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
초등학교 기간제 사서교사로 이제 3년 차에 접어들었고, 지금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서는 1~2학년은 2학기에 책놀이 수업을 3~6학년은 1~2학기에 '한 학기 한 권 읽기' 국어 교과를 담당하고 있다. 교육부에서 2018년부터 시행된 2015 개정 교육 과정에서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국어 교과에 넣어놨다. 초등학생의 독서량은 중고등학생에 비하면 상대적으로는 많기는 하지만, 긴 호흡으로 책을 읽는 데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익숙하지 않다. 이 수업을 학기별로 총 10차시씩 담당해서 하고 있다.
한 학기 한 권 읽기 교육과정에서 사서교사에게 가장 어려운 점은 책을 선택하는 일이다. 긴 호흡으로 책을 읽어야 하기 때문에 권장도서 같은 소위 교육적으로 추천도서 목록에 있는 책들은 학생들의 호기심을 끌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기 시작 전 책을 선택하는데 제일 많은 시간을 들이게 된다.
2024학년도 1학기 3~4학년 한 학기 한 권 읽기 책으로는 '6분 소설가 하준수'(이수용 글, 김도아 그림, 위즈덤하우스)라는 책으로 선정했다. 우선 분량도 그렇게 길지 않고, 내가 재미있게 읽었고 책에 등장하는 '하준수'라는 인물이 초등학교 4학년 남학생이어서 학생들의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는 소재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총 10차시의 수업 중에 1차시는 책에 대해 전반적으로 알아보고 책을 읽기 전에 알면 좋을 배경지식이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활동으로 책표지를 보고 내용을 예측해 보거나 책 제목만으로 이야기를 상상해 보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함께 책을 읽게 되는 2차시부터는 사서교사가 책을 도서관에 소장하고 있다가 수업 시간에만 나누어 주는 방법으로 다음 내용이 궁금하게끔 유도한다. 책을 읽는 방법은 차시별로 다르게 구성해서 한 줄씩만 읽거나, 등장인물 별로 읽거나 또는 한 페이지씩 읽게도 한다.
사서교사인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읽기 방법은 등장인물의 성격에 맞추어 본인의 목소리를 바꿔가며 실감 있게 낭독하는 방법이다. 1년 동안 내가 낭독을 배우면서 느꼈던 점도 책을 소리 내어 읽을 때 등장인물의 감정에 이입되거나 동화되어서 낭독하면 글이 좀 더 입체적으로 나에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물론 듣는 사람에게도 책의 내용을 좀 더 깊이 있게 전달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번주 수업은 총 10차시 수업 중 일곱 번째 수업으로 지난 시간에 책의 줄거리를 갈무리하고, 책의 8번째 챕터를 등장인물로 나누어서 역할극 하듯이 책을 읽고, 읽고 나서 느낀 점을 한 명씩 돌아가면서 이야기해 보고 내가 친구와 함께 보냈던 시간 중 가장 재미있고 행복했던 일을 적어보고 마지막으로 '친구'라는 주제어로 나만의 동시를 적어보게 했다.
40분의 수업시간 동안 아이들이 제일 재미없어하고 하기 싫어하는 게 글쓰기이다. 특히 나만의 글쓰기 솔직히 어른이 나에게도 글쓰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서 나의 생각을 글로 적으면서 사고가 확장되고 어휘력과 배경 지식이 풍부해지리라 믿기에 나는 한 글자, 한 문장이라도 쓰게 한다.
'친구'라는 주제어로 3~4학년 학생들이 쓴 시를 읽다 보면 웃음이 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어떤 학생은 친구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지만 또 다른 학생은 친구는 없어도 된다고, 배신해도 된다고 하는 글을 적은 것을 보고 있자니 요즘 아이들에게 '친구'는 어떤 존재인지 씁쓸하기도 했다.
앞으로 2번의 수업을 끝으로 1학기 수업은 종료된다. 아이들에게 책 읽는 즐거움을 최대한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은데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고 표현하는 즐거움을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