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정빈 Apr 16. 2021

막시즘과 공산주의는 어울리지 않는다

오늘은 이런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막시즘과 공산주의는 왜 어울리지 않는가.

좀 황당할 수도 있겠습니다.

막시즘하면 공산주의고, 공산주의 하면 막시즘이겠지요.

그러나 이 두 가지 철학은 서로 융화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이 두 가지는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억지로 붙어있는 가짜 연인 같은 존재입니다.


이 개념을 설명하려면 막시즘과 공산주의를 잘 정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단순하지만 명쾌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막시즘하면 무엇이 떠오를까요?

네, 아마 '투쟁'일 겁니다. 떠오르는 이미지 그대로 저는 막시즘을 '투쟁 철학'이라고 정의합니다.

막시즘은 투쟁을 통해 이상에 도달합니다.  공산주의라는 이상에 말입니다.

그래서 막시즘에서 '적'은 필수적으로 존재해야 할 대상입니다. '적'이 없으면 이상도 없습니다.

그래서 자본주의는 막시즘에서 어쩔 수 없지만 꼭 겪어야 할 과정으로 여겨집니다. 


그럼 공산주의는 어떤 철학일까요.

사실 공산주의는 모든 세계에 존재하는 하나의 현상이자 꿈입니다.

공산주의는 이름이 참 다양합니다. 우리나라에 익숙한 표현은 대동사회, 민본, 무소유 등입니다. 

아시겠지만 이런 표현은 막시즘 이전에 이미 우리가 사용하던 표현들입니다(이것만 봐도 막시즘과 공산주의는 분명 구별되어야 할 철학임을 아실 겁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 공산주의는 하나의 현상이자 꿈입니다. 

이 말은 지금도 이미 존재하고 있고, 더 크게 그것이 확장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존재하는 공산주의는 가족이나 친한 친구관계에서 나타납니다.

아빠가 벌어도 엄마 통장에 들어갑니다. 혹은 요새같은 시대에 맞게 말한다면 둘이 같이 벌어도 공용 통장에 들어갑니다. 자기가 번 돈을 숨기면 비자금 취급을 받습니다. 친한 친구 관계에서는 어려울 때 조건 없이, 만기도 이자도 없이 돈을 빌려줍니다. 다 공산주의입니다. 무소유입니다.

공산주의는 내 것이라는 게 아예 없는 세상이라기보다 내 것에 대한 집착이 없는 세상입니다.

같은 말인 무소유라는 표현도 역시 소유가 없는 세상이라기보다 소유가 중요하지 않은 세상입니다.

이런 현상은 가족, 친구, 이웃 곳곳에 잘 찾아보면 항상 발견됩니다.

그리고 이런 정신을 나라 전체로 점점 확대해나가는 것이 공산주의적 이상입니다.


그럼 이 두 가지, 즉 막시즘과 공산주의, 투쟁과 무소유가 어울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건 무소유 정신이 불안이라는 심리와 상극에 있기 때문입니다.  

소유는 이 세상에 대한 통제 욕구와 굉장히 밀접한 감정입니다.

불안할 수록 통제 욕구는 강해집니다. 

자기 것을 움켜지는 이유는 빼앗을 자가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투쟁하는 자가 많다고 생각할 수록 소유에 대한 집착은 점점 더 강해집니다.

결국 투쟁의 방식으로 무소유를 이룬다는 것은 모순입니다. 

투쟁은 점점 더 소유의 마음으로 나아가게 할 뿐입니다.

그러니 막시즘으론 공산주의를 절대 이룰 수가 없습니다.

점점 더 사태를 심각하게 만들 뿐입니다. 

그리고 그 사태가 더욱 심각해져 결국 참을 수 없는 혁명과 승리로 귀결되도 결과는 밝지 않습니다. 

항상 전쟁상태인 그들의 마음은 그들이 기득권이 되는 순간 소유욕으로 바뀝니다.

권력에 집착하며 자유를 빼앗고, 결국 부패합니다.


저는 이제 우리가 정말 공산주의로 나아가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소유에 집착하고 그것을 옹호해주는 자본주의식 질서는 이제 그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 다음 세상은 분명 무소유의 세상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이 '막시즘'의 유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무소유의 도래는 또 요연해 질 수도 있습니다.

공산주의는 '투쟁'이 아닌 '평화'와 잘 어울리는 한 쌍입니다.

우리가 마음의 평화를 버리고 자꾸 투쟁하려고 할 수록 공산주의는 멀어질 것 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기 마음의 평화를 지키고 소유를 지키려는 자들의 마음에 든 전쟁의 악기를 빼내는 것 입니다. 그들 마음 속에 잠자고 있는 따뜻한 연민과 동정, 우정, 사랑, 연대를 다시 깨우는 것 입니다. 


더 이상 우리에게 '적'은 필요 없습니다. 

그것만이, 그 당당한 선언만이 무소유의 세상을 우리 앞에 가져다 줄 것 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놈, 놈, 놈이 나왔구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