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시창
원래 어제 코시창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그래야 2박 3일 머물고 와서 14일 날 여유롭게 미얀마 대사관에서 비자를 픽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데 아직 기선이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서 오늘 출발하게 되었다.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11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지니네를 나섰다. 코시창은 사실 처음 들어본 곳이었다. 로컬 사람들이 많이 가는 휴양지란다. 방콕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도 않아서 딱 서울에서 월미도 같은 느낌이다.
지아 누나가 가르쳐준 대로 511번 버스를 타고 아속역에서 내려서 BTS를 타고 에카마이 북부터미널로 갔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511번 버스는 에카마이까지 간다. 굳이 내려서 20밧 더 주고 BTS를 탈 필요는 없었다. 이것도 다 경험이다. 그렇게 에카마이 터미널에 도착해 97밧을 주고 시라차로 가는 버스를 탔다. 동혁이 형이 우연히 코시창에 대한 블로그를 찾아서 그 정보를 토대로 우리는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2시간쯤 달려 버스에서 내렸다. 블로그에 있는 정보와 다르게 이상한 곳에 내렸다. 우리는 선착장 가까운 곳에 내려줄 줄 알았는데 허허벌판이다. 20밧에 툭툭을 잡아타고 선착장으로 갔다. 드디어 바다가 보인다. 50밧을 주고 보트를 타고 45분쯤 달려 코시창에 도착했다. 알록달록 건물들이 예뻤다. 예상했던 대로 단 한 명도 외국인은 없었다. 우리가 유일했다.
일단 숙소를 찾기로 했다. 섬이라서 그런지 숙박비가 엄청 비쌌다. 에어컨방 세명에 대부분 1400바트란다 정말 많이 깎고 깎아도900바트였다. 30분 넘게 찾아 헤매도 없어서 몇 군데만 더 갔다가 900바트까지 깎은 곳으로 가기로 했다.
해변가에 테마파크 비슷한 곳이 있었다. 방 하나하나가 배 위에 있었다. 보기만 해도 딱 비싸 보였지만 일단 물어 보기로 했다. 역시나 한 사람당 500바트에 비싸기도 하지만 이미 모든 방이 풀이란다. 어쩔 수 없지 하고 돌아가려는데 직원 비슷한 분이 우릴 불렀다.
“where are you from?”
“까올리! (태국어로 한국사람)”
흥분 하시면서 자기 어머니도 한국사람이라며 잠깐 이쪽으로 오라고 하신다. 갔다니 동남아시아보다는 동북아시아 얼굴을 한 동양인 할머니가 앉아 계셨다. 그리고 더듬더듬이지만 한국말을 하셨다. 22살 때 한국에서 태국인 남편을 만나 태국으로 온 후로 사정이 있어 40년 동안 한국으로 돌아가시지 못했다고 하셨다. 그리고 할머니가 사시는 우돈이라는 곳에는 한국 사람이 아예 없어 한국말을 40년동안 못하셔서 거의 잊어버리셨다. 그래서 한국인인 우리를 보자 어린아이처럼 기뻐하시며 눈물도 훔치셨다.
우리가 숙소를 찾고 있다고 하니 지금 자녀분들이랑 같이 휴가를 오셨는데 자녀분들 방을 빼고 거기 쓰라신다. 거기다 돈은 자기가 이미 냈으니 더 이상 낼 필요 없다고 하신다. 극구 사양 했지만 따님 분이 어머니가 너무 행복하셔서 그러는 거니 사양하지 말고 받으라신다. 그리고 샤워하고 오라신다. 샤워 끝나고 파티를 하실거란다.
샤워를 하고 방 앞에 있는 테라스에 나오니 어르신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어머니 동네에서 48명 단체로 여기로 휴가를 온 것이었다. 술도 너무 많고 엄청난 진수 성찬을 먹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야외에 노래방을 설치해 돌아가면서 노래도 부르고 춤을 추셨다. 그러다 우리도 나와서 춤을 추라고 하셔서 열심히 췄더니 마이크를 주시면서 한마디 하라고 하신다.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건 내가 전문이니 영어로 몇 마디 한국말로 몇 마디 했다. 끝나니 노래도 한곡 부르라신다. 노래방 기계가 태국어라 할게 없는데 하고 생각하다가 장난으로 강남 스타일 있냐고 물어봤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음악이 나왔고 우리와 어른아이. 남녀 할 것 없이 열심히 춤췄다. 역시 강남 스타일로 하나되는 세상이다.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어르신들은 계속 춤을 추라신다. 열심히 춤추면서 즐기고 있으니 잘했다고 갑자기 어머님이 100밧을 주셨다. 그래서 당황해서 가만히 있으니 주위 분들이 어른이 주는거니 코쿤캅하고 일단 넣어둬 하셨다.
정말 돈 버는 하루였다. 비싼 숙박비에 푸짐한 저녁식사에 술 거기다 춤췄다고 100밧까지.
밤 늦게까지도 노래방은 계속 되었고 우리는 지쳐서 동네 밖을 한 바퀴 돌고 오니 파티가 끝났다.
여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고 뜻 깊은 날 중 하나가 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