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는 끝이 없고

노마드 아프리카 트럭킹 투어, Day 29 (탄자니아 입국)

by Nell Kid
이젠, 탄자니아

황열병 백신 주사증이 처음으로 쓸모를 찾았다. 마침내 우린 탄자니아에 입국했다. 국경을 넘을 때, 황열병 예방 주사를 맞았다는 증서를 보여주어야 했다. 아프리카에 오기 전, 황열병이니, 말라리아니, 생물학적으로 두려울 수 밖에 없는 병명들에 꽤 많이 염려했지만 아직은 무사하다. 아프리카에서의 날들이 끝난 건 아니지만, 어쨌든 지금껏 무사한 것으로도 정말 다행이다. 아무튼, 탄자니아라니. 킬리만자로와 세렝게티, 그리고 잔지바르의 나라. 며칠 있으면 우린 잔지바르 바닷가로 향한다. 흙먼지와 사막이 익숙했는데, 그러다 마주하게 된 바다는 어떤지 생경한 느낌이다. 생각해보면 아프리카의 동쪽 바다는 또 처음이다. 이 대륙의 남해는 남아공의 케이프타운에서, 서해는 나미비아의 스와콥프문트에서, 그리고 동해는 탄자니아에서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사이를 관통한 트럭킹 캠핑 여행이라니. 지금은 무척 고되지만, 나중에는 분명 아릿한 그리움으로 남게되겠지.


여행이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다. 탄자니아의 미쿠미 국립 공원과 잔지바르를 다녀오면 아프리카에서의 나의 일정은 마무리 된다. 뒤의 4일은 세렝게티를 방문하는 계획이지만, 나는 신청하지 않아 캠프사이트에 잔류할 예정이다. 세렝게티를 가지 않은 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그 비용을 낼 만큼 내가 동물들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아직까지 사자를 보지 못 하여 아쉬운 것은 있지만, 이제 한 번 남은 미쿠미 공원 게임 드라이브에서 희망을 걸어 본다. 만약에 그 날에도 사자를 보지 못 한다면, 그건 뭐 운명이 아닌 것이고. 꽤나 많은 것들에 그러려니 하면서 초연해지는 요즘이다. 이건 순례길과 아프리카 트럭킹을 거치며 내 그릇이 커지고 포용력이 함양되었다기보다는, 이제는 정말 '지쳤다'고 얘기하는 게 적확할 듯하다. 집에서의 일상이 그리운 것은 아니나, 매일 이동해야 하는 이 여행이 조금 벅차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순례길부터는 지금껏 계속 유랑 중이다. 한 도시에 이틀 이상 머물러본 적도 거의 없다. 아프리카의 경우, 다행히도 걷는 게 아니라 트럭으로 이동하는 것이지만, 매일 텐트에서 잠을 자는 일정이기에 마냥 편할 수는 또 없다. 몹시, 정착 하고 싶다. 어디든, 어디서든, 정착하고 아주 오래도록 몸을 누이고 싶다.

20170615_053415.jpg 아침, 말라위를 빠져나오며

가이드의 훈계 아닌 훈계로 냉랭해져버린 공기는 아직 그대로다. 웃으면서 서로 이야기는 하는데, 뭔가 조금 꺼림직한 느낌은 지울 수 없다. 특히 그들은 오늘 탄자니아에 입국할 때도 썩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또 한 번 그들에게 실망한 순간이었다. 국경을 넘을 때는 여러모로 긴장이 된다. 육로로 넘는 것인 만큼 주위에 이런저런 사람들도 많고, 그러면서도 치안은 불안하고, 또 정신도 없기에 가이드들이 가장 필요한 순간들 중 하나다. 신속하고도 깔끔하게 수속 절차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미리미리 요령을 알려주고 또 길게 걸리는 사람과 짧게 걸리는 사람들을 분류하여 혼란 없이 수속을 밟을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오늘 이들은 상당히 무책임했다. 저기가 국경사무소고, 또 저 쪽이 환전소며, 되도록이면 귀중품을 꺼내서 사람들 이목을 사지 말라는 대단히도 원론적인 이야기외에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우리가 그렇게 출입국사무소에서 비자를 받는 동안, 자기들은 자신들의 할 일은 할 뿐이었다. 한 명은 차량에 관하여 신고한다고 해도, 다른 한 명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조금은 화가 나기도 했다. 물론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우리를 지켜보며 만일의 경우에는 도움을 줄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하면 할 말은 없겠지만.


나와 함께 텐트를 쓰는 미국인 친구 네이튼은, 다른 사람들보다 거의 두 배에 가까운 돈을 지불해야 했다. 이유는 하나다. 그가 미국인이기 때문이었다. 국가마다 내야하는 금액이 다른데, 하필 미국은 100달러다. 그 친구가 다소 당황하고 있을 때도, 정작 가이드들은 옆에 없었다. 가이드들의 해명에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프리카 초반의 20일들과 달리, 후반기 20일, 즉 아프리카 동쪽의 경우 많은 것들이 시시각각 바뀌기에 국경이든 어디든 현장에 도착해야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현장에 도착했을 때 그들이 최신의 정보를 우리에게 알려주어야 했던 것 아닌가. 미국인 친구는 우리로부터 현금을 빌려서 겨우 100달러를 낼 수 있었다. 그때 지불하지 않았다면 다시 줄을 서야 되는데, 그러기에는 몇 시간이 더 소요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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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5_183615.jpg 차창 밖으로 보이는 탄자니아

탄자니아의 첫 캠프사이트까지는 국경에서부터도 또 한참을 달려야 했다. 후반기 일정의 아프리카는 참 더럽게도 많이 달리고 달린다. 창 밖으로 마을들을 지나가기도 했는데, 이 곳의 사람들도 우리를 보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정말 모처럼, 이 캠프사이트에는 와이파이가 된다. 거기에, 따뜻한 물도 아주 잘 나왔다. 겉으로만 보면 뜨악할 외관의 화장실과 샤워실이지만, 냄새도 별로 안 나고 물도 잘 나와 매우 만족했다. 화장실 변기에는 물이 없었다. 아주 깊은 곳까지 변기가 뚫려있는 듯했다. 그래도 겨울이라 그런지 악취가 심하지는 않다. 다만 이 어두운 화장실에서, 행여 나의 핸드폰이 빠져버리면 어쩌나 싶어서, 이걸 조금 우려하며 용변을 해결했다. 이렇게 씻고, 우리는 각자의 핸드폰을 들고 세상과의 소통을 위해 와이파이 카페로 모였다. 며칠동안 세상의 소식을 모르고 지냈는데, 알아야 했던 이야기들은 없었다. 말라위를 잘 빠져나왔다는 소식을 sns에 올리고, 앞으로의 나의 지루함을 덜어줄 팟캐스트를 다운 받았다. 그러다 한 친구와 연락이 됐는데, '지금 탄자니야'라고 말하는데 뭔가 이상했다. 정말로, 내가 '탄자니아'라는 나라에 있다니. 살다보면 별 일이 다 생긴다는 걸 모르는 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아직 적응이 안 되는 나의 여행이고 우리의 루트다. 그럼에도 이 여행이 마무리 되어가는 게, 또 나름의 아이러니다. 오늘의 플레이리스트는, 넬의 '습관적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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