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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교통수단

칼로우

by nelly park

아침에 눈을 떴는데 몸이 가볍다. 드디어 배탈이 나은 것 같다. 기분 좋게 숙소에서 주는 아침식사를 했다. 숙소 아주머니에게 칼로우로 가는 정보를 이것저것 물어봤다. 여기서 버스터미널까지 걸어가면 툭툭이 많이 있단다. 그리고 사람들을 모아서 가면 더 싸다는 말도 잊지 않으셨다. 가격은 1000짯에서 1500짯 정도. 그 툭툭을 타고 장쥔이라는 곳에 가서 버스를 타면 된다고 하신다. 버스 가격은 1500짯일 거라고 했다.


짐을 싸고 나와 아주머니가 말씀 하시는 대로 버스터미널로 걸어갔다. 역시 툭툭이 많이 있다. 배낭을 매고 서 있으니 기사 아저씨가 말을 건다.


“어디가요?”


“장쥔가요! 거기서 버스타고 칼로우 가려구요. 툭툭 얼마에요?”


“2000짯!”


역시나 가격을 더 부른다. 여유 있게 웃었다.


“저 시간 많으니까 사람들 더 모이면 1000짯 주고 갈려고요”


어이없다는 듯 쳐다본다. 무거운 배낭을 아예 땅에 내려놓고 사람들도 구경하고 담배도 피면서 한 20분 앉아 있으니 또 다른 툭툭 기사가 온다.


“장쥔? 2000짯!”


“아니요. 괜찮아요”


그렇게 기사는 그냥 가버렸다가 한 10분 있다 다른 한 사람을 태우고 내 앞에서 서더니 그냥 1000짯 내고 가자고 한다.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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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20분 달려서 장쥔에 도착했다. 큰 길가에 썽태우 같은 트럭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타고 어디론가 출발하고 또 다른 트럭에 타고 가고 하고 있다. 한 10시쯤 되면 버스가 오겠지 하고 한 시간 정도 기다릴 생각으로 느긋하게 앉아있었다.


트럭 옆에서 한 아저씨가 온다.


“어디 가요?


“칼로우!”


“오케이 3000짯!”


또 씨익 웃어줬다.


“저는 1500짯 내고 트럭말고 버스타고 갈꺼에요”


그러자 그 아저씨는 노 버스 라고 하더니 가버렸다. 그 트럭이 출발하고 다른 트럭이 왔다. 또 그 아저씨가 오더니


“오케이! 2000짯만 내요”


“아니요 저는 1500짯만 낼 거에요”


하니까 다시 가버렸다.


맞은편에 있는 찻집으로 가 물 하나 사서 기다리면서 찻집 아주머니와 짧은 영어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여기서 버스는 저 트럭이 맞댄다. 큰일났다. 조그만 트럭이라 운전석 뒤 짐 싣는 부분에 의자를 설치해서 6명. 좀 끼어 앉으면 8명에서 10명 정도 앉을 수 있는 크기 같은데 25명이 올라탄다. 다음 트럭이 오길래 나는 어쩔 수 없지 하고 걸어 갔는데 그 아저씨가 1000짯에 타란다. 그래도 버틴 보람이 있다. 이미 사람이 꽉 차 있고 위로 올라가란다. 트럭지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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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간 트럭지붕에는 가운데에 온갖 짐들이 있고 짐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빙글빙글 둘러 앉아 12명이 탔다. 딱히 손잡이 같이 잡을 곳도 없어서 짐에 기대서 의지해 출발했다. 참 신기한 경험이다. 트럭지붕에 앉은 채로 버스라고 부르는 이 차는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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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구불 산을 오르고 옆은 낭떠러지라 조금만 턴을 세게 해도 절벽으로 튕겨 나갈 것만 같다. 아찔하다.


그래도 조금 시간이 지나니 적응되기 시작한다. 중간에 사람 몇이 내리고 좀 공간이 생겨 뒤에 있는 쌀 포대를 베개 삼아 누워 좀 잤다.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익사이팅한 교통수단으로 3시간 정도 달려 칼로우에 도착했다.


P1020255.JPG 내가 타고 온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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