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칸

치앙칸

by nelly park

11시간 정도 걸려서 치앙칸에 도착한 것 같다. 아침 9시쯤 됐다. 어제 버스터미널에서 땀을 많이 흘리고 씻지도 못해서 우리 셋은 꼬질꼬질 그 자체였다. 지니네에서 잠깐 본 여행책자에 Soi 1에 가면 괜찮은 숙소가 있다는 정보를 봐서 툭툭을 타고 Soi 1로 갔다. 걸어도 10분 밖에 안 걸리는 곳이었다. 근데 각자 20바트씩이나 냈다. 어쩔 수 없었다. 정보가 부족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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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점은 숙소 같은 곳들에 영어 간판이 하나도 없었다. 처음 숙소에 가보니 세 사람에 800바트란다. 너무 비싸서 바로 맞은편에 가니 300바트란다. 완전 싸다 싶어 바로 체크인 했다. 에어컨도 없고 작은 선풍기밖에 없었지만 아침까지 비가 왔어서 그런지 시원했다. 이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또 하나 재밌는 거. 숙소 주인 아저씨와 주인 아줌마는 영어를 단 한마디도 못했다. 진짜 단 한마디도 못했다. 일단 짐을 풀고 배가 고파 밥을 먹으러 나갔다. 영어 메뉴판이라곤 절대 없었다. 메뉴에 있는 그림보고 대충 골라서 먹었는데 맛이 괜찮았다. 그리고 다시 숙소를 돌아오니 뜨거운 열기가 우리를 반긴다. 진짜 더웠다. 밖이 차라리 더 시원할 정도로 더웠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시 나가서 강변을 걷기로 했다.


너무 아름다웠다. 한걸음 한걸음 걸을 때마다 감탄사를 연발했던 것 같다. 길고 시원하고 뻗은 메콩강 그 강건너엔 라오스가 있었고 하늘은 푸르다기 보단 연 하늘색으로 운치를 더 했고 강따라 줄 서 있는 목조 건물들이 그 조화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래서 치앙칸 치앙칸하는 구나 했다. 우리 같은 외국인 관광객은 한 두명 본 것 같고 태국현지인들은 수줍은 미소로 눈인사를 하는 그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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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걷다 보니 너무 더워 일단 숙소로 갔다. 더운 건 마찬가지. 그냥 땀 흘리고 물 마시며 해가 떨어질 때까지 버티기로 했다. 성범이가 기타를 잡아들고 치앙칸 주제곡을 만들었다. J 밴드는 여기서도 활약중이다. 미칠듯한 더위지만 노래하는 동안은 잠깐 이지만 잊혀졌다. 7시가 되기만을 기다렸다. 땀을 뻘뻘 흘리며 4시부터 그렇게 기다렸던 것 같다. 6시가 넘으니 해도 지치는지 스윽 밑으로 슬금슬금 지기 시작했다. 다시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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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는 또다른 풍경이었다. 길게 늘어선 목조건물들이 어두워지니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저마다 개성있는 등을 켜고 액세서리 가게도 이제 하나둘씩 문을 열기 시작했다.


한참을 기다려 그토록 먹고 싶었던 파타이를 먹었다. 태국 전국 방방 곳곳에서 파타이를 먹어봤지만 되게 특이했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이게 진짜 태국 전통 파타이란다. 붉은 소스와 우리나라 쫄면 같은 쫄깃쫄깃한 투명한 면에 양배추와 숙주나물 그리고 마무리로 땅콩가루와 라임이 있었다. 맛은 기가 막혔다.


맥주를 한잔하러 나왔는데 술집에 사람은 하나도 없고 가격은 하나같이 엄청 비싸보였다. 길거리에 액세서리 장사를 하시는 분 중에 한국인 여자분이 계셨다.


“한국인이세요?”


하고 물어 보신다. 집에 돌아가면 또 잘 쉬지도 못하고 미친듯한 더위와 싸우며 자야겠지 하고 좌절하고 있는데 그분이 싸고 에어컨 달린 방을 소개시켜줬다. 신나게 달려가 물어보니 아늑한 다락방에 에어컨까지 있는데 깎아서 400바트에 해주신단다.


얼른 숙소로 가서 가방을 싸서 나왔다. 사실 좀 죄송했다. 주인 아저씨, 아주머니와 말은 안 통했지만 정말 친절하게 우리한테 잘 해주셨는데..


옮긴 숙소에 짐을 다시 풀고 샤워를 하고 나오니 에어컨 덕분에 너무 시원했다. 그냥 이게 천국이었다. 아까 숙소 소개시켜주신 여자분. 이름은 로사 누나도 게스트하우스를 하고 계신다고 하셔서 맥주를 사들고 정원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하루에 마무리를 했다.


정말 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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