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칸엔 뭐가 있을까

치앙칸가기

by nelly park

역시 아침 일찍 눈을 떴다. 기선이는 한 곳에 있으면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 호주에서도 그랬다. 한 곳을 집이라고 인식하면 그 곳을 떠나려고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여기 지니네 게스트하우스가 집이 되어버린 것 같다. 다른 곳에 가 볼 생각이 전혀 없다.


“캄보디아 한 번 갔다 오는 건 어때?”


캄보디아를 왜 가야 하는 지. 어떻게 가는 건지. 열심히 설명하고 설득한 후에 기선이는 드디어 오케이란다. 기선이는 오늘 새벽 5시에 룸피니 공원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어제 밤을 새고 가방을 챙겨 나갈 예정이었다. 나는 여기서 만난 재밌는 형 동혁이 형이 코시창이라는 섬을 가자고 하길래 오늘 아침 같이 가기로 했었다.


내 머리맡 침대에서 이 가는 소리가 들렸다. 기선이가 나가고 벌써 누가 새로 들어왔나 보다. 내 침대에 쳐진 커튼을 걷고 밖으로 나와 기선이 침대쪽으로 가보니 아직 기선이 노스페이스 배낭이 있다.


‘아 큰 가방은 놔두고 필요한 옷만 챙겨간건가’


설마하는 마음에 커튼을 아주 살짝 걷어보니 낯익은 흰색 티에 거지머리 한 남자가 그 안에 자고 있다. 기선이다. 왜 아직 여기 있는 거지. 깨워서 물어보니 어제 술 새벽 4시까지 마시고 잠들었단다. 어이 없어서 피식 웃음이 나온다.


옆 침대에는 코시창을 같이 가기로 한 동혁이 형이 뻗어 있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일층에 내려가서 사람들한테 물어보니 둘이 어제 같이 술 마시고 뻗은거 란다. 황당하고 화도 좀 나고 해서 혼자 치앙칸이라는 시골 마을로 떠나버리기로 결심했다.


아침 먹으러 밑으로 내려가면서 오늘 새로온 아름이랑 성범이랑 같이 람부뜨리로 가서 아침을 먹었다. 성범이도 치앙칸에 같이 가기로 했다.


체크아웃시간 11시가 되어 짐을 싸서 밑에 내려 놓고 와도 기선이는 아직 정신 못 차리고 자고 있다.


“야 일어나. 캄보디아 못 갔으니까 오늘 치앙칸이나 가자”


기선이는 눈도 제대로 못뜬다.


“거가 어딘데? 뭐하는 데고?”


대충 기선이를 치앙칸 가자고 꼬셔서 같이 가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일층에서 딩굴딩굴 하다 미얀마 비자용 사진을 얼른 찍고 돌아왔다. 진짜 못생겼다.


기타치는 걸 좋아하는 성범이가 일층에서 기타를 쳤다. 코드가 적혀 있는 책을 보며 아름이랑 셋이서 노래를 부르다가 직접 셋이 작사 작곡을 하기로 했다. 대충 코드와 후렴구를 만들어 놓으니 기선이랑 누나들 그리고 동혁이 형이 밥먹고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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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선이까지 합세해 지니네 밴드 J. 밴드를 결성해서 노래를 만들어 놀았다. 동영상을 동혁이 형이 찍어줬는데 진짜 웃기다.



슬슬 버스 시간이 되서 밥을 먹고 7시쯤에 택시를 타고 북부 버스 터미널 모칫으로 갔다. 러시아워라 그런지 차가 너무 밀린다. 반대쪽에 터미널이 보이는데 택시가 움직이지를 않는다. 멍하게 앉아있던 기선이가 묻는다.


“혹시 저 반대편에 있는게 터미널 아이가?”


“어 맞아. 그런거 같애”

“그람 진작 얘기해줘야지. 익스큐즈미!!!”


기사 아저씨한테 바로 내려달라고 한다. 나는 의외로 이런말을 잘 못한다. 택시에서 내려서 8차선 반대편으로 건너가야 하는데 기선이는 찻길을 못건넌다. 차가 보일 듯 말 듯 저 멀리서 오는데도 못건넌다. 기선이 팔목을 잡고 억지로 끌고 건넜다. 우린 소울메이트다. 나는 내려달라고 말을 못하고 기선이는 길을 못건넌다.


생각보다 모칫역은 정말 컸다. 치앙칸 가는 버스 티켓 사는 곳 찾는 데만 엄청 오래 걸렸다.


8시 반쯤에 티켓을 사고 9시 10분 버스를 기다렸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안온다. 막내인 성범이가 버스 올 때마다 앞에 물어보러 갔다. 고마웠다.


결국 10시쯤 되서 출발했다. 역시 버스는 추웠다. 맨 뒷자리 화장실 앞에 앉아 안대를 하고 잤더니 아무것도 기억 안나고 눈뜨니 벌써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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