우리 내면에, 무의식적으로라도 뭔가 다르게 가야함을 느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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