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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CA Dec 20. 2021

즐거운 일을 찾아 나서기

수학 문제를 푸는 재미에 빠져있던 나는, 대학에 입학한 후에 수학을 많이 쓴다는 경제학과 수학을 전공하였다. 정치, 사회, 인문과 같이 무엇이 '더' 옳은가를 다루는 분야와 달리, 경제학과 수학은 무엇이 '맞고 틀린지'가 확실하다는 점에서 명쾌하고 매력적이었다. 공부는 어려웠고, 힘들 때도 많았지만, 그래도 나름 즐거웠다. 물론, 추억은 미화되기 마련이만 말이다.


졸업할 때가 되니 연봉이나 취직 가능성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이 크게 다가왔다. 이런저런 점을 고려하여, 결국 나름 좋은 직장을 잡을 수 있었다. 다만, 좋아하던 경제나 수학과는 꽤나 거리가 먼 분야여서, 처음에는 다소 적응이 힘들었다. 시간이 지나며 다소 적응하기는 하였지만, 고등학교 대학교 7년의 긴 시간 동안 익숙해진 사고방식을 바꾸기는 힘들었다. 그런데, 전혀 다른 분야의 일을 하다 보니, 처음에는 단순한 사고 '방식'의 차이라고 생각한 문제가 사실 '적성'의 문제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적응하면 될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나한테 맞는 사고의 방식과 일의 분야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그래도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일단 한 분야에 진입한 이상, 분야를 바꾼다는 건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니던 직장이 연봉도 높은 편이었고, 꽤나 인정받는 곳이었다. 마음속 어딘가에 불만은 있었지만 그래도 원래 이렇게 사는 것이려니, 하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이런 마음을 짐짓 내비치기도 했지만, '사는 게 원래 그런 거야' 하면 나도 '그렇구나' 하고 말았다.


사는 게 원래 그런 거다. 어딜 가나 비슷하다. 일이란 게 원래 즐거울 수 없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는 게 정말 다 똑같은가? 정말 어딜 가도 똑같은 삶을 살아야 하는가? 일이란 즐거울 수는 없는 것인가?

 

사는 게 정말 다 똑같다면 사람들은 왜 그렇게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서,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아등바등하는가? 어딜 가도 비슷하다면, 왜 젊은이들은 서울로 몰리고, 왜 어떤 이들은 유학을 가고, 왜 미국은 기회의 땅이라 하는가? 일이란 즐거울 순 없다면, 어떻게 누군가는 자기 인생을 바치고, 삶의 반 이상을 바치는 일이 즐거울 수 없다면 도대체 어떻게 행복할 수 있다는 걸까?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일을 할 때 즐거운지를 물어봤고, 심리상담 유튜브 같은 것도 챙겨보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속마음까지 알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내 눈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의문에 대한 답을 갖지 못한 듯했다(사실, 나와 같은 의문을 갖는 것조차 바보 취급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정말 가끔씩 '이 사람은 그래도 나름 일을 즐겁게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일을 즐기면서 한다는 건 어떤 걸까, 그래도 나는 공부는 나름 즐겼던 것 같은데 일이라고 즐기지 못할 건 없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고민은 깊어져만 갔다.


그리고, 어느 날 유튜브에서 배우 진기주님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공대를 나와 삼성전자를 다니다가 그만두고, 다시 기자를 하다가, 슈퍼모델을 거쳐 배우가 되신, 그야말로 '프로 이직러'였다. 영상을 10번, 20번은 돌려본 것 같다. 나는 아직 직장을 때려치운 적도 없고, 누가 보아도 무모한 도전에 발을 내디딘 적도 없지만, 영상의 한 마디 한 마디가 큰 울림이 되었다. 진기주 배우님은 나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길을 거쳐 배우가 되셨을 터이지만, 그 삶에 공감 아닌 공감을 하고 있었다.


몇 달 간의 고민 끝에, 나는 내 나름의 답을 내리기로 결심했다.


사는게 다 똑같지는 않을 거다. 아니, 일단은 아니라고 생각하자. 결국 실패하더라도, 스스로 즐거울 수 있는,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그렇게, 나는 즐거운 일을 찾아 나서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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