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서 고생하는 사서 Nov 21. 2023

보이스 컬처

낭독연수 33회 차

오늘 낭독수업은 다음 주에 대면으로 만나서 수업할 때 함께 수업 듣는 사서샘들의 작은 낭송회 발표준비로 각자 준비한 시, 자작시, 자작에세이 등을 6분 정도 씩 릴레이로 낭독해 보았다. 


그림책 '겨울, 나무'(김장성 글, 정유정 그림, 이야기꽃)를 낭독하신 선생님도 있으셨고, 이 그림책은 그 나무의 참모습을 노래하고 있다. 서리 지고 눈 내리는 겨울이 와도 제 자리 제 모습을 지키는 것은 결국, 꽃과 잎과 열매 뒤에서 그것들을 내고 받치고 키우던 가지와 줄기와 뿌리인 것이다. 그러므로 나무는, 꽃도 잎도 열매도 떠나보내고 그 자체로 남은 ‘겨울, 나무’가 비로소 ‘나무로써 나무’인 것이다. 그림책도 종류에 따라서는 호흡을 많이 쓰는 것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특히 이 작품의 경우에는 공기반 소리반 느낌으로 호흡을 조금 더 많이 써서 '여기까지 당신 창 애썼다.'라는 식으로 호흡을 더 많이 넣어서 낭독하는 것이 글의 의미를 더 잘 전달할 수 있다고 강사님이 피드백을 주셨다. 


다른 사서샘은 2020년 11월에 화양계곡에서 보게 된 고목을 보시고 나서 자녀들에게 들려주고 싶어 쓰신 글 '어른은 말이야'를 낭독해 주셨는데 작은 울림이 있었다. 어른이 되어서 다르게 보이는 고목도 그렇고 인생을 보는 눈이 달라진 낭독하신 선생님의 목소리와도 잘 어울렸다. 


그림책 '도깨비 닷냥이'(김성범 지음, 신성희 그림, 품 출판사)로 재미있게 낭독해 주신 선생님도 계셨고, 박완서 님의 에세이를 묵직하게 낭독해주시고 하고, 정호승 님의 '바닥에 대하여',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찰리 매커시 지음, 이진경 옮김, 상상의 힘)은 대화가 들어있는 책이어서 톤을 다르게 해서 낭독하는 게 포인트였다. 


나는 감정치유가 '김윤희' 님의 '일 년 동안' 중에서 여기까지 당신 참 애썼다는 글을 낭독해 보았다. 

벌써 12월?

뭐 한 것도 없는데...

시간이 참 빠르게 느껴질 거야....(톤을 내려서 낭독)

지난 시간을

허무하게 흘려보낸 것 같은 실망감, 뭔가 제대로 이루지 못한 것 같은 아쉬움, 그런데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데서 오는 막연한 설렘가지, 마음이 복잡할 거야...

그런데 지난 일 년을 생각해 보면 네 의도와 상관없이 상황이 흘러가 버린 경우도 있었고, 네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는 경우도 있었지만, 어쨌든 넌 네 자리를 지켰고 그 자리에서 너 자신을 잃지 않고 살아냈잖아...

사실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야~

살면서 내 자리를 지키고 (여유 있게 포즈를 많이 두기)

나 자신을 잃지 않게 지켜내는 것, 결코 쉽지 않아...

그러니, 여기까지 너 참 애썼다고...

견뎌줘서 고맙다고....

너 자신을 다독이며 위로하고 격려해 주길 바라...^^


달력이 한 장 남아있는 이 시점에 2023년 3월부터 시작하게 된 낭독연수는 어쩜 나에게는 힐링의 시간이었고, 내 목소리로 다양한 글을 읽으며 조금 더 깊게 책을 읽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오감을 다 작동해서 글에 푹 빠질 수 있는 매력적인 방법이 낭독인 것 같다. 


다음 주 대면수업으로 만나 열세명의 사서샘들이 어떤 목소리로 어떤 멋진 글들을 낭독해 주실지 기대하며 나도 내가 쓴 자작글로 남은 시간 낭독 연습을 한번 해봐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보이스 컬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