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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낭만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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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Mar 28. 2020

다시 태국

방콕

두 번째 태국을 방문했을 때다. 항상 그리웠던 방콕 수완나폼 공항에 저녁 8시에 도착해서 후끈한 열기를 즐기며 담배를 하나 물었다. 항상 그렇다. 공항에 도착해서 그 나라 하늘을 바라보며 태우는 첫 담배는 항상 좋아 미소가 나온다. 

 

담배를 물고 배낭을 메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 다녔다. 나는 항상 수완나폼 공항에 도착하면 배낭 여행자를 찾아 어디가는지 물어보고 카오산으로 간다고 하면 같이 택시를 타고 돈을 쉐어한다. 같이 가면 택시비가 반에서 반에 반까지 줄어드는데 혼자 가기 너무 아깝지 아깝다. 담배 두 개째를 입에 물고 택시 스탠드를 보고 있었다. 누가 봐도 한국인인 여자 아이들 둘이서 큰 안경을 쓰고 가이드북과 지도를 번갈아 보면서 두리번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이 친구들을 도와줘야겠다 하고 택시스탠드로 갔다.

 

안녕하세요. 어디로 가세요?”

 

 친구들은 너무 좋아하며

와아 한국인이세요? 아 너무 다행이다. 저희 카오산이라는 곳으로 가야하는데요..”

 

하며 넓은 방콕 지도를 펴서 손가락으로 카오산 부근을 가리켰다.

아 그럼 저도 카오산으로 가야하는데 같이 택시타고 돈 나눠서 내요”


 
혜수와 한을이라고 이름을 말한 그 아이들은 더 좋아하며

아 진짜요? 저희는 해외여행이 처음인데 밤에 도착하고 동남아시아라서 너무 무서웠는데 정말 고마워요”

 

그렇게 같이 택시를 타고 카오산으로 향하는 내내 혜수와 한을이는 연신 소리를 질러댔다.

우와 우와 야경 너무 이쁘다. 진짜 장난 아니다”

 

귀엽다. 나는 태국에 와봤다고 별로 감흥은 없었다. 미소만 나왔다. 집에 온 느낌이다. 카오산에 다시 왔다. 변한건 아무것도 없었다. 활기 넘치는 이 거리. 가지각색의 여행자들. 지천에 깔린 먹을 거리들. 눈 부신 간판들. 저절로 어깨춤이 나오는 신나는 음악들. 웃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카오산 맞네”

페이스북으로 알게 된 연희가 추천해 준 지니네 게스트하우스를 찾아나섰다. 처음 방콕에 왔을 때 머문 숙소가 쌈쎈 거리 쏘이 6에 있어서 지니네 게스트하우스가 있다는 쏘이 2로 가는 길은 쉬웠지만 원래 나는 길치에 밤이라 어두워서 그런지 아무리 찾아도 안보였다. 한 시간 넘게 배낭 메고 땀을 뻘뻘 흘리며 찾아 다닌거 같다. 지금은 눈 감고도 찾아갈 수 있는 걸 그때는 왜 그렇게 안 보였는지 모르겠다. 

 

 

어쩔 수 없었다. 전에 머물렀던 쏘이 6에 있는 나콘핑 호텔에 짐을 풀었다. 지친 우리는 대충 근처에 세븐 일레븐에서 너무너무 그리웠던 태국 컵라면에 냉동 새우 볶음밥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창 비어를 하나 사서 숙소로 돌아와 태국에 대한 이런 저런 설명을 해주었다.

 

그렇게 그토록 꿈에 방콕에서의 첫날밤이 지나간다. 2년만이다. 또 내일 아침 일찍 설렘에 들떠 눈을 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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