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미얀마

양곤

by nelly park

역시 밤을 새고 비행기를 타려고 하니 졸려 미칠 것 같다. 비행기를 기다리며 밀린 일기도 꾸벅꾸벅 졸면서 썼다. 미얀마로 가기전에 어느 정도 태국에서 있었던 일들을 간단하게는 기록을 해놔야 했다. 일기라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이 흐릿해지거나 왜곡이 된다. 다 쓰고 나중에 정신차려 읽어보니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다. 졸면서 써서 글자들이 아주 길다. 다들 노트 밖으로 튀어나가려고 한다.


방콕 돈무앙 공항은 조그만 공항인데도 많이 붐빈다. 왜 짐 스캔을 체크인 하기 전부터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거 땜에 훨씬 더 복잡하다. 긴 줄을 서서 짐 스캔을 하고 체크인을 하고 반쯤 졸며 비행기를 기다리다 탑승해서 자리에 앉고 나서는 기억도 안 난다. 눈뜨니까 내 앞 의자에 입국신청 카드가 끼워져 있고 옆에 사람이 도착했다고 내리란다. 이제 미얀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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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한 양곤 국제공항은 깨끗하고 아담했다. 태국에 도착했을 때랑 뭔가 다르다. 사람들 생김새도 미묘하게 다른 느낌이고 언어도 다르다. 입국심사를 하러 걸어가는 통로 벽 광고에 적혀있는 둥글둥글한 미얀마 글자도 예쁘다. 특유의 냄새도 있는 것 같다. 기분 좋은 향이다. 번쩍번쩍한 공항이 아니라 소박해서 더 매력적이다.


가볍게 입국심사를 끝내고 짐을 찾아 나가니 아리나가 기다리고 있다. 아리나는 작년 호주가기 전 잠깐 캄보디아 여행중에 만난 일본 친구다. 미얀마에서 일하고 있으니 혹시 오게 되면 꼭 연락하라고 해서 연락 했더니 공항까지 마중나왔다. 진짜 올 줄은 몰랐겠지. 낯선 이 나라에서 만난 아리나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와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오랜만이에요 넬리상!”


버스 타고 가려면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해서 택시를 타기 위해 최소한만 미얀마 짯으로 환전을 하고 아리나 집으로 향했다. 아리나는 미얀마어로 기사님에게 주소를 말한다. 미얀마의 수도 양곤의 첫 느낌은 딱 우리나라 80년대 농촌 같은 느낌이다. 거리에는 사진에서 본 론지라는 치마를 남녀노소 다 입고 다닌다. 방콕처럼 바쁘지도 않고 교통체증도 없다. 기사님에게 미얀마어로 말하고 나랑은 일본어로 대화하는 아리나가 신기한가 보다. 우리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어본다. 일본인인데 미얀마어로 기사님이랑 대화하는 아리나도 신기하고 한국인인데 일본어로 아리나랑 대화하는 이상한 머리를 하고 있는 나도 신기한가 보다.


4차선 대로변에 있는 5층짜리 건물 앞에 내렸다. 동남아 여행을 하며 여행자용 게스트하우스가 아닌 진짜 로컬 사람 집에 가긴 처음이다. 아리나를 따라 계단을 올라갔다. 3층이다. 집에 가니 아리나의 미얀마인 남자친구 호카이가 기다리고 있다. 호카이는 한국으로 일하러 가기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단다. 한국어로 더듬더듬 나에게 말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호카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뭔가 가슴이 뭉클하다. 기분이 묘하다. 한국에 가기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니. 외국인이 한국어를 공부하는 걸 본 게 처음이다. 물론 요즘은 티비에서 한국말을 잘하는 외국인이 많다.


아리나는 일 때문에 나가고 배가 고파져 호카이와 아침을 먹으러 나갔다. 더듬더듬 일본어와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서 대화했다. 완벽한 생각의 전달은 어려웠지만 미얀마에 온 첫날부터 생긴 미얀마인 친구가 좋다.


“미얀마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서 뭘 먹어야 할지 모르겠어. 미얀마 음식을 먹고 싶어요”


동네를 한 바퀴 돌다 식당에 들어가 앉았다.


“국수 좋아해요?”


“좋아요”


생전처음 보는 모습의 비빔국수 비슷한 게 나왔다.


“이건 이름이 뭐에요?”


“슈레다”


특이하게 생양파랑 팍치가 들어 있었는데도 맛있다. 그리고 후식으로 미얀마 인스턴트 커피까지. 완벽하다. 그렇게 다해서 1불정도다. 역시 현지인과 현지인이 먹는걸 먹어야 한다. 여기까지 안내해준 호카이에게 고마워서 내가 사주려고 했지만 끝까지 거절한다. 손님한테 대접하는 게 예의란다. 미안하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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