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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고생하는 사서 Nov 27. 2023

보이스 컬처

낭독연수 34회 차

11월의 마지막 주일! 주말 사이 날씨는 많이 쌀쌀해져서 이젠 패딩을 입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 날씨이다. 오늘은 두 번째로 낭독 대면수업이 있는 날이다. 낭독연수의 강사님이기도 하신 조예신 성우님이 직접 신촌 연세대학교 근처 스튜디오를 대관해 주셔서 정말 오래간만에 신촌으로 나섰다. 


수업시간은 3시부터였는데... 버스를 3번 갈아타고 도착하니 3시 20분 정도 미리 도착하신 사서샘들도 계셨고, 스튜디오 건물 2층에서 총 열네 명의 사서샘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둘러앉아서 성우님이 준비해 주신 김밥과 커피, 귤도 먹으며 한 명씩 돌아가며 준비한 글을 낭독해 보았다. 


처음으로 낭독회에 문을 연 선생님은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사샤 세이건 지음, 홍한별 옮김, 문학동네)의 한 대목을 낭독해 주셨다. 태어남에 대해 우리가 행하는 일상 속 작은 의식들이 얼마나 삶의 순수한 기쁨을 일깨우는지 담담하고 아름답게 표현한 책이었다. 선생님의 낭독을 들어보니 시와 에세이 분야 책은 아니었지만 과학분야 사회분야의 책들도 낭독 도서로 선정해서 읽어도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두 번째로는 사서샘의 남편분도 함께 참여하셔서 시를 한편 낭독해 주셨다. 자신의 색깔을 찾고, 그 길을 찾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를 낭독해 주셔서 매번 여성분들의 음성만 듣다가 남성분의 중저음 목소리로 시낭독을 들으니 새로웠다. 


세 번째로는 '행복' (권지영 지음, 송수정 그림, 단비어린이)이라는 그림책을 낭독해 주셨다. 행복이란 내 옆에 있는데도 눈치재지 못하는 것처럼 행복은 바로 지금, 나와 함께 있다는 걸 마음 깊이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책 속 주인공처럼 이불속에 있는 것도, 여행을 가는 것도 모두 행복하다는 것처럼 행복은 늘 우리 곁에 가까이 있다는 것이다. 


네 번째로는 '모르는 척 공주'(최숙희 지음, 책 읽는 곰) 그림책을 사서샘이 낭독해 주셨다. 초등학교에 근무하시는 사서샘이라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경우가 많아서 그림책을 선택하게 되셨다고 한다. 부모가 애써 감추려고 해도 둘 사이의 불편한 기운은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해질 수밖에 없는 것으로 아이들의 마음에 대해 부모와 아이들이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다섯 번째로는 안도현 시인의 시를 담아낸 '이웃집(안도현 지음, 이관수 그림, 봄이 아트북스)' 그림책을 낭독해 주셨다. 이웃집 감나무가 울타리를 넘어와 홍시를 따먹어도 되는 건지 아닌지에 관한 작은 소동을 시골 풍경을 담은 그림과 함께 풀어낸 재미있는 책이었다. 나 같으면 고민 없이 그냥 맛있는 홍시를 보자마자 따먹을 것 같다. 


여섯 번째로는 '왜 사는가(조병화 지음, 자유문학사)'라는 책을 낭독해 주셨다. 우리는 왜 사는지? 에 대해 근원적으로 궁금한 것들이 많은데 젊은 시절에는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중년이 된 지금은 그 의미에 대해 조금은 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신다는 선생님의 소감도 인상적이었다. 


일곱 번째로는  '긴긴밤(루리 지음, 문학동네)'의 앞부분을 낭독해 주셨다. 나도 의미 있게 읽었던 책이라 소중한 이를 다 잃고도 '마지막 하나 남은 존재'의 무게를 감당해 내는 코뿔소와 펭귄의 마음이 기억에 남는 책이었다. 다. 


여덟 번째로는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박완서 지음, 세계사)'라는 에세이를 낭독해 주셨다. 그중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라는 챕터를 읽어주셨는데 떨렸다고 하시는데 그 떨림이 느껴지지 않았다. 사서샘이 바라는 부모의 모습이 담겨서 더 좋았다고 하신다. 


아홉 번째로는 '마음치유'와 관련된 책을 낭독해 주셨다. 허리를 곧추 세우고 숨을 쉬고 내뱉고,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오늘 하루 나에게 있었던 소소한 일들에 대해 감사하는 법이라던지 우리가 실생활에서 바로 사용해 볼 수 있는 방법들이 소개되어 있어서 좋았다. 


열 번째로는 자작시를 세편 낭독해 주셨다. 10분 내외로 시를 쓰신다는 능력자 사서샘도 있으시다. '마음 한 칸'이라는 자작시도 '내 친구'라는 시도 참 감성적이시고 내면의 감정을 글로 잘 풀어내시는 분인 거 같아 부럽기도 했다. 


열한 번째로는 내 차례였다. '12월의 기도'라는 이해인 수녀님의 시를 낭독해 보았다. 이맘때쯤이 되면 한해 정신없이 살았지만 뭔가 한 거 없는 것도 같고, 내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도 있는데 이 시를 읽고 위로를 받았던 터라 선생님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낭독했다. 또 한 해가 가 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 하기보다는 아직 남아있는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시오~ 낭독 시작과 함께 갑자기 너무 떨려서 손이 바르르 이런 경험을 하게 될 줄을 몰랐는데... 마음을 담아 낭독하는 글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열두 번째로는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나태주 지음, 열림원) 중에 오후에 카톡이라는 시를 낭독해 주셨다. 나태주 시인의 시는 일상을 참 솔직하게 잘 표현한 시 같다. 시의 제목부터 나도 참 마음에 들었던 시집이다. 


열세 번째로는 사서샘이 직접 지으신 글을 낭독해 주셨다. '낭독 공동체'라는 제목으로 학교에서 사서교사로 일하면서 우리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다른 교과 선생님들과 어떻게 협력하면 좋을지 늘 고민이 되는 자리인데 업무와 관련하여 이런저런 고민을 참 많이 하시는 분이구나라는 생각이 낭독을 들으면서 저절로 들었다. 


열네 번째로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정호승 지음, 비채)'의 시를 낭독해 주셨다. 정호승 시인의 유명한 시인데 선생님의 목소리로 들으니 또 다른 느낌이었다. 모임의 리더이기도 하신 선생님의 낭독 소감을 들으니 이 모임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또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성우님의 지인찬스로 연대 성악과에 재학 중이신 학생의 작은 음악회도 들을 수 있어서 연말분위기도 나면서 특별했던 하루였다. 


사서 고생하는 사서로 밥벌이한 지 어느덧 14년 차가 넘어가고 있다. 학교도서관에서 사서교사로 근무하면서 늘 고민되었던 부분들도 사서교사만이 할 수 있는 콘텐츠를 찾았는데... 함께한 사서샘들과 발견한 것은 낭독이었다. 낭독연수가 끝나고 나중에는 낭독극을 들고 사서샘들과 함께 여러 학교들을 순회하며 공연하는 그날이 속히 오길 바래보며 11월의 마지막 주일 좋은 사람들과 따뜻하고 감사한 시간을 보내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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