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 아프리카 트럭킹 투어, Day 40~41 (아루샤-케나 냐이로비)
그렇게 우리의 발걸음은 여기 나이로비에서 끝났다.
절대로 올 것 같지 않았던 마지막 날이 찾아왔다. 어제 오후 즈음에 세렝게티에 갔던 일행들은 베이스캠프로 복귀를 했고, 우린 마지막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그들이 세렝게티로부터 오기 전, 나는 잠깐 베이스캠프 주변 동네를 산책했다. 매일같이 본 풍겨들이었는데, 이 대륙의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모든 게 새로웠고 애틋했다. 현지 주민들에게 정중히 양해를 구하고, 마을 사진 몇 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울퉁불퉁한 길, 다소 향수를 자아내는 콘크리트 집들, 가게들, 그리고 사람들. 다음 날이면 이 대륙을 떠난다는 생각이 애상감을 불러 일으켰다. 현지 주민들은 사진을 찍는 나를 다소 신기하게 바라보았고, 아이들은 무리를 지어 나를 졸졸 따라왔다. 타이어를 굴렁쇠처럼 굴리며 놀고 있던 아이들이었는데, 나를 전혀 경계하지 않아 되려 내가 조금은 당황했을 정도였다. 아프리카라는 대륙을 방문하기 전, 내게 이 대륙은 거의 완벽한 미지의 땅이었고, 그렇기에 나는 엄청난 경계심과 두려움을 지닌 채 비행기에서 내렸다. 그 경계심과 두려움이 실은 실체보다 훨씬 거대한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을, 이 대륙을 캠핑으로 횡단하며 조금씩 알아갔다. 물론 나의 안위를 위하여 마땅히 두려워하고 조심할 것들도 존재했지만, 위생이나 치안 등의 문제에 있어서는 '최소한 여행의 관점에서 만큼은' 큰 문제가 없었다. '최소한 여행의 관점'이라고 강조한 것은, 현지 주민들이 겪고 있는 생활적 불편함과, 정치 사회적 불합리, 그리고 여러 통계 수치가 보여주는 명징한 개발 수준 등, 여행의 낭만과 그것의 협소함으로 섣불리 재단해서는 안 될 것들이 아직 이 대륙에 많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겪지 않았을 뿐이었고, 그러니 나는 아주 좁디 좁은 여행자의 시선에서만 이 대륙을 이야기 할 수 있다.
41일 간의 트럭킹 및 캠핑 투어가 매 순간 낭만과 행복함으로 충만했다고 말 할 수는 없다. 지독한 슬럼프도 있었고, 또 원치 않았던 일정도 '패키지'라는 이유로 소화해야 했다. 마찬가지로 모든 현지 주민들이, 오늘의 아이들처럼 나같은 여행객들을 따뜻하고도 친절히, 또 웃음 가득하게 맞아준 것은 아니었다. 그러기에는 우리가 현지인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무척이나 제한되어있기도 했다. 그래도 꽤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지나갈 때마다 우리 트럭을 향하여 손을 흔들어주었고, 또 반갑게 인사해주었다. 그리고 오늘, 내게 친근하게 대하는 아이들을 보며, 이곳의 사람들에 대한 마지막 인상을 참 좋게 남길 수 있었다. 그 아이들의 사진도 몇 장 찍었는데, 그 중 한 장에는 내가 부탁한대로 머리 위에 하트를 그리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동네 산책을 가볍게 마치고, 나는 '가게'로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얼마 전 마셨던 탄자니아 커피를 역시 맛 볼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 종업원이 건넨 커피는 흔하디 흔한 믹스 커피였다.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조금은 웃음이 나기도 했다. 기대치 않은 것들을 기대하라고, 캠프 초반 어떤 가이드와 와인을 한 잔 할 때 그는 내게 이렇게 얘기했다. 기대치 않은 믹스커피가 마냥 싫지 만은 않았다. 천천히 커피를 마시고 일어섰다. 이렇게 현지 주민들의 삶을 들여다보거나 그들과 잠시나마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게 이 투어의 아쉬운 점이다. 길 위를 계속 달려서 관광지나 캠프 사이트들을 방문하게 되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조금 더 이런 시간이 많았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커피를 마시고 낮잠을 한 숨 자고 일어났더니, 일행들이 복귀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이 찍어온 세렝게티 사진들을 구경했다. 사자가 사냥을 하는 등의 모습을 보았다면 세렝게티에 간 그들이 다소 부러웠겠으나, 다행히 압도적으로 시기할 만한 순간이 담긴 사진은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날이 되었다. 며칠 전 방갈로로 이동했음에도 나는 텐트를 접지 않았고, 그래서 오늘 아침에 그 텐트를 마지막으로 다시 보게 되었는데, 괜히 조금 눈물이 나올 뻔했다. 스카이다이빙과 빅토리아 폭포, 그리고 아주 많은 동물들 등 참 많은 것들을 아프리카에서 경험했지만, 그래도 이 여행의 본질은 텐트에서의 캠핑이었다. 텐트라는, 전기와 불도 없이 가장 '재래'식 형태의 숙소를 매일같이 펴고 접으며 '노마드', 즉 '유목민'처럼 생활했던 것은, 아마 평생을 살아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일 테다. 지난 12월 이 여행을 시작하며, 나는 이 여행의 기억이 못내 소중하고 아쉬워, 그렇게 조금은 스스로의 삶을 긍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었다. 그리고 이제, 나의 여행이 어느 정도는 그 바람에 부합하게 되었고, 아프리카에서의 날들은 내 젊은 날의 상징처럼 남지 않을까 싶다. 텐트를 해체하는 데 이렇게나 슬펐던 적은 처음이었다. 그와 동시에, 처음에는 텐트의 폴들을 제대로 끼우거나 빼지 못하여 잔뜩 긴장하곤 했던 것도 생각났다. 나의 손이 썩 야물지는 못 하기에, 매일 새벽 텐트를 접을 때마다 나는 폴 한 두개를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근심하곤 했다. 나처럼 덜렁거리는 사람이 이 정도 시간동안 별 일 없이 여행하고 있는 것도 참 놀라운 일인데, 그 중에서도 특히 아프리카에서 별 일이 없었다는 건 엄청나도록 놀라운 일이다. 텐트를 접고, 트럭에 텐트를 집어 넣었다. 안녕, 나의 보금자리야. 아프리카를 꿈꾸고 계획하는 다음 이들에게도, 넉넉하지는 못해도 든든한 잠자리가 되어 주기를.
텐트를 집어 넣고, 아침을 먹었으며, 짐을 정리하고 트럭에 올랐다. 매 번 올랐던 트럭인데 어쩐지 얘 조차도 참 낯설게 느껴졌다. 40일 전 케이프타운에서의 새벽에, 나는 버스도 트럭도 아닌 이 어중간한 트럭에 잔뜩 긴장하고 올랐고, 생각보다는 좁은 공간에 놀라고 그러면서도 USB 포트가 있다는 데에 더 깜짝 놀랐으며, 그래도 이 정도면 믿을만 하다고 순간적인 판단을 내렸었다. 이 트럭 안에 온갖 것들이 다 있음에 놀라웠고, 또 어느 시점부터는 트럭이 든든해졌고 편해졌다. 여기서 잠도 잤고, 글도 썼으며, 사람들과 카드 게임도 했고, 에토샤 국립 공원에서는 게임 드라이브를 즐겼고, 아주 가끔은 몰래 옷도 갈아입었다. 이 좁은 공간에서 참 많은 시간을 보냈다. 에어컨이 없는 관계로 창문을 열었다가 먼지가 너무 심해 닫은 적도 있고, 울퉁불퉁한 길을 달리다가 트럭 뒤의 수납장 문들이 열려 짐들이 쏟아진 적도 있었다. 전반기와 후반기 모두 같은 트럭으로 여행할 수 있었던 건 행운 아닌 행운이었다. 우리의 든든한 '암스트롱.' 역시나 애틋한 마음이 들어, 트럭의 내부와 외부를 카메라에 담았다. 그렇게 우리는, 케냐로의 마지막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트랜짓 비자는 제대로 발급되었고, 우리는 무사히 이 투어의 마지막 종착지인 나이로비에 도착했다. 이제 정말 끝났다. 가이드들 및 일행들과 가벼운 포옹을 나누었다. 이제, 각자의 길을 걸어야 할 차례였다. 투어 후 숙소(Post-tour Accommodation)을 예약한 이들은 여기서 체크인을 했고, 나는 우버를 불렀다. 어차피 다음 날 새벽 비행기를 타고 떠날 예정이기에, 먼저 공항에가서 기다리는 게 제일 낫겠다 싶었다. 거기가 제일 안전할 것도 같았고. 정든 일행들과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나는 택시에 올랐다. 이제, 정말 끝났다. 끝났다는 게 믿기지 않았지만, 그렇게 나의 투어는 끝났다.
몇 번의 검문을 통과하여, 우버 차량은 무사히 공항까지 도착했다. 이제 몇 시간 후면 이 대륙을 떠난다. 마드리드에서 이스탄불을 거쳐 남아공의 케이프타운으로 왔고, 거기서부터 트럭킹과 캠핑을 하며 나이로비까지 왔다. 지도를 보니, 나이로비는 적도 근처다. 남아공의 케이프타운에 희망봉이 있었으니, 나는 이 대륙을 횡단했음과 동시에 절반 정도는 종단한 셈이 되었다. 그렇게 무사히 공항까지 왔음에, 우선은 깊은 안도감이 든다. 맥주와 커피를 차례로 마시고 있는데, 이제 비행기만 무사히 출발하면 된다는 게 조금은 허탈하기도 하다. 그 동안 달려온 지도를 보니, 참 멋진 날들을 보냈었다. 지금은 이 멋진 날들이 나의 현실이기에 큰 감동으로 와닿지는 않으나, 아주 조금의 시간만 흘러도 이 날들을 많이 생각하게 될 것 같다. 다른 여행지들을 떠올리면 그립거나 그럴 테지만, 여기는 조금 다른 느낌을 자아낼 듯하다. 아마도 다신 없을 날들을 보냈기에, '그런 순간이 내게도 있었다'며 그 자체로 벅찬 감정을 일으킬 수도 있겠다. 잘 모르겠다. 여행의 의미는, 아무래도 시간이 조금은 지나야 파악되는 것 같고, 한 장소를 벗어났을 때 비로소 그 장소가 어떤 의미의 여행지였는지 얼추 와닿을 것이니까. 케이프타운에서의 일주일과, 아프리카 투어의 41일까지, 거의 50일을 이 대륙에서 보냈다. 그렇게 써내려간 나의 아프리카가, 먼 훗날 나를 지탱하는 힘이 되기를 소망한다. 그렇게 우리의 발걸음은 여기 나이로비에서 끝났다. 이곳에 찍힌 마침표가, 조금은 슬프고 또 조금은 시원하다. 오늘의 플레이리스트는, sg워너비의 '우리의 얘기를 쓰겠소'다.
아프리카 여행 트랙리스트
1. 브로콜리너마저, '단호한 출근'
2. 넬, 'Promise Me'
3. 러블리즈, '지금, 우리'
4. Coldplay, ‘A sky full of stars’
5. 넬, 'Afterglow'
6. 이적, '비포선라이즈'
7. 이소라, '듄'
8. 메이트, '하늘을 날아'
9. 로이킴, '상상해봤니'
10. 라즈베리필드, '스물셋, 봄'
11. Rachael Yamagata, 'Elephants'
12. 홍재목, '당신이 그대가'
13. 악동뮤지션(AKMU), '오랜 날 오랜 밤'
14. 이이언, '세상이 끝나려고 해'
15. 넬, '기억을 걷는 시간'
16. SG워너비, '사랑했어요'
17. 정재일, '주섬주섬'
18. 넬, 'Ocean of Light'
19. 에피톤 프로젝트, '우리의 음악'
20. 김동률, '다시 시작해보자'
21. 새봄, '당신이 두고간 가을'
22. 넬, '한계'
23. 검정치마, 'EVERYTHING'
24. 임헌일, 'falling in love'
25. 오지은, '누가 너를 저 높은 곳에 올라가도록 만들었을까'
26. 디어클라우드, '이미 오래전 이야기'
27. 에픽하이, '평화의 날'
28. 넬, '습관적 아이러니'
29. 엘튼 존,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
30. 레드벨벳, 'Rookie'
31. 성시경, '쉬어요'
32. 혁오, '공드리'
33. 윤석철, '바다가 들린다'
34. 안녕바다, '밤 새, 안녕히'
35. 어반자카파, '커피를 마시고'
36. SG워너비, '우리의 얘기를 쓰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