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초단편

Shopping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by Anarchist

한 밤중이다. 창 밖에는 그믐달이 가늘게 떠있는 깊은 밤이다.

그녀는 꿈을 꾼다.

커다란.. 모든 것이 있지만 뭔가가 빠져있는 듯한 대형 쇼핑몰이다. 건물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고 높고 건물벽은 고급스러운 벽재로 되어있다.

사람들도 매우 많다. 정신없이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로 돌아다니며 쇼핑을 하고 있다. 쭉 빠진 아름다운 여인에 여자인 자신도 눈을 빼앗긴다. 멋진 남자들도 보이고, 늙은 노부부도 정답게 백화점을 거닐고 있다. 아이들은 어디에 가나 뛰어다닌다. 하지만 밉게 보이지는 않는다.


대형 백화점에 의례 있는 쇼핑카트를 그녀 역시 어디에서인가 구해서 밀고 다니며 이것저것 물건들을 구경하고 있다. 처음 집은 물건은 화장 티슈. 일단 한 박스를 카트에 담았다. 그리고 앞으로 앞으로 계속 가보았다. 남성 정장 코너와 여성 란제리 코너, 여성 정장 코너와 액세서리 코너를 둘러보았다 여성 캐주얼 코너도 놓칠 수는 없었다. 몇 시간이었는지 모르게 옷들을 고르고 입어보는 시간이 지나가 버렸으나 전혀 피곤함을 느낄 수는 없었다. 실로 행복한 꿈이 아닐 수가 없다. 그리고 지하에 있는 대형 식료품 코너에서 아이스크림도 하나 사서 혼자 먹으면서 구경을 하고 있다.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어디에서 돈이 났는지는 아무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꿈인데 아무렴 어떠랴. 그는 소고기 안심을 두 근 정도 샀다. 집에 먹을 사람도 없는데 혼자서 먹을 양치 고는 약간 많은듯싶었지만 그냥 담았다. 그리고 여러 가지 양념류를 샀다. 그리고 맥주, 소주, 위스키, 와인 등 술도 많이 샀다. 점점 카트가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도 백화점에는 사고 싶은 것들이 많이 있다. 그녀는 이제 카트를 미는 손에 조금 힘이 들어감을 느낀다. 그녀는 이제 라면을 담았다. 그것도 한 박스 정도, 스낵류의 과자도 샀다. 아까 먹던 아이스크림을 다 먹었기 때문에 집에서 두고 먹을 아이스크림도 샀다. 아이스크림이 녹을까 봐 약간 걱정이 된 그녀는 발걸음이 조금 빨라진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아동용 블록 장난감에 손이 갔다. 왜 그것을 사려고 했는지 그녀 자신도 이해할 수 없음에 이상하다고 생각을 했지만 의도하지 않게 움직인 손을 탓할 수는 없다. 그리고 남성용 면도기도 담았다 화장실 변기를 청소하는 솔도 담는다. 예쁜 접시와 컵이 눈에 들어와 그것도 담았다. 아까 사지 못한 예쁜 푸른색 짧은 치마가 머릿속에 떠올라서 다시 2층으로 올라가 결국 그 치마를 사고 만다. 남자친구도 없는데 그녀는 남성복 코너에도 들러 아버지에게라도 드리 자는 심산으로 정장 한벌과 황금색 문양이 든 넥타이와 무난한 흰색 와이셔츠도 산다.


그녀는 다리미와 전동용 칫솔, 예쁘게 생긴 쓰레기통과 집안에 놓아둘 방향제. 커피와 프림, 평소에 듣고 싶었던 유명한 가수의 CD도 산다. 이제는 카트가 하나로는 모자랄 정도로 많이 샀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뭔가 사지 않은 것이 있는 것 같아 불안해졌다. 백화점 이문 닫을 시간을 알리는 방송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왔고 주변에 들리는 음악소리도 빨라졌다. 사람들의 발걸음도 빨라졌음을 느꼈다. 하지만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도 그녀는 무언가를 또 사려고 백화점 안을 정처 없이 돌아다닌다. 그녀는 그날을 대비해 생리대도 챙긴다. 모자란 수건 생각에 각종 모양과 색깔이 예쁜 수건도 산다. 전자레인지에 데워먹을 인스턴트 피자도 산다. 우유, 치즈, 요구르트, 바게트 빵, 롤케이크 등도 산다. 스타킹 도모 자른 것 같아 많이 산다. 수박과 키위, 멜론, 사과 등 과일도 산다. 역시 과일은 비싸구나라고 생각하면서… 그녀는 행주와 부엌칼, 도마 숟가락과 젓가락, 냄비, 거품기, 세탁세제와 섬유유연제, 샴푸와 비누, 차에 바르는 광택제, 드라이버 등 설마 필요할까라는 물품까지 챙긴다.


그렇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뭔가 꼭 사야 할 만한 것을 사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자꾸 들어서 찜찜하다. 마침내 물건들로 인해 높이 쌓아 올려진 쇼핑카트를 무겁게 끌고 계산대까지 도착한 그녀. 그런데 계산대 앞에 있는 점원이 그녀에게 말을 한다. 우리 백화점에서는 많은 물건들이 있지만 오직 한 가지 물건만 팔기 때문에 이것을 다 사갈 수 없다는 것이다. 돈을 주겠다는데도 싫다니 이상할 따름이지만 꿈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은 하지 못하는 그녀. 그녀는 다시 혼란에 빠진다.


그럼 난 무엇을 사야 하지? 그녀는 역시 다시 불안해진다. 곧 있으면 이 백화점은 문을 닫을 것이고 물건을 사지 않은 이 손님은 백화점과 함께 영원히 갇히게 될지도 모른다.

그녀는 과연 무엇을 사가지고 나와야 이 꿈을 깰 수 있을까?

그렇게 그녀는 벌써 4년째 식물인간 상태로 병원에 누워있다.

빨리 사고 싶은 물건을 정했으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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