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무슨 마음일까요? 마음 하나면 충분한 시 쓰기
7월 한 달 동안 인창도서관에서 하반기 인문학 강좌 첫 번째 프로그램으로 '김언 시인과 함께 하는 시 창작 클래스'가 오픈된다고 해서 프로그램 신청 첫날 홈페이지 접수에 성공해서 선착순으로 15명을 모집했는데 감사하게도 제한된 인원 안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김언 시인은 현재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시며, 1998년 <시와 사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시인이라고 하신다. 7월의 첫 번째 금요일 설렘을 안고 퇴근 후 인창도서관 3층 회의실로 향했다. 강사님이 준비해 주신 교제에는 '시는 나를 쓰는 과정에서 나온다'라는 제목으로 시를 쓰는데 필요한 기질, 비유, 리듬, 착상과 관련된 내용을 적어놓으셨다.
시 창작 클래스에 참여한 인원은 총 14명으로 연령대도 다양하고 남성분도 두 명 계셨다. 처음으로 강사님이 시를 창작할 때 필요한 3가지에 대해서 알려주셨다.
1. 말하듯이 쓰라! 평소 나의 말투를 잘 살려서 쓰라는 것이다. '시' 라면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내 솔직한 성격이 나오는 나의 기질을 잘 살려서 자기만의 '시'를 쓰라는 것이다. 고로 평소 내가 말하는 입말을 살려서 말하듯이 쓰는 게 제일 좋다고 한다. 특히 시를 쓴다는 생각을 버리고 써야 오히려 자연스럽게 써진다고 한다. 처음부터 시를 쓰기에는 어렵고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시적인 글쓰기나 낙서를 한다고 생각하고 메모나 사물노트를 마련해서 무엇이든 생각나는 것을 써보라고 권해주셨다.
2. 대상은 구체적일수록 좋다.
시를 쓸 때 대상은 관념적인 것보다는 구체적인 것을 정해야 쓰기에 편하다고 한다. 시상에 구체적이면 자연스럽게 '리듬'감도 살아나고, 핵심어로 반복이나 변주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시의 대상이 반려견으로 한다면 매일 보는 반려견의 여러 행동이나 모습들을 통해서 보다 구체적이고 다양한 묘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말하듯이 자연스럽게 은율, 리듬감이 생겨나서 '나'에게 중요한 것에 대해 써보라는 것이다.
3. 타인의 시를 많이 읽어라!
나에게 와닿은 시인의 시를 최대한 많이 읽고, 흉내 내고 적극적으로 더 탐구해 보라는 것이다. 소리 내어 읽어도 보고, 필사도 해보고 컴퓨터 키보드로 자판을 치면서 시를 써보는 등 눈으로만 단순히 시를 읽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과정을 통해서 시를 흡수해 보라고 하셨다. 필사를 하면서 적극적으로 '자기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필사나 모작의 과정도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글을 쓸 때도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많이 읽고 필사해 보고 그러다 보면 나만의 글을 쓸 수 있듯이 시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나에게 와닿은 시가 있다면 내가 그 시인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고, 나와 결이 맞는 것이기 때문에 한 명의 시인만이 아니라 두세 명 정도 시인을 정해서 시인들의 시를 최대한 많이 읽어보고 필사하고 모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는 소박하게 말해서 그냥 내 얘기를 하는 것이다. 자기소개서에 들어가지 않는 가장 나다운 이야기이다. 그러기 때문에 가장 나답게 말하는 방식이 곧 나만의 시가 된다고 강조하셨다. 나만의 시를 쓰기 위해서는 나의 기질을 들여다보고 더듬어 볼 수 있는 지속적인 글쓰기가 필요하다고 하셨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는 '사물노트'를 만들어서 나를 대신하는 사물을 하나 정해서 자유롭게 지속적으로 써나가 보라는 것이다. 사물노트를 통해서 우선 나의 기질을 들여다보고 더듬어 볼 수 있으며, 또 시라는 장르에 억눌리지 않는 자유로운 발화가 시작되고, 가장 나다운 발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시는 시를 쓴다고 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나를 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그 무엇이라는 것이다. 다음 주까지 과제를 하나 내주셨다. 나의 기억에 남아있는 사물이나 장소를 하나 골라서 그 대상으로 시적인 글쓰기를 해보라는 것이었다.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사물이나 장소 무엇이 있을까?
일단 너무 고민하지 말고 사물이나 장소를 정해서 무조건 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