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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고생하는 사서 Nov 15. 2023

보이스 컬처

낭독연수 32회 차

급격하게 추워진 날씨와 입동을 지나서인가 아침에는 입김도 나오고, 영하로 떨어진 날씨로 겨울을 체감할 수 있는 월요일이었다. 퇴근 후 매주 월요일 줌으로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두 시간의 수업을 듣기 위해 책상에 앉는다. 


오늘은 안데르센의 유명한 동화 '인어 공주'를 릴레이로 낭독해 보았다. 중학년(초등 4~5학년)을 대상으로 낭독해 준다고 상상하며 목소리의 톤을 살짝 높여서 낭독하는 게 좋다는 팁을 주셨다. 공감각적 느낌을 리드미컬하게 낭독하는 게 좋다고 하셨다. 가령 '저 멀리 드넓은 바다에'는 멀고 드넓은 바다를 상상하며 낭독해 보라고 하셨다. 

발음도 모음을 먼저 연습해 보고 자음과 합쳐서 발음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그리고 자음 중 특히 'ㅋ, ㅌ, ㅍ, ㅎ'는 조금 더 선명하게 소리를 내줘야 듣는 사람들이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아래는 내가 낭독했던 부분의 일부분이다. 

바다 밑바닥에는 그저 하얀 모래만 있다고 추측하지 마라. 절대로 그렇지 않다! 하늘거리는 줄기와 잎이 달린 놀라운 나무와 꽃들이 그곳 아래에서 자라는데, 바닷물이 조금만 휘저어도('ㅎ'의 발음을 좀 더 세게)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몸을 흔들어('ㅎ'의 발음을 조금 더 선명하게) 댄다. 여기 새들이 나무 위로 날아가는 것처럼 각양각색의 물고기가 나뭇가지 사이를 드나든다. 드넓은 바다 가장 깊은 곳에 바다 왕의 궁전이 솟아 있다. 성벽은 산호로 지었으며 높이 솟은 뾰족한 창문은 보석, 호박으로 만들었다. 


두 번째로는 등장인물의 대사가 나오는 부분을 낭독할 때에는 상상을 더해서 인물의 이미지를 더해서 착한 할머니, 인자한 할머니 등으로 만들어서 그 인물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좋다고도 팁을 주셨다. 

아래는 내가 낭독했던 부분이다. 


할머니가 말했다. (할머니의 푸근하고 여유 있는 이미지를 생각하고 한 템포 쉬고)

"너희 중 열다섯 살이 되는 사람은 바다에서 나가 달빛을 받으며 바위에 앉아 있어도 된단다. (할머니의 따듯한 이미지를 극대화하여 낭독)

지나가는 거대한 배를 지켜볼 수도 있어. 숲과 마을도 보게 될 거야.('거야'의 경우는 입모양을 작게 해서 발음)"

다음 해 맏이가 열다섯 살이 된다. 하지만 다른 공주들, 그러니까 각자 동생들보다 한 살씩 더 먹었으니 막내가 물에서 나가 세상이 어떤지 볼 때까지 5년을 기다려야 했다. 그래도 언니들은 각자 자기들이 본 것을, 그리고 첫날 가장 아름답게 찾아낸 것을 전부 다른 공주들에게 들려주기로 약속을 했다. 할머니는 반도 말하지 않았기에 공주들이 간절히 알고 싶은 게 무척이나(강조하면서 리듬을 타면서 낭독) 많았다. 


할머니의 목소리로 낭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인자한 할머니 또는 푸근한 할머니의 목소리를 어떻게 내야 할지 어려웠다. 


세 번째로는 그림책 '쿠키-한입의 인생수업'이라는 책을 릴레이로 한 장면씩 낭독해 보았다. 평소 학교에서도 초등 1~2학년을 대상으로 책놀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서,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은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림책에서도 등장인물의 나이와 캐릭터를 책에 나온 대로 구현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쿠키 그림책에 나오는 주인공은 9~10세의 귀엽고 밝은 여자 아이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어려웠다. 다른 선생님들이 낭독하는 것을 들어보니 각기 다른 목소리로 다양한 캐릭터가 살아있는 것 같았다. 


11월 26일에는 대면수업으로 연세대학교 근처에서 만나서 서른네 번째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각자 3~4분 내외로 시, 에세이 등을 낭독해 보기로 했다. 어떤 글을 낭독하면 좋을지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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