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이늠(Houyhnhnm)
1954년부터 지금까지 7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서울국제도서전은 책을 만드는 사람과 책을 읽는 사람 그리고 작가, 예술가, 편집자, 독자가 한자리에 모이는 명실상부 우리나라 가장 큰 책 축제이다. 사서 고생하는 사서로 밥벌이하고 있는 지라 매해 빼놓지 않고 관람하려고 한다. 올해는 근무하고 있는 지역교육지원청에서 학교도서관연구회 초등분과 협의회로 지역 내 사서샘들 다섯 분과 함께 서울국제도서전 오픈일인 6월 26일에 다녀오게 되었다.
올해는 코엑스 전시장 1층이 아닌 3층 C&D1 홀에서 이루어져서 동선이 조금은 헷갈렸지만 평일 오후였는데도 관람객들로 인산인해였다. 주제전시관으로 먼저 이동해서 '후이늠' 이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카탈로그에 적혀있는 '후이늠'은 걸리버가 네 번째 여행지에서 만난 나라로, 걸리버 여행기의 저자인 조너선 스위프트는 '후이늠'을 '자연의 완성'이라고 정의했다고 한다. 걸리버 여행기를 다시 읽어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우리가 바라는 세상으로 가기 위한 키워드로 총 400권의 도서가 큐레이션 되어 있었다.
전시 마지막에 여러분이 생각하는 '후이늠'은 무엇인가요? 하고 물어보면서 글과 그림으로 표현해 보라는 미션공간이 나타난다. 내가 바라는 미래는 글쎄... 서로의 다름과 차이를 존중하며 배려하는 사회였으면 한다. 그리고 서로의 행복을 진정으로 바라며 누군가에게 내가 갖고 있는 행복을 나눠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주제전시 부스 옆에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 코너에서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한국에서 가장 즐거운 책, 한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 한국에서 가장 지혜로운 책으로 선정된 책들을 보며 그동안 알지 못했던 책들도 보이고 특히 한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들에는 그림책들이 많았는데 신선한 아이디어와 내용들이 담긴 책들이 보기 좋았다. 출판사 별로 재미있는 북큐레이션도 좋았고, 학교도서관에서 나도 한번 시도해 볼까 하는 다양한 주제별 북큐레이션들에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었다.
각양각색의 출판사들 부스들을 둘러보고 새로 나온 신간들도 눈으로 직접 확인하다가 '이야기꽃' 출판사 부스에서 너무 반가운 분을 만나게 되었다. 2019년 제주도 내 어린이도서관에서 사서로 근무할 때 9월 독서의 달을 기념하며 독서 문화행사로 진행했던 '책 청소부 소소'(노인경 글, 그림) 전시를 함께 했었던 당시 그림책미술관시민모임 제주의 일원이셨던 김영화 작가님을 5년 만에 재회하게 되었다.
그림책 '무등이왓에 부는 바람'으로 한국출판문화상과 대한민국그림책상을 받으시고, 최근에 그림책 '봄이 들면'을 출간하셨다며 근황을 들려주셨다. '봄이 들면' 그림책은 제주의 봄 풍경이 가득 담겨있었다. 작가님이 직접 정성스럽게 사인도 해주시고, 얼굴이 기억이 난다고 하시면서 반갑게 화답해 주시고, 작가님 사인과 함께 '봄볕 같은 따스함이 마음에 깃들기를 바랍니다.'라는 멘트를 보니 내 마음이 어느덧 따스해지기 시작했다. 책 속에 등장하는 고사리 그림을 보자마자 제주에서 살 때 고사리를 캤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그리고 이야기꽃 출판사의 김장성 대표님도 뵙게 되어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기념사진도 찍고 잠시 제주도의 추억들이 떠올랐다. 당시 근무할 때는 일이 너무 많다고 투덜거리면서 근무했던 거 같은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언제 그런 경험들을 해볼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도 들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책을 통해 서로에게 말을 걸고 위로를 전하고 그 마음을 전해 받을 수 있는 시간들이어서 의미 있는 서울국제도서전 2024 관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