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칸 2

치앙칸

by nelly park

시원한 에어컨 방에서 눈을 떴다. 원래 기선이와 성범이는 오늘밤 버스로 방콕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근데 기선이는 어젯밤 맥주 한잔하고 집에 오는 길에 진지하게 부탁했다. 여기 하루만 더 있자고. 11시간 걸려서 왔는데 하루는 너무 아깝지 않냐고. 방콕가서 남은 5일은 너를 위해 써주겠다고 하니 흔쾌히 오케이라고 한다.


맨날 먹는 세븐일레븐 옆에 있는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오늘은 자전거를 타고 깽쿳쿠라는 곳으로 가기로 했다. 태국어로는 급류라는 뜻인 깽쿳쿠는 메콩강 하류에 생성된 삼각주 같은 곳이란다.


점심을 먹고 기세좋게 자전거를 타고 출동하려는데 비가 오기 시작했다. 막 쏟아지는 건 아니었지만 저 멀리 번개 치는 것도 보이고 천둥소리도 들려 일단 숙소로 후퇴하기로 했다. 시원한 에어컨 방에서 기타치며 딩굴딩굴 거리다 비가 그쳐서 다시 밖으로 나갔다.


오후 2시가 좀 넘었던 것 같다. 아까 잠깐이지만 비가 내려 기온이 한결 시원해졌고 바람까지 선선해 자전거 타기엔 딱이었다.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달리기 시작했다. 점점 가니 여기보다 더 시골 마을이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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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목조 전통 가옥이 줄줄이 서있고. 바나나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깽쿳쿠는 장관이었다.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탁 트인 강가에 나무들이 무성하고 물 위엔 삼각주 섬들이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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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감탄을 하다 강가에 있는 식당에 자리 잡고 맥주를 한잔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푹 쉬다 어제 먹은 전통 파타이를 먹으러 갔다. 거기에 파타이 파는 여자분이 참 싹싹하고 좋다. 웃는 모습도 이쁘고 친절했다. 파타이도 팔고 그 뒤엔 옷가게도 자기가 한다. 맥주 한병씩 사와서 기타치며 생일 축하노래 만들고 그렇게 마지막 치앙칸에서의 밤은 깊어 갔다.


다음날.


어제 일찍 자서 그런지 일찍 눈이 떠졌다. 6시쯤 넘어서 눈이 떠져 탁발을 보러 나갔지만 오늘은 탁발을 안했다. 그래서 그냥 아침의 조용한 치앙칸을 즐기다 숙소에 들어와 성범이와 같이 아침 먹으러 나갔다. 자전거를 타고 쭉 가다보니 이른 아침이라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았는데 한 가게가 문 열어서 거기에 자리잡고 앉았다.


메뉴는 딱 세 개. 다 계란을 이용한 요리였다. 그 중 두 개를 골라 먹었다. 장난 아니었다. 너무 맛있었다. 계란이 들어간 죽이랑 냄비 같은데 계란 후라이가 있고 그 뒤에 부드러운 오뎅 비슷한 게 올려져 있었다. 진짜 감동적이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말이 맞는 거 같다. 나중에 나오니 이 가게는 문이 닫혀 있었다. 아침에만 여는 가게 인가 보다.


다시 숙소로 들어와 낮잠을 자다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 어제보단 훨씬 더웠다. 그저께 로사누나가 알려준 식당을 드디어 찾아서 난나, 수키, 세유를 시켰다. 역시 싸고 맛있었다.


자전거를 돌려 어제와 정반대 방향으로 갔다. 어제와 또 다른 풍경에 너무 좋았지만 엄청난 오르막길 때문에 다시 돌아왔다.


저녁 7시 방콕행 버스라 5시 40분쯤에 숙소에서 나왔다. 이틀 동안 맨날 보는 풍경이었지만 막상 떠나려니 아쉬워 하나라도 더 눈에 그리고 마음에 담으려 애를 썼던 거 같다.


너무 일찍 숙소를 나와서 40분 정도 시간이 남았다. 각자 마지막으로 먹고 싶은 걸 먹으러 흩어지기로 했다. 기선이는 항상 먹던 돼지고기 볶음밥. 성범이는 매운 바질잎 돼지볶음. 나는 파타이를 먹으러 갔다. 파타이를 먹으러 간 김에 그 동안 정들었던 파타이 가게 아가씨와 작별 인사를 하고 페이스북 친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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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진짜 7시 땡하자마자 출발했다. 방콕에서 여기로 오는 버스는 한시간 넘게 기다려도 오지도 않더니 괜히 정시간에 출발하니 아쉽다. 출발하마자 마자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다. 우리가 아쉬운 만큼 이 도시도 아쉬운가 보다.


치앙칸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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